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Yeon and Pil | Bad Room

“억압은 영원할 것 같았고, 변화는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슬로우스타터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보면 꾸준히, 누구보다 오래, 먼 곳을 가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들어왔다. 박지성 시절의 맨유마저도 리그 초반에는 늘 슬로우스타터였으니까.


얼마 전에 Yeon and Pil의 쇼케이스 공연을 다녀왔다. 서로 다른 음악을 하다가 만나 같이 음악을 시작한 두 사람의 결과물은 내 기대 이상의 음악이었다. 누구인지 모르고 들었다면 또 보석 같은 밴드를 찾았다고 좋아했을 그런 음악. 그리고 두 사람 모두와 인연이 있었기에 Yeon and Pil이 누구보다 오래, 먼 곳까지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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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연경 : 저희는 연앤필(Yeon and Pil)이고 저는 작사와 보컬 맡고 있는 진연경입니다.


정필:저는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최정필입니다.


Q. 두 분은 각자 이전에 다른 팀을 하다가 Yeon and Pil을 결성하고 24년도부터 음원을 내기 시작했어요. 어떤 계기로 같이 음악을 하게 됐나요?


A. 정필:이건 제가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달리’라는 친구를 통해 같이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엔 연경이가 ‘데일리 랩’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저는 이 친구가 커버했던 사운드 클라우드의 음악들을 훑어 들어본 상태였어요. 특히 인스타그램에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를 커버했던 게 있었는데 제가 라나 델 레이를 좋아했고 목소리 톤도 잘 어울렸어요. 그래서 나도 뭔가 같이 음악을 하면 좋을 것 같은 목소리라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이 친구가 기타를 도와달라고 해서 커버를 하나 같이 한 적이 있어요. 그게 또 너무 좋은 거예요. 그렇게 3년 정도 지났다가 또 달리와 셋이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연경이와 같이 음악 하고 싶다’라고 고백같이 얘기했는데 달리가 같이 하라고 부추기며 도와줬어요. 제 관점에서는 이렇게 같이 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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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 : 전 그때 당시에 개인적인 이유로 ‘데일리 랩’은 활동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솔로 앨범을 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평소에 라나 델 레이나 얼터너티브 록을 좋아하니까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곡을 쓰고서 편곡을 오빠한테 맡기고 있었어요.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동시에 오빠한테 기타도 배우고 있었는데 기타를 배우러 갔을 때 오빠가 저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꼭 이런 음악을 해야 하는 거냐? 아니면 비슷한 것도 괜찮은 거냐?’라고 해서 ‘비슷한 거도 괜찮다, 난 록이면 된다’라고 하니까 오빠가 같이 하자고 해서 ‘감사합니다!’하고 그때부터 같이 했어요. 사실 그 전에 오빠가 곡을 하나 보내줬는데 그게 저희가 첫 싱글로 낸 [Falling]이에요. 대충 녹음을 해봐달라고 했던 게 있어서 그걸 계기로 시작하면서 연앤필(Yeon and Pil)이 시작됐어요. 저도 평소에 오빠가 쓴 곡들을 들었을 때 너무 좋은 거예요. 근데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왜 못했지?😊 


Dike : 역시 사람이 적극적이어야 하나 봐요.


정필 : 그러기가 쉽지가 않아.


연경 : 맞아, 근데 어떻게 얘기를 해주게 됐는지.😊 


정필 : 그때는 나도 목구멍 끝까지 차올라 있었어. 그 상태로 몇 번 보니까 튀어나온 거지.



Q. 지난 3월에 발표한 첫 EP앨범 [Bad Room]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해볼게요. 이 앨범에 상당히 공을 들여 준비한 느낌이 나요. 전 곡에 라이브 퍼포먼스 비디오도 있고요. 이 앨범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앨범인가요?


A. 연경 : 전체적인 것은 엄청 감정이 억압된 상태에서 점점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앨범이에요. 5곡의 트랙이 1번부터 5번까지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들으실 때 순서대로 들어 보는 걸 추천해 드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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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번 트랙 ‘Bad Room'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곡이지 궁금해요. 그리고 작업 과정 중에 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연경 : 그 당시에 신기한 게 오빠가 제 상태에 맞는 곡을 딱 보내줬어요. 오빠는 뭐 때문에 이런 곡을 썼는지 자세히는 그때 못 들었지만 저는 곡을 듣고 내 상태를 그대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살다 보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닥칠 때가 있잖아요? 그때 터널에 갇힌 느낌의 상태라서 답을 찾을 수도 없고 나는 그냥 그 상태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 곡을 듣는데 이입이 잘 됐어요. 굉장히 무기력한 상태여서 내용이 무기력함에 관한 것이고 가사도 별로 없어요. ‘나 힘들어’라고 말하면서 거의 안녕을 말하고 있는 곡? 힘든 것들을 안녕하고 싶어서 힘없이 부르고 있는 노래예요.


