‘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을 활동한 음악가가 있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름에서 벗어나 원래의 자신의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했다. 본래의 자신의 이름으로 슈퍼스타가 되어 보겠다는 그녀는 기존과 다른 음악적인 길들을 탐색해보는 것인지 처음 보는 새로운 사람들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그동안과 다른 음악들을 만들어 냈다. ‘Celebrity’라는 새로운 곡을 가지고 돌아온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한정인’이라고 하는 음악가고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코스모스 슈퍼스타로 활동해오다가 2022년 7월에 [Spells]라는 앨범과 함께 한정인 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부모님이 원래 음악을 좋아하셔서 운이 좋게 많은 음악에 노출돼서 자라왔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특히 록 음악을 좋아하셔서 Judas Priest나 RATM을 진짜 좋아하셨어요. Queen이나 Scorpions, Deep Purple 등 올드 록들도 많이 들었어요. 중학교 때는 뚜렷한 장래희망이 있는 사람이 보통 없으니까 저도 재밌는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였는데 제 친구들 중에 서태지 팬이 많았어요. 서태지 라이브 투어 DVD가 발매됐는데 친구들 중에 DVD플레이어가 있는 친구가 없어서 저희 집에서 보면 안되냐고 해서 같이 보게 됐어요. 그때 처음 보고 너무 재밌어 보였고 큰 무대에서 공연하고 사람들이 환호하고 노래도 너무 좋았어요. 그런 모습 때문에 나도 저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키라라의 유튜브 콘텐츠 ‘아니, 어떻게, 이렇게’에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얘기를 나누게 돼서 반갑네요. 😊 코스모스 슈퍼스타에서 이름을 변경했는데 그렇게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제가 그 이름은 20살에 짓기도 했고 그때는 긴 이름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간결한 이름이 좋고 이전의 코슈는 전 우주적인 슈퍼스타라는 뜻에서 지었는데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이 나 자신이 진짜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포부도 있던 것 같아요. 내 이름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고 그런 생각에 활동명을 바꾸게 됐어요. 약간 질리기도 했고요. 😊
Q. 지난 앨범 [Spells]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이이언, 김사월, 천미지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앨범을 완성했어요. 타이틀곡인 ‘Wallflower'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굉장히 작가주의적인 앨범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떤 이야기가 담긴 앨범인가요?
A. ‘한정인’이라는 이름으로 된 첫 정규앨범이면서 ‘코스모스 슈퍼스타’로의 끝을 선언하는 앨범이에요. 제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홍대와 서울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대부분 기억나는 것은 슬프고 불행한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연히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과 함께 어떤 그런 시대를 끝내고 싶다, 개인적인 역사의 끝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이걸 선언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이 주문처럼 작동하길 바라면서 [Spells]라고 지었다. 4번 트랙인 ‘Badluckballad'를 보면 사주나 타로 등 운명에 대해 깊게 몰두했던 시기가 있거든요. 그런 미신적인, 오컬트적인 요소도 곡 중간에 숨겨져 있고 [Spells]라는 이름이 여러모로 해석이 가능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타이틀곡 ‘Wallflower'는 앨범에서 유일하게 발랄한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각 곡들이 저의 어떤 시대를 대변하는 만큼 ‘Wallflower'는 어떤 멋있는 사람들의 세계에 편입하고 깊은 마음을 많이 반영한 곡이에요.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을 따라 하고 싶기도 하고 그 사람이 하는 건 뭐든지 좋아 보일 때가 있잖아요. 자신과 잘 맞는지와 상관없이. 그런 마음을 나타낸 곡이에요.
Q. 예전부터 인터뷰 등의 자료들을 보면 밴드 음악과 전자음악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곤 하셨는데 지금은 그 고민이 좀 해소가 되었나요? 사실 저였다면 성격상 ‘둘 다 잘하면 되는 거지, 뭐’라고 생각해버릴 타입이라. 😊 제가 듣기엔 양쪽 모두를 가정하고 들어도 웰메이드한 아웃풋들을 만드신다고 생각하거든요.
