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음악으로 검증이 되어 있다면 새로 나온 신인 아티스트라고 해서 듣지 않은 이유가 없다. 나에겐 이번에 첫 앨범 [4Cuts]를 발표한 진솔이 그런 아티스트다. 오히려 검증이 되다 못해 예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송캠프에서 그녀의 곡을 듣고 충격적으로 너무 좋아서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을 정도니까.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진솔 : 저는 이번에 처음 1집을 내고 활동하는 아티스트 진솔입니다. 원래는 케이팝 프로듀서를 5, 6년 정도 하고 있고 이제 싱어송라이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
Q. 저에겐 히트 메이커이자 감각적인 K-pop 작곡가로 더 익숙한 진솔 님이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어떤 삶의 과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A. 진솔 : 저는 엄청난 케이팝 덕후였어요. 실제로 아이돌 덕질도 했고 샤이니를 너무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매일 바뀌었어요. 자고 일어나며 이거 하고 싶고 저거 하고 싶고, 끈질기게 하는 게 없었는데 와중에 유일하게 끈질기게 했던 게 피아노와 수영이었어요. 그런데 샤이니를 덕질하게 되면서 어떻게든 샤이니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어떻게 오빠들을 만날까 생각해보니 가수는 아닌 것 같고 그러면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음악에 관심을 깊게 가지게 되면서 작곡을 시작했어요.
아이러니하게 작곡을 시작하면서는 홍대병이 걸려서 아이돌 음악을 안 듣고 잠시 스톱하게 됐어요. 고2 때부터 인디음악이나 팝 아티스트들, 재즈를 많이 듣게 됐어요. 그렇게 음악을 하다가 실용음악과에 들어가서 작곡을 하고 피아노에 관심을 가져서 그쪽으로 많이 하다가 졸업하기 일 년 전에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입시만을 위해 달려서 그것만 보고 목표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니까 주어진 것들만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저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도 너무 많은데 이걸 계속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어서 태초에 내가 왜 음악을 시작했는지 고민을 했고 작곡을 하려 했던 거다, 라는 답을 나와서 당시에 제가 하던 일들을 다 접고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그때부터 케이팝을 쓰기 시작했어요. 찾아가서 배워보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케이팝을 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MP3 시절에 담아서 들었던 노래들이 케이팝이 진짜 많았거든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서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확실히 다시 방향을 틀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더 경험 있는 선배 분을 만나서 입봉을 하게 되고 감사하게 케이팝 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고 팀을 하는 친구랑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음악들을 조금씩 써 보기도 했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있었어요. 잘 아시겠지만 보통 거의 한 곡씩 피칭을 하잖아요. 거기서 곡이 선택이 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다가 한 팀이 신인이었을 때부터 감사하게도 한 곡씩 계속 들어가면서 그 팀의 성장 과정을 같이 보면서 제가 살짝 작곡가에서 프로듀서가 된 느낌을 받게 해줬거든요, KISS OF LIFE가. 그런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이 케이팝을 오래 하려면 내 음악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예전부터 음원을 내고 싶었는데 지금은 편곡도 멜로디도 가사도 다 혼자서 쓸 수 있게 됐고 제가 진짜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음악을 내고 싶었어요. 쉴 때 듣는 음악이 또 따로 있는데 그런 음악들을 아이돌이 발매를 많이 하진 않으니까 그런 생각에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지난 11월 25일에 데뷔 앨범 [4Cuts]가 발표됐어요.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한 앨범이라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A. 진솔 : 아티스트마다 다르겠지만 앨범을 준비하면 그거에만 집중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 기존에 하던 일들을 스톱을 할 수 없어서 기존 일을 병행하면서 진행했어요. 일단 발매일을 그냥 잡아버렸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못할 것 같더라고요. 다행히 하는 분을 통해 유통사를 소개 받아서 날짜를 잡고 그때를 목표로 곡을 하나씩 썼어요.