정필:저희는 보통 작업 순서가 제가 비트를 만들고 멜로디를 같이 흥얼거려서 보내주면서 쓰게 돼요. 이번에 곡들을 소개하려고 정리하다 보니 알게 된 건데 둘이 상황이 비슷했더라고요. 아까 연경이가 터널을 얘기했는데 저도 무기력은 당연했고 갇힌 느낌으로 오래 있었어요. 사람이 그렇게 오래 있으면 나가기조차 힘들더라고요. 그게 평소가 되니까. 그런데 거기서 한 걸음 내딛게 해주는 게 저에게는 연앤필(Yeon and Pil)이었고 저희의 상황이 담겼었고 그런 시작의 의미가 있는 곡이에요.


연경 : 다른 상황이었겠지만 같은 걸 표현하고 싶은 게 맞아 떨어진 느낌이에요.



Q. 2번 트랙 ‘So...'는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곡이예요. 데일리 랩 시절의 연경님의 보컬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이 곡을 통해 지금의 Yeon and Pil의 음악에서 연경 님의 보컬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연경 : 터널에서 있다가 보니 짜증이 났던 거죠.😊  계속 그 안에서 터트리지는 못하고 짜증을 머금게 되고, 증오하게 되고, 부정적이게 되고, 탓하게 되는 그런 감정을 담았어요. 계속 ‘그래서(So...)’라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너 때문에 나는 계속 어두운 그곳이 있다’라고 그렇게라도 속에서 짜증을 내고 있는 상태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정필:그 짜증을 분출하는 것 같은 곡이긴 하잖아요, 뭔가 소리를 지르는?


연경 : 근데 분출까지는 아닌 것 같은 게 제가 이 곡에서 소리를 지르진 않고 있거든요. 악기들이 그런 마음을 대신해주는 느낌이고 저는 계속 머금고 있는 느낌으로 So를 말하고 있어요.


정필 : 신기하게 저희가 이렇게 얘기해서 진행된 게 아니고 작업순서대로 만들어서 줬던 곡인데 그런 게 잘 맞아 떨어졌어요.


연경 : 항상 오빠 곡들은 ‘나의 이 감정을 풀면 되겠다’가 되더라고요. 오빠는 이 곡을 왜 썼어요? 제가 궁금해서.😊 


정필 : 어떤 곡들은 감정을 대변하기 위해서도 쓰지만 몇 곡들은 우리를 실험하는 것도 있었어요. 우리가 이 조각에 맞을까, 저 조각에 맞을까? 할 때, 서로 기호가 맞아야 하니까 저도 연경이한테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보곤 했어요. 이 당시에 들었던 음악 색들과 비슷하게 가려고 했던 것 같고 실험의 단계가 있었어요. 저도 뭔가 터트리고 싶은 사운드를 좋아하고 그런 게 있어서 반영된 것 아닌가 싶어요.



Q. 3번 트랙 ‘Fragile’은 ‘취약한, 섬세한, 부서지기 쉬운’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예요. 이 곡의 가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궁금했어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인가요?


A. 연경 : 이거는 키(Key)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곡이에요. 처음엔 보컬이 되게 낮아요. 그러다 보니 조금 올릴까? 했는데 올리면 또 무드가 바뀌어서 키를 굉장히 많이 바꿔서 불러보고 다르게 편곡도 해봤는데 결국엔 처음으로 돌아온 곡이거든요. 결국에 처음 버전이 제일 좋았다.


이 곡은 그전엔 짜증만 냈고 있었다면 이건 제 안에서 부수는 곡이에요. 들어보시면 사운드도 잔잔히 가다가 팍 터지거든요. 안에서 분출하는 걸 담아낸 곡입니다.


정필:곁들여 말하면 이 당시 했던 곡들을 가제를 안정하고 new1, new2... 이런 식으로 1부터 5까지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항상 도와주시는 바스타즈 뮤직 랩 형님이 헷갈리는 거죠. 그래서 답답해서 제목을 그 형이 정해주신 건데 가사에 중심이 되는 키워드를 잘 뽑아서 정해 주셔서 저희도 나중에 제목 후보를 여러 개 두었다가 이게 제일 유력해서 그대로 정하게 됐어요. 지금은 가제라도 무조건 짓고 시작하고 있어요.😊 



Q. 4번 트랙인 ‘Dawn of me’를 듣고서는 이 앨범 안에 일관된 무드를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색채의 곡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은근하게 신나는 곡들이 가진 매력이 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거든요. 이 곡은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A. 연경 : 이 곡은 앞선 ‘Fragile’에서 다 부쉈잖아요. 그 다음에 후련한 거죠.😊 계속 거기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기도 하고 계속 답답한 상황이 언젠가는 해결이 되니까 희망을 좀 본 거죠. 희망의 때를 담은 곡이에요. 좀 여유가 생겼고 나에게 희망을 주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상을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에요.


