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h Jarrett, “Be My Love”

Jazz, 붙잡고 싶은 계절, 붙잡고 싶은 음악



심술궂은 여름 날씨를 이겨낸 우리에게 선선한 바람이 분다. 낮에는 아직 덥고, 밤에는 쌀쌀한 날씨는 꼭 사람의 마음 같다. 하루에도 수없이 마음이 바뀌고 요동치는 게 우리의 하루, 삶이니까.


필자는 재즈 초보로서 아직 재즈 음악의 BGM적인 성격을 활용하곤 한다. 좋아하긴 하지만, 흘러 듣다가 찾는 정도의 역할이랄까. 이런 필자에게도 재즈가 늘 곁에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을’부터 ‘겨울’까지. 그리고 또다시 봄이 오면 재즈는 우선순위에서 물러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대중은 이런 루틴으로 재즈 음악을 찾고 뒤로 숨기고 할 것이다.


재즈라는 장르 내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재즈가 기본적으로 가진 ‘따뜻함’을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의 이유가 될 것이다. 악기는 다르더라도, 그 악기를 통해 연주자가 전달하는 마음의 ‘온기’가 조금 더 솔직하게 닿아서일까. 키스 자렛을 얘기하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키스 자렛은 미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많은 사람은 그를 설명할 때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존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


그가 대단한 것은 재즈에서 기존에 접근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접근, 참으로 다양한 분야를 개척했다. 일반적으로 빌 에반스나 아트 테이덤 같은 솔로 피아니스트가 공연한 다고 하면 기존에 발매한 곡, 써 놨던 곡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하지만 키스 자렛은 무대에 놓인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부터 상상력을 발동한다. 이것은 재즈 역사상에 대단한 사건이었다. 작곡-연주-공연-녹음을 동시에 진행했던 거니까. 어쩌면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겠다.



키스 자렛은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며, 10살이 되기 전에 작곡에도 재능을 보였다. 재즈뿐만 아니라 클래식을 동시에 공부하며, 피아노 외에 색소폰, 퍼커션 등 다양한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클래식과 재즈의 갈림길에서 버클리 음악 학교를 입학하며 재즈로 음악의 길을 결정하며 재즈 트리오를 결성하며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재즈 씬에 키스 자렛이라는 이름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즉흥 연주를 즐기며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만큼 그는 굉장히 예민한 성격의 아티스트였다. 공연 중 카메라 플래시를 참지 못하고 바로 퇴장해 원성을 산 경우도 있고, 특정 피아노를 고집하여 관계자의 애를 먹이기도 한다. 관객의 기침 소리를 참지 못하고 일어나 전체 관객이 동시에 기침하도록 리드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너무 예민한 탓인지 한때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아 한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키스 자렛의 예민한 성격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대중들에게 따뜻한 음악을 전달하고 있을 때, 마음 안에서는 혼자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을까.



필자가 추천하는 앨범 “The Melody At Night With You”는 그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이 앨범 제작 당시 그가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시달리고 있었을 때, 이 앨범을 듣고 그에게 음악을 다시 할 것을 격려해 준 아내를 위한 앨범이다. 편안하면서 친밀한 트랙들에 대한 칭찬이 있었지만, 단순하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던 앨범으로 기억한다. 편안하면서 친밀하다는 것은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 매우 성공하여, 2000년대 가장 잘 팔리는 재즈 기악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수많은 상을 받는 것은 기본일 테고.


이 앨범의 Special Track은 단연 “Be My Love”라는 곡이다. 이 곡을 통해 키스 자렛을 알게 되고, 재즈 피아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선선한 밤공기에 향기가 웜 코튼 향이 날 때, 이 음악을 꼭 재생해주길 바란다.








October 12, 2020

Editor sweetmind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