사실 발매일을 잡기 전에 2곡을 미리 써두었는데 그 중에 앨범을 무조건 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노래가 4번 트랙 ‘연인실격’이에요. 가사 없이 멜로디만 있었는데 그 곡를 썼을 때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이 곡을 쓰자마자 ‘나 미니를 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모든 게 딱 결정된 거였어요. 이후에 이런 느낌이 하나 더 필요한데 싶어서 만든 게 ‘차사량’이에요. 아이러니하게 가장 마지막에 완성한 것도 ‘차사량’이에요.
그러고 발매 날짜를 잡고 곡을 써 내려가면서 제가 원래는 작곡가니까 프로듀서 앨범을 내려고 했어요. 모든 곡에 피처링 다 붙이려고 했는데 친한 아티스트 동생이 노래를 다 듣더니 언니가 직접 불러야 할 것 같다고 애기해줬어요. 피처링을 쓰더라도 저와 연관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언니가 프로듀서니까 아이돌 친구들과 작업할 기회가 있다면 딱 한 슬롯만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얘기를 듣고 계획이 세워졌어요. 제가 노래를 다 부르고 딱 두 슬롯만 오마이걸 효정 님과 신인류의 온유 님이 도와주게 됐어요.
순서는 4번 트랙 ‘연인실격’을 먼저 쓰고 3번 트랙 ‘치사량’을 썼어요. 1절만 스케치를 다 해놓고 앨범 구성을 만들어 둔 다음에 2절를 만드는 케이스였어요. 그리고 ‘정신 좀 차려’가 그 다음으로 만들어졌어요. 친구가 신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얘기하기도 했고 제가 예전에 D'Sound를 좋아해서 그 영향을 받아서 쓴 노래예요. 또 좀 더 신나는 게 필요한가? 해서 1번 트랙 ‘Balance Game’을 쓰게 됐고 곡을 만들 때부터 효정이에게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에요. 그러고 나서 5번 트랙 'Easy'를 쓰게 됐어요.
전체적으로 앨범의 결이 롤러코스터를 너무 좋아해서 완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에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롤러코스터 외에도 Men I Trust 와 아까 말씀드린 D'Sound에요. 밴드지만 살짝은 신스팝 사운드도 이용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약간 의외성이지만 에픽하이도 있어요.😊 제가 싸이월드 세대여서 그때의 플리를 좋아해서 그런 감성을 좋아해요. 마지막 슬롯이 남았을 때 고민을 좀 했거든요. 너무 밝은 것만 하기엔 앞으로 낼 음악들이 그렇게 밝지 않을 것 같아서 ‘열린 결말’을 쓰게 된 것 같아요.
Q. 1번 트랙인 ‘Balance Game (feat. 효정 of OH MY GIRL)’은 Happy에 해당하는 트랙이에요. 오마이걸의 효정 님이 피처링으로 참여했고요. 이 곡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A. 진솔 : 앨범 전체적으로 설명하면 [4Cuts]라고 해서 연애에서 느꼈던 4가지 감정을 담고 있어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연애 얘기를 하려고 했고 누군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Balance Game’은 밸런스 게임의 중독자인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계속 밸런스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가 뭘 좋아하고 뭘 선택할지 알고 있는데 그냥 ‘네가 좋아’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걸 간접적으로 계속 이야기하는 노래에요. 러블리한 내용이라 효정이의 이미지랑도 잘 어울리는 곡이에요.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귀엽고 소소한 노래입니다.
Dike : 이런 소재에 대한 센스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요. 저한테는 없는 거거든요.
진솔 : 그렇게 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타이틀 곡인 ‘정신 좀 차려’는 Empty에 해당하는 트랙이에요. 노래 중간에 내레이션이 나오는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멜로디도 너무 좋고요. 저는 타이틀 곡인 ‘정신 좀 차려’가 제일 제 취향이예요. 이 곡은 어떻게 탄생한 곡인가요?