정필:저는 항상 먼저 가사 없이 생각을 하고 곡을 쓰는데 나중에 가사 붙은 걸 보고 굉장히 좋았어요. 이렇게 곡이 예뻐지는 구나, 곡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구나 싶었어요. 노래를 만들 때는 저희가 좋아하는 영역이 딱 두 부분이 있는데 1, 2, 3번 트랙의 영역은 비슷할 수 있지만 이 곡은 색채가 다른 곡이거든요. 그 반대편으로의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만들었던 곡이에요. 제가 8비트를 좋아해서 그런 요소를 넣어본 첫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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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트랙인 ‘Slowee'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중 하나예요. 이전에 정필 님이 했던 밴드와 여러 음악들을 들었던 입장에서는 이번 앨범과 Yeon and Pil은 정필 님의 음악적 색채의 집대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곡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된 곡인가요?


A. 정필:아까 ‘Fragile’도 여러 방향의 수정을 해봤었는데 그보다 더한 게 사실 이 곡이었어요. 얘는 버전이 3, 4개 있어요.😊 저는 딱히 어떤 틀을 잡고 한 곡이 아니라서 질문에서 말씀해 주셨듯이 다양한 게 나온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다 나오는 느낌? 앞선 트랙들이 어두운 느낌이 있었다면 ‘Slowee'는 제 입장에서 밝아 보이고 싶었어요. 저도 항상 우울했다가 밝았다 하는 주기가 있는데 밝은 주기에 있던 곡이에요.


연경 : 처음엔 뭐가 별로 없던 곡이어서 이 트랙을 버리네 마네 했었어요. 그런데 오빠가 ‘아니야, 내가 편곡을 해볼게’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딱 보여줬는데 버리면 안 되는 곡이 된 거에요. ‘이거 합시다!’ 했죠. 그 전까지는 저도 노래를 어떻게 할지 감이 안 오는 거예요. 오빠가 가이드를 하기도 해서 ‘오빠가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편곡된 걸 들으니까 딱 이렇게 하면 되겠다가 생기더라고요. 들어보셨다시피 곡이 밝잖아요. ‘이제 괜찮아졌고 겁은 나지만 뭐든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결과적으로 이 곡은 오빠의 편곡이 한몫 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필 : 제일 오래 걸린 곡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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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EP앨범 발매기념 공연을 했어요. 첫 공연이기도 했던 만큼 본격적으로 Yeon and Pil의 활동이 기대되는 공연이었어요. 제 뒤에는 굉장히 어린 꼬마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재밌게 공연을 보더라고요.😊 공연을 마친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요.


A. 정필:저는 공연 전에 사실 약간 도망가고 싶었어요. 사실 나의 곡으로서 이렇게 누군가에게 선보이는 게 처음인 자리였거든요. 미뤄왔던 사춘기를 보낸 느낌, 시험을 친 느낌이었어요. 내가 이걸 이제야 풀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연을 하고 나니까 너무 좋았고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 직전에는 불이 꺼질 뻔했는데 그랬는데 끝나고는 활활 타오르는 공연이 됐어요.


연경 : 일단은 너무 가볍게 시작을 얘기를 했다가 생각보다 많이 와 주셔서 점점 욕심이 생기니까 잘해야겠는 거예요. 제가 긴장을 잘 하는 편이 아닌데 이거는 신경이 쓰이면서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동안 밴드셋으로 공연을 많이는 안 해봐서 음향적으로 어떨까 하는 걱정도 되고 고려할 게 많더라고요. 걱정을 하니까 더 긴장도 올라가고.😊 어떻게든 해야지, 하고 했는데 아쉬움은 많지만 큰 실수 없이 이정도 했으면 잘 했다고 생각하고 후련한 느낌입니다.



Q. 이번 앨범에 도와 주신 많은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A. 정필 : 모든 시작을 공연까지 생각했던 게 아니었는데 하면 할수록 누군가가 계속 영화 스토리처럼 손을 뻗어주는 거예요. 원피스도 처음에 동료가 한 명인데 항해하면서 계속 동료들을 만나는 것처럼.😊 저희의 모든 믹싱을 맡아 주신 바스타즈(BASTARDZ MUSIC LAB) 형님이나 이번 라이브 퍼포먼스를 도와준 플로우미디어(Flowmedia)처럼. 공연을 할 때나 여차 저차 조언해주는 친구들. 그래서 오히려 음악을 한다는 느낌보다 학교 다니는 느낌으로 배우고 있어요. 뭘 계속 배우고 있어요, 인생을 배우는 것처럼. 진부하지만 이번에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Q. 향후의 계획은?


A. 정필:이번 공연에서 저희 곡으로만 온전히 채워보고 싶어서 만들어 놓은 곡들 전부 합쳐서 2부에 미발매곡들을 했었는데 그 곡들을 차례로 싱글로 만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현재로서는 내년 초에 정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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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1, 2026
Editor Dike(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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