A. 지금도 약간 내면의 록스타가 있어서 밴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는데 기회는 늘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이라도 록이라고 분류되는 음악을 쓰라면 쓸 수 있는데 당장은 한정인 이라는 이름 안에서 맥락상 잘 묶이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큰 것 같아요. 공연에서 밴드 세션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은 있다고 생각해요.
Q. 최근에 컴필레이션 앨범 [fresh as...⁎⁺˳✧༚]에 참여했어요. 송캠프나 세션 형식의 곡 작업이 익숙한 뮤지션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인디 씬의 경우에는 이런 시스템이 아직 많이 들어와 있지는 않기도 해요. 전자음악가인 정인 님의 경우에는 그래도 경험이 있을 법 할 것도 같은데 아티스트 입장에서의 송캠프는 어떤 느낌인가요?
A. 저도 사실 협업을 많이 해온 음악가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키라라, 공중도덕 등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긴 했었어요. 그래도 보통은 송캠프라는 자리처럼 모여서 뭔가를 특정 주제로 작업한다는 건 없어서 생소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오랫동안 새로운 음악가 친구가 없었는데, 오래된 친구들만 남아 있어서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작업하는 자리가 신선하게 느껴지긴 했어요. 되게 다양한 자극이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돌아보게 되었고요. 다음에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Q. 수록곡 ‘Celebrity'에 참여했어요. 확실히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서 그런지 기존에 본인이 들려주던 음악과는 다른 무드의 곡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곡이 탄생하는 동안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던 곡일까요?
A. 송캠프를 처음 시작할 때 게더링을 통해 각자의 데모를 들어보고 그걸 바탕으로 팀을 짰어요. 저는 그때부터 ZWOO 님과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 송캠프에서 유일하게 약간이라도 안면이 있는 MADDYXP도 ZWOO 님을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람으로 꼽았고 그렇다면 셋이 하는 게 가장 멋있지 않겠나 해서 자연스럽게 팀이 결성되었어요. 사실 또 어떤 의미로 두 분과 같이 곡은 만드는 건 저에겐 낯설지 않은 옷을 입는 거라서 ‘Celebrity' 작업은 수월하고 빠르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ZWOO 님이 트랙을 하나 던지고 카톡으로 확인하고 ’탑라인을 슬슬 써볼까요‘라고 했는데 MADDYXP가 한 시간만에 탑라인을 거의 다 쓰는 거예요. ’너무 빠른데??‘ 그러면서😊 저는 어떤 부분에는 느낌을 더 내면 좋겠다, 편곡적으로 어떤 구간을 더 넣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고 조율도 빨랐어요. 보컬을 녹음할 때 그동안 제가 불러본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불러야 해서 약간 시간이 걸렸어요. 결과적으로는 전반적으로 수월하게 잘 됐어요.
SNS상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잖아요. 그 너머에 있는 게 진짜 사람이든 가짜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셀러브리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어떤 가상 세계에서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얘를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와는 반대죠. 진짜 너를 보여줘, 진짜 나를 알아줘 등의 얘기를 보통 하는데 저희는 약간 비틀어서 가짜 나여도 멋있게 꾸민 나와 재밌어 보이는 네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주제로 만들어 봤어요. 요즘 시대에 맞는 주제인 것 같아요.
Q. 이번 송캠프와 컴필레이션 앨범 프로젝트는 음악 창작 지원 플랫폼 OPCD가 주최하고 뮤직앤뉴, 미러볼뮤직이 함께한 것으로 들었어요. 이번 컴필레이션에서 유통사(뮤직앤뉴, 미러볼뮤직)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나요?