A. 진솔 : 이 곡은 재밌는 노래인데 Empty가 이미 그 사람과 헤어지고 제 마음이 완벽하게 비어있는 상태에요. 그래서 오히려 편안함에 이른 상태의 곡이에요. 전 연인이 잘 못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고 그래도 내 얼굴에 먹칠 안하고 잘 지냈으면 하는 시기가 있거든요. 저는 제 기준으로 마음이 남아 있을 때, 좋은 사람이었다면 잘 지냈으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없이는 잘 못지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곡에서는 완전 마음이 없고 안 좋았던 남자친구라는 설정이 되어 있어서 ‘제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 근데 착각하지 마. 미련이 아니고 너의 친구들이 내 친구여서 개네들이 말해주는 거니까 이상한 짓 하지 말아’라고 말하는 전남친 디스곡 같은 노래에요. 여자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싶은 노래고 가사도 비유법이 거의 없고 직설적인 가사들이 많아요.
저 말 잘하고 있나요?
Dike : 그럼요, 완전 재밌게 잘 얘기해주고 계셔요.😊
Q. 이번 앨범의 스토리텔링이 개인의 경험도 반영되어 있겠지만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 같아요. SNS에도 드라마 ‘나의 아저씨’, 영화 ‘라라랜드’ 등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올려 주신 걸 봤어요. 평소에 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시나요? 그리고 보통의 곡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진솔 : 저는 곡에 대한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얻는 편인데 어떤 곡에서도 영감을 받고 혹은 책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드라마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많이 받는데 이 친구가 어떤 얘기를 하면 그걸 혼자 상상을 해서 많이 영감을 받아요. 가사에 대한 영감도 비슷하거든요. 확실히 제가 직접 경험한 것에서는 더 확실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경험을 각색을 해서 녹여내는 것 같아요.
Q. Messy에 해당하는 ‘치사량 (Help Me) (feat. 신온유 of Shin In Ryu)’는 특유의 마이너한 무드가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사실 이런 마이너한 감성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 곡도 며칠 사이에 많이 들었어요. 이 곡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진솔 : ‘치사량’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쓰자마자 느낌이 왔다, 하는 곡이었어요. 제목이 아예 ‘치사량’이라고 처음부터 붙었는데 가사를 완벽하게 쓰지 않았는데도 처음부터 Help me 였어요.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데 서로에게 좋지 않은 사람이고 최악인 거예요. 그런 마음이 들지만 이 사람을 끊어버리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게 컨셉이었어요. 저의 마음도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서 [구의 증명]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3번을 읽은 책이거든요. 책의 설정 자체가 처음부터 연인이 죽어요. 그 죽은 연인을 먹는 설정으로 나오는 특이한 설정이에요. 그 글을 쭉 읽었을 때 사랑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제가 읽기엔 얼마나 사랑했으면 지독한 사랑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지독하게 사랑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노래에요.
사실 온유 님의 피처링 후보 곡이 2곡이었어요. ‘치사량’ 외에도 ‘연인실격’이 있었는데 둘 다 무드가 비슷해서 둘 중 하나를 부탁하고 싶다고 하며 온유한테 들려줬어요. 온유가 ‘언니, 제가 치사량을 더 잘 부를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불러준 걸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1절을 쓴 상태에서 온유가 2절 가사를 다 써줬는데 그때 너무 좋아서 제가 확 감겼어요. ‘이거 타이틀 해야 겠다’라고 바로 생각했어요.