A. 미러볼과 뮤직앤뉴, OPCD 측에서 게더링을 3회 정도 진행해서 각 뮤지션간의 네트워크를 유도하려고 하신 것 같아요. 각 게더링에서 따로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촬영 등을 통해서 부가적인 콘텐츠를 많이 만들려고 하셨어요. 이제 곧 같이 공개될 것 같은데 요즘은 다양한 콘텐츠가 있으면 그게 곧 프로모션이 되니까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곡 자체에는 거의 터치를 안 하셨어요. 팀을 꾸리는데도 거의 터치가 없었고 꽤 자유로운 환경에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꽤 새롭긴 했어요. 보통 유통사 측에서 인디뮤지션 대상으로 송캠프를 하는 건 전무하니까 여러모로 의욕이 보여서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Q. 단체곡 ‘Farewell'에서는 메인 프로듀서로 작업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프로젝트는 이끄는 프로듀서로서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하는 경험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이 곡은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들으면 좋을까요?
A. 약간 정정할게, 메인 프로듀서로 처음 시작했던 건 맞는데 결과적으로는 내부 의견을 따라서 ZWOO 님 트랙으로 진행을 했어요. 거기에 저는 탑라인과 가사를 맡았고 황재 님이 기타와 탑라인 일부를 써주시면서 진행을 했어요. 단체곡이 사실 이 송캠프의 힘든 과제였어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단체곡은 전적으로 A&R 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팀 구성이라 서로의 음악 스타일이 낯설기도 하고 참여하는 인원이 많기도 했어요. 전원 팀원을 모두 함께 균등하게 참여할 수 있을 만한 트랙이나 진행방식에 미숙했던 것 같아서 아쉽긴 해요. 앞으로도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하게 됐을 때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미니멀한 기타에 강렬한 808비트가 곁들여진, 하지만 노래는 서정성을 띠고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누군가의 이별 후에 나아가려는 의지를 Refresh랑 결부해서 만들려고 했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A. 올해 싱글앨범 발매를 계획 중이고 금년 중에 저의 음악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재밌게 들을 수 있을 만한 여러 가지 일을 궁리하고 있어요. 앨범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이런저런 콘텐츠도 그렇고. 모두 알려드리면 재미없으니 계속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정인 이라는 이름으로 Celebrity를 향해
‘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을 활동한 음악가가 있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름에서 벗어나 원래의 자신의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했다. 본래의 자신의 이름으로 슈퍼스타가 되어 보겠다는 그녀는 기존과 다른 음악적인 길들을 탐색해보는 것인지 처음 보는 새로운 사람들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그동안과 다른 음악들을 만들어 냈다. ‘Celebrity’라는 새로운 곡을 가지고 돌아온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한정인’이라고 하는 음악가고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코스모스 슈퍼스타로 활동해오다가 2022년 7월에 [Spells]라는 앨범과 함께 한정인 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부모님이 원래 음악을 좋아하셔서 운이 좋게 많은 음악에 노출돼서 자라왔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특히 록 음악을 좋아하셔서 Judas Priest나 RATM을 진짜 좋아하셨어요. Queen이나 Scorpions, Deep Purple 등 올드 록들도 많이 들었어요. 중학교 때는 뚜렷한 장래희망이 있는 사람이 보통 없으니까 저도 재밌는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였는데 제 친구들 중에 서태지 팬이 많았어요. 서태지 라이브 투어 DVD가 발매됐는데 친구들 중에 DVD플레이어가 있는 친구가 없어서 저희 집에서 보면 안되냐고 해서 같이 보게 됐어요. 그때 처음 보고 너무 재밌어 보였고 큰 무대에서 공연하고 사람들이 환호하고 노래도 너무 좋았어요. 그런 모습 때문에 나도 저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키라라의 유튜브 콘텐츠 ‘아니, 어떻게, 이렇게’에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얘기를 나누게 돼서 반갑네요. 😊 코스모스 슈퍼스타에서 이름을 변경했는데 그렇게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제가 그 이름은 20살에 짓기도 했고 그때는 긴 이름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간결한 이름이 좋고 이전의 코슈는 전 우주적인 슈퍼스타라는 뜻에서 지었는데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이 나 자신이 진짜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포부도 있던 것 같아요. 내 이름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고 그런 생각에 활동명을 바꾸게 됐어요. 약간 질리기도 했고요. 😊
Q. 지난 앨범 [Spells]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이이언, 김사월, 천미지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앨범을 완성했어요. 타이틀곡인 ‘Wallflower'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굉장히 작가주의적인 앨범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떤 이야기가 담긴 앨범인가요?
A. ‘한정인’이라는 이름으로 된 첫 정규앨범이면서 ‘코스모스 슈퍼스타’로의 끝을 선언하는 앨범이에요. 제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홍대와 서울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대부분 기억나는 것은 슬프고 불행한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연히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과 함께 어떤 그런 시대를 끝내고 싶다, 개인적인 역사의 끝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이걸 선언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이 주문처럼 작동하길 바라면서 [Spells]라고 지었다. 4번 트랙인 ‘Badluckballad'를 보면 사주나 타로 등 운명에 대해 깊게 몰두했던 시기가 있거든요. 그런 미신적인, 오컬트적인 요소도 곡 중간에 숨겨져 있고 [Spells]라는 이름이 여러모로 해석이 가능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타이틀곡 ‘Wallflower'는 앨범에서 유일하게 발랄한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각 곡들이 저의 어떤 시대를 대변하는 만큼 ‘Wallflower'는 어떤 멋있는 사람들의 세계에 편입하고 깊은 마음을 많이 반영한 곡이에요.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을 따라 하고 싶기도 하고 그 사람이 하는 건 뭐든지 좋아 보일 때가 있잖아요. 자신과 잘 맞는지와 상관없이. 그런 마음을 나타낸 곡이에요.
Q. 예전부터 인터뷰 등의 자료들을 보면 밴드 음악과 전자음악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곤 하셨는데 지금은 그 고민이 좀 해소가 되었나요? 사실 저였다면 성격상 ‘둘 다 잘하면 되는 거지, 뭐’라고 생각해버릴 타입이라. 😊 제가 듣기엔 양쪽 모두를 가정하고 들어도 웰메이드한 아웃풋들을 만드신다고 생각하거든요.
A. 지금도 약간 내면의 록스타가 있어서 밴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는데 기회는 늘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이라도 록이라고 분류되는 음악을 쓰라면 쓸 수 있는데 당장은 한정인 이라는 이름 안에서 맥락상 잘 묶이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큰 것 같아요. 공연에서 밴드 세션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은 있다고 생각해요.
Q. 최근에 컴필레이션 앨범 [fresh as...⁎⁺˳✧༚]에 참여했어요. 송캠프나 세션 형식의 곡 작업이 익숙한 뮤지션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인디 씬의 경우에는 이런 시스템이 아직 많이 들어와 있지는 않기도 해요. 전자음악가인 정인 님의 경우에는 그래도 경험이 있을 법 할 것도 같은데 아티스트 입장에서의 송캠프는 어떤 느낌인가요?
A. 저도 사실 협업을 많이 해온 음악가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키라라, 공중도덕 등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긴 했었어요. 그래도 보통은 송캠프라는 자리처럼 모여서 뭔가를 특정 주제로 작업한다는 건 없어서 생소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오랫동안 새로운 음악가 친구가 없었는데, 오래된 친구들만 남아 있어서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작업하는 자리가 신선하게 느껴지긴 했어요. 되게 다양한 자극이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돌아보게 되었고요. 다음에 하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Q. 수록곡 ‘Celebrity'에 참여했어요. 확실히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서 그런지 기존에 본인이 들려주던 음악과는 다른 무드의 곡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곡이 탄생하는 동안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던 곡일까요?