Q. 마지막 트랙인 ‘열린결말 (Open Ending)’은 Lonely에 해당하는 트랙이에요. 여기까지 쭉 앨범을 듣다 보니 진솔님의 목소리의 음색과 곡의 무드, 발음 뉘앙스 등이 예전의 밴드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진솔 : 장기 연애를 한 커플에 대한 이야기인데 ‘라라랜드’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라라랜드의 마지막 씬을 보면 라이언 고슬링이 미아와 계속 만났다면 가정을 꾸리고 아기도 낳고 하는 상상을 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남자가 옆에 있어요. 라이언 고슬링의 공연에 미아가 와서 만나는데 옆에 다른 남자가 있는, 나름대로의 열린 결말이지만 저는 결말이 있었다고 생각 하거든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상상을 했는데 오래 만난 커플이 어떤 한 영화를 같이 봤는데 그 영화가 열린 결말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남자와 여자의 결론이 항상 다른 거죠. 그게 시작이었고 만남에서도 ‘우리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서 남자는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고 관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는데 이걸 다르게 해석해서 결국 다른 결말이 된 거에요.
솔직히 말하면 이건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다른 결말’이 맞는데 여자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있으니까 열린 결말로 열어두고 싶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알았지만 좋게 만들고 싶었어, 그런데 우리는 좋게 만들지 못 했어’라는 내용의 가사가 반복되거든요.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결국 같이 하지 못한 그런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에요.
Q. 음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어떤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A. 진솔 : 진짜 취미가 없다가 이것저것 했어요. 도자기도 좀 만들고 그림도 살짝 그려봤어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누워서 넷플릭스 보는 게 제일 좋고, 그래도 저를 비우는 시간으로 여행을 1년에 한두 번은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작곡가로서의 진솔님 외의 아티스트로서의 진솔님의 앞으로가 더 궁금해졌어요. 예전에 저희가 마주쳤던 워너뮤직의 송캠프 때, 같이 작업을 하진 않았지만 중간에 작업하시던 곡을 룸에서 틀어 놓으신 걸 우연히 들었는데 곡이 너무 충격적으로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개인 앨범이 나온다고 하셨을 때 엄청 기대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진솔 : 원래는 빨리 이걸 해치워야지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내년에 시간이 있으면 EP앨범 하나와 싱글, 시간이 없어도 싱글만 조금씩 낼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음악으로 스트리밍 안에서만 들어도 존재감이 확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A와 B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이미 음악으로 검증이 되어 있다면 새로 나온 신인 아티스트라고 해서 듣지 않은 이유가 없다. 나에겐 이번에 첫 앨범 [4Cuts]를 발표한 진솔이 그런 아티스트다. 오히려 검증이 되다 못해 예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송캠프에서 그녀의 곡을 듣고 충격적으로 너무 좋아서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을 정도니까.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진솔 : 저는 이번에 처음 1집을 내고 활동하는 아티스트 진솔입니다. 원래는 케이팝 프로듀서를 5, 6년 정도 하고 있고 이제 싱어송라이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
Q. 저에겐 히트 메이커이자 감각적인 K-pop 작곡가로 더 익숙한 진솔 님이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어떤 삶의 과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A. 진솔 : 저는 엄청난 케이팝 덕후였어요. 실제로 아이돌 덕질도 했고 샤이니를 너무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매일 바뀌었어요. 자고 일어나며 이거 하고 싶고 저거 하고 싶고, 끈질기게 하는 게 없었는데 와중에 유일하게 끈질기게 했던 게 피아노와 수영이었어요. 그런데 샤이니를 덕질하게 되면서 어떻게든 샤이니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어떻게 오빠들을 만날까 생각해보니 가수는 아닌 것 같고 그러면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음악에 관심을 깊게 가지게 되면서 작곡을 시작했어요.
아이러니하게 작곡을 시작하면서는 홍대병이 걸려서 아이돌 음악을 안 듣고 잠시 스톱하게 됐어요. 고2 때부터 인디음악이나 팝 아티스트들, 재즈를 많이 듣게 됐어요. 그렇게 음악을 하다가 실용음악과에 들어가서 작곡을 하고 피아노에 관심을 가져서 그쪽으로 많이 하다가 졸업하기 일 년 전에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입시만을 위해 달려서 그것만 보고 목표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니까 주어진 것들만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저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도 너무 많은데 이걸 계속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어서 태초에 내가 왜 음악을 시작했는지 고민을 했고 작곡을 하려 했던 거다, 라는 답을 나와서 당시에 제가 하던 일들을 다 접고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그때부터 케이팝을 쓰기 시작했어요. 찾아가서 배워보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케이팝을 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MP3 시절에 담아서 들었던 노래들이 케이팝이 진짜 많았거든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서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확실히 다시 방향을 틀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더 경험 있는 선배 분을 만나서 입봉을 하게 되고 감사하게 케이팝 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고 팀을 하는 친구랑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음악들을 조금씩 써 보기도 했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있었어요. 잘 아시겠지만 보통 거의 한 곡씩 피칭을 하잖아요. 거기서 곡이 선택이 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다가 한 팀이 신인이었을 때부터 감사하게도 한 곡씩 계속 들어가면서 그 팀의 성장 과정을 같이 보면서 제가 살짝 작곡가에서 프로듀서가 된 느낌을 받게 해줬거든요, KISS OF LIFE가. 그런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이 케이팝을 오래 하려면 내 음악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예전부터 음원을 내고 싶었는데 지금은 편곡도 멜로디도 가사도 다 혼자서 쓸 수 있게 됐고 제가 진짜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음악을 내고 싶었어요. 쉴 때 듣는 음악이 또 따로 있는데 그런 음악들을 아이돌이 발매를 많이 하진 않으니까 그런 생각에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지난 11월 25일에 데뷔 앨범 [4Cuts]가 발표됐어요.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한 앨범이라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이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A. 진솔 : 아티스트마다 다르겠지만 앨범을 준비하면 그거에만 집중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 기존에 하던 일들을 스톱을 할 수 없어서 기존 일을 병행하면서 진행했어요. 일단 발매일을 그냥 잡아버렸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못할 것 같더라고요. 다행히 하는 분을 통해 유통사를 소개 받아서 날짜를 잡고 그때를 목표로 곡을 하나씩 썼어요.
사실 발매일을 잡기 전에 2곡을 미리 써두었는데 그 중에 앨범을 무조건 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노래가 4번 트랙 ‘연인실격’이에요. 가사 없이 멜로디만 있었는데 그 곡를 썼을 때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이 곡을 쓰자마자 ‘나 미니를 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모든 게 딱 결정된 거였어요. 이후에 이런 느낌이 하나 더 필요한데 싶어서 만든 게 ‘차사량’이에요. 아이러니하게 가장 마지막에 완성한 것도 ‘차사량’이에요.
그러고 발매 날짜를 잡고 곡을 써 내려가면서 제가 원래는 작곡가니까 프로듀서 앨범을 내려고 했어요. 모든 곡에 피처링 다 붙이려고 했는데 친한 아티스트 동생이 노래를 다 듣더니 언니가 직접 불러야 할 것 같다고 애기해줬어요. 피처링을 쓰더라도 저와 연관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언니가 프로듀서니까 아이돌 친구들과 작업할 기회가 있다면 딱 한 슬롯만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얘기를 듣고 계획이 세워졌어요. 제가 노래를 다 부르고 딱 두 슬롯만 오마이걸 효정 님과 신인류의 온유 님이 도와주게 됐어요.
순서는 4번 트랙 ‘연인실격’을 먼저 쓰고 3번 트랙 ‘치사량’을 썼어요. 1절만 스케치를 다 해놓고 앨범 구성을 만들어 둔 다음에 2절를 만드는 케이스였어요. 그리고 ‘정신 좀 차려’가 그 다음으로 만들어졌어요. 친구가 신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얘기하기도 했고 제가 예전에 D'Sound를 좋아해서 그 영향을 받아서 쓴 노래예요. 또 좀 더 신나는 게 필요한가? 해서 1번 트랙 ‘Balance Game’을 쓰게 됐고 곡을 만들 때부터 효정이에게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에요. 그러고 나서 5번 트랙 'Easy'를 쓰게 됐어요.