A. 송캠프를 처음 시작할 때 게더링을 통해 각자의 데모를 들어보고 그걸 바탕으로 팀을 짰어요. 저는 그때부터 ZWOO 님과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 송캠프에서 유일하게 약간이라도 안면이 있는 MADDYXP도 ZWOO 님을 같이 작업하고 싶은 사람으로 꼽았고 그렇다면 셋이 하는 게 가장 멋있지 않겠나 해서 자연스럽게 팀이 결성되었어요. 사실 또 어떤 의미로 두 분과 같이 곡은 만드는 건 저에겐 낯설지 않은 옷을 입는 거라서 ‘Celebrity' 작업은 수월하고 빠르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ZWOO 님이 트랙을 하나 던지고 카톡으로 확인하고 ’탑라인을 슬슬 써볼까요‘라고 했는데 MADDYXP가 한 시간만에 탑라인을 거의 다 쓰는 거예요. ’너무 빠른데??‘ 그러면서😊 저는 어떤 부분에는 느낌을 더 내면 좋겠다, 편곡적으로 어떤 구간을 더 넣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고 조율도 빨랐어요. 보컬을 녹음할 때 그동안 제가 불러본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불러야 해서 약간 시간이 걸렸어요. 결과적으로는 전반적으로 수월하게 잘 됐어요.
SNS상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잖아요. 그 너머에 있는 게 진짜 사람이든 가짜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셀러브리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어떤 가상 세계에서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얘를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와는 반대죠. 진짜 너를 보여줘, 진짜 나를 알아줘 등의 얘기를 보통 하는데 저희는 약간 비틀어서 가짜 나여도 멋있게 꾸민 나와 재밌어 보이는 네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주제로 만들어 봤어요. 요즘 시대에 맞는 주제인 것 같아요.
Q. 이번 송캠프와 컴필레이션 앨범 프로젝트는 음악 창작 지원 플랫폼 OPCD가 주최하고 뮤직앤뉴, 미러볼뮤직이 함께한 것으로 들었어요. 이번 컴필레이션에서 유통사(뮤직앤뉴, 미러볼뮤직)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나요?
A. 미러볼과 뮤직앤뉴, OPCD 측에서 게더링을 3회 정도 진행해서 각 뮤지션간의 네트워크를 유도하려고 하신 것 같아요. 각 게더링에서 따로 다큐멘터리나 인터뷰 촬영 등을 통해서 부가적인 콘텐츠를 많이 만들려고 하셨어요. 이제 곧 같이 공개될 것 같은데 요즘은 다양한 콘텐츠가 있으면 그게 곧 프로모션이 되니까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곡 자체에는 거의 터치를 안 하셨어요. 팀을 꾸리는데도 거의 터치가 없었고 꽤 자유로운 환경에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꽤 새롭긴 했어요. 보통 유통사 측에서 인디뮤지션 대상으로 송캠프를 하는 건 전무하니까 여러모로 의욕이 보여서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Q. 단체곡 ‘Farewell'에서는 메인 프로듀서로 작업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프로젝트는 이끄는 프로듀서로서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하는 경험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이 곡은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들으면 좋을까요?
A. 약간 정정할게, 메인 프로듀서로 처음 시작했던 건 맞는데 결과적으로는 내부 의견을 따라서 ZWOO 님 트랙으로 진행을 했어요. 거기에 저는 탑라인과 가사를 맡았고 황재 님이 기타와 탑라인 일부를 써주시면서 진행을 했어요. 단체곡이 사실 이 송캠프의 힘든 과제였어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단체곡은 전적으로 A&R 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팀 구성이라 서로의 음악 스타일이 낯설기도 하고 참여하는 인원이 많기도 했어요. 전원 팀원을 모두 함께 균등하게 참여할 수 있을 만한 트랙이나 진행방식에 미숙했던 것 같아서 아쉽긴 해요. 앞으로도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하게 됐을 때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미니멀한 기타에 강렬한 808비트가 곁들여진, 하지만 노래는 서정성을 띠고 있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누군가의 이별 후에 나아가려는 의지를 Refresh랑 결부해서 만들려고 했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A. 올해 싱글앨범 발매를 계획 중이고 금년 중에 저의 음악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재밌게 들을 수 있을 만한 여러 가지 일을 궁리하고 있어요. 앨범도 그렇고 공연도 그렇고 이런저런 콘텐츠도 그렇고. 모두 알려드리면 재미없으니 계속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June 12, 2023
Editor Dike(오상훈)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