전체적으로 앨범의 결이 롤러코스터를 너무 좋아해서 완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에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롤러코스터 외에도 Men I Trust 와 아까 말씀드린 D'Sound에요. 밴드지만 살짝은 신스팝 사운드도 이용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약간 의외성이지만 에픽하이도 있어요.😊 제가 싸이월드 세대여서 그때의 플리를 좋아해서 그런 감성을 좋아해요. 마지막 슬롯이 남았을 때 고민을 좀 했거든요. 너무 밝은 것만 하기엔 앞으로 낼 음악들이 그렇게 밝지 않을 것 같아서 ‘열린 결말’을 쓰게 된 것 같아요.
Q. 1번 트랙인 ‘Balance Game (feat. 효정 of OH MY GIRL)’은 Happy에 해당하는 트랙이에요. 오마이걸의 효정 님이 피처링으로 참여했고요. 이 곡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A. 진솔 : 앨범 전체적으로 설명하면 [4Cuts]라고 해서 연애에서 느꼈던 4가지 감정을 담고 있어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연애 얘기를 하려고 했고 누군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Balance Game’은 밸런스 게임의 중독자인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계속 밸런스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가 뭘 좋아하고 뭘 선택할지 알고 있는데 그냥 ‘네가 좋아’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그걸 간접적으로 계속 이야기하는 노래에요. 러블리한 내용이라 효정이의 이미지랑도 잘 어울리는 곡이에요.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귀엽고 소소한 노래입니다.
Dike : 이런 소재에 대한 센스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요. 저한테는 없는 거거든요.
진솔 : 그렇게 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타이틀 곡인 ‘정신 좀 차려’는 Empty에 해당하는 트랙이에요. 노래 중간에 내레이션이 나오는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멜로디도 너무 좋고요. 저는 타이틀 곡인 ‘정신 좀 차려’가 제일 제 취향이예요. 이 곡은 어떻게 탄생한 곡인가요?
A. 진솔 : 이 곡은 재밌는 노래인데 Empty가 이미 그 사람과 헤어지고 제 마음이 완벽하게 비어있는 상태에요. 그래서 오히려 편안함에 이른 상태의 곡이에요. 전 연인이 잘 못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고 그래도 내 얼굴에 먹칠 안하고 잘 지냈으면 하는 시기가 있거든요. 저는 제 기준으로 마음이 남아 있을 때, 좋은 사람이었다면 잘 지냈으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없이는 잘 못지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곡에서는 완전 마음이 없고 안 좋았던 남자친구라는 설정이 되어 있어서 ‘제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 근데 착각하지 마. 미련이 아니고 너의 친구들이 내 친구여서 개네들이 말해주는 거니까 이상한 짓 하지 말아’라고 말하는 전남친 디스곡 같은 노래에요. 여자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싶은 노래고 가사도 비유법이 거의 없고 직설적인 가사들이 많아요.
저 말 잘하고 있나요?
Dike : 그럼요, 완전 재밌게 잘 얘기해주고 계셔요.😊
Q. 이번 앨범의 스토리텔링이 개인의 경험도 반영되어 있겠지만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 같아요. SNS에도 드라마 ‘나의 아저씨’, 영화 ‘라라랜드’ 등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올려 주신 걸 봤어요. 평소에 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시나요? 그리고 보통의 곡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진솔 : 저는 곡에 대한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얻는 편인데 어떤 곡에서도 영감을 받고 혹은 책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드라마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많이 받는데 이 친구가 어떤 얘기를 하면 그걸 혼자 상상을 해서 많이 영감을 받아요. 가사에 대한 영감도 비슷하거든요. 확실히 제가 직접 경험한 것에서는 더 확실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제 경험을 각색을 해서 녹여내는 것 같아요.
Q. Messy에 해당하는 ‘치사량 (Help Me) (feat. 신온유 of Shin In Ryu)’는 특유의 마이너한 무드가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사실 이런 마이너한 감성도 좋아하는 편이라 이 곡도 며칠 사이에 많이 들었어요. 이 곡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진솔 : ‘치사량’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쓰자마자 느낌이 왔다, 하는 곡이었어요. 제목이 아예 ‘치사량’이라고 처음부터 붙었는데 가사를 완벽하게 쓰지 않았는데도 처음부터 Help me 였어요.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데 서로에게 좋지 않은 사람이고 최악인 거예요. 그런 마음이 들지만 이 사람을 끊어버리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게 컨셉이었어요. 저의 마음도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서 [구의 증명]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3번을 읽은 책이거든요. 책의 설정 자체가 처음부터 연인이 죽어요. 그 죽은 연인을 먹는 설정으로 나오는 특이한 설정이에요. 그 글을 쭉 읽었을 때 사랑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제가 읽기엔 얼마나 사랑했으면 지독한 사랑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지독하게 사랑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노래에요.
사실 온유 님의 피처링 후보 곡이 2곡이었어요. ‘치사량’ 외에도 ‘연인실격’이 있었는데 둘 다 무드가 비슷해서 둘 중 하나를 부탁하고 싶다고 하며 온유한테 들려줬어요. 온유가 ‘언니, 제가 치사량을 더 잘 부를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불러준 걸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1절을 쓴 상태에서 온유가 2절 가사를 다 써줬는데 그때 너무 좋아서 제가 확 감겼어요. ‘이거 타이틀 해야 겠다’라고 바로 생각했어요.
Q. 마지막 트랙인 ‘열린결말 (Open Ending)’은 Lonely에 해당하는 트랙이에요. 여기까지 쭉 앨범을 듣다 보니 진솔님의 목소리의 음색과 곡의 무드, 발음 뉘앙스 등이 예전의 밴드 롤러코스터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진솔 : 장기 연애를 한 커플에 대한 이야기인데 ‘라라랜드’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라라랜드의 마지막 씬을 보면 라이언 고슬링이 미아와 계속 만났다면 가정을 꾸리고 아기도 낳고 하는 상상을 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남자가 옆에 있어요. 라이언 고슬링의 공연에 미아가 와서 만나는데 옆에 다른 남자가 있는, 나름대로의 열린 결말이지만 저는 결말이 있었다고 생각 하거든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상상을 했는데 오래 만난 커플이 어떤 한 영화를 같이 봤는데 그 영화가 열린 결말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남자와 여자의 결론이 항상 다른 거죠. 그게 시작이었고 만남에서도 ‘우리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서 남자는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고 관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는데 이걸 다르게 해석해서 결국 다른 결말이 된 거에요.
솔직히 말하면 이건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다른 결말’이 맞는데 여자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있으니까 열린 결말로 열어두고 싶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걸 알았지만 좋게 만들고 싶었어, 그런데 우리는 좋게 만들지 못 했어’라는 내용의 가사가 반복되거든요. 서로의 생각이 달라서 결국 같이 하지 못한 그런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에요.
Q. 음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어떤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A. 진솔 : 진짜 취미가 없다가 이것저것 했어요. 도자기도 좀 만들고 그림도 살짝 그려봤어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누워서 넷플릭스 보는 게 제일 좋고, 그래도 저를 비우는 시간으로 여행을 1년에 한두 번은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작곡가로서의 진솔님 외의 아티스트로서의 진솔님의 앞으로가 더 궁금해졌어요. 예전에 저희가 마주쳤던 워너뮤직의 송캠프 때, 같이 작업을 하진 않았지만 중간에 작업하시던 곡을 룸에서 틀어 놓으신 걸 우연히 들었는데 곡이 너무 충격적으로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개인 앨범이 나온다고 하셨을 때 엄청 기대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진솔 : 원래는 빨리 이걸 해치워야지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내년에 시간이 있으면 EP앨범 하나와 싱글, 시간이 없어도 싱글만 조금씩 낼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음악으로 스트리밍 안에서만 들어도 존재감이 확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December 01, 2025
Editor Dike(오상훈)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