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로쿠(roku) | i like you

순수청년의 딥한 진심과 이야기들


[수많은 날들, 수많은 밤들, 그 모든 순간을 함께]




민트페이퍼에서 주관하는 원콩쿨의 지난 본선 무대에서 나는 이 아티스트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다. 최근에 듣기 드문 남성적인 허스키한 동굴 목소리. 그리고 순수하면서도 진지하고 딥한 감성이 묻어있는 곡과 가사. 유럽의 싱어송라이터들이 할 법한 음악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의 음악에 진한 여운이 남았다.


천천히 뜯어보면 꽤나 미남형의 얼굴에 기타를 메고 노래를 하는 그와 처음 얘기를 나누었을 때 새로운 반전의 매력을 느꼈다. 공연장의 뒤편에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면서 쑥스러워하는 그의 어눌한 말투와 내성적인 성격이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달라 반전이었다. 다만 동시에 그의 음악과는 너무 어울려서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로쿠 :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로쿠입니다. 반갑습니다.


Q. 목소리에 상당한 매력이 있다. 목소리를 중심으로 편곡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이 있어서 본인도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의 음색에 대해 얘기하자면?


로쿠 : 어릴 때는 목소리가 답답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목소리가 일종의 콤플렉스 같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노래를 하기 시작하면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의 특색 안에서 좋은 톤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지금은 멋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싫지는 않고 맘에 들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목소리를 좀 더 편하게 내려고 노력 중이에요.


Q. 나름대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이 있다. 초반의 앨범들은 멜로디와 목소리 중심이라면 이후엔 리듬이 강조된 곡들도 있다. 보통 이런 계열의 싱어송라이터들은 리듬을 강조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드무니까 그게 더 인상적이였다.


로쿠 : 처음 곡을 쓰기 시작할 때는 조금 느린 템포의 어두운 곡들 위주로 쓰게 됐어요. 근데 점점 음악을 만들수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여러 장르들을 나만의 감성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는 초창기 때와는 또 다른 곡들을 쓰게 됐어요. ‘시도’ 라는 느낌보다는 그저 그 시절에 제가 빠져있던 감정과 취향에 맞게 음악을 만든 것 같아요.


Q. 음악만 들으면 예전의 유럽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이 연상된다. 실제로 영향을 받은 음악들은?


로쿠 : 음악을 하고싶다 그리고 하겠다고 마음 먹을 때즈음에 한창 좋아하던 밴드가 있었어요. ‘검정치마’ ‘sigur ros’ ‘bon iver’ 등등. 중간에는 ‘frank ocean’을 참 좋아했어요.

그들의 음악적인 감성을 보면 체념하고 침묵하고 무덤덤히 노래를 내뱉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감성에 영향을 받은 것 같고, 평소 제 성격도 음악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Q. 최근 앨범 [i like you]에 수록된 3곡은 모두 가사에 한글이 없다. 그렇다고 영어만 있는 것도 아니고 1번 트랙은 일본어다. 의도하는 바가 있다면?


로쿠 : 주위에서도 많이 물어봤어요. 왜 굳이 가사가 일본어인 것이냐. 처음 쓸 때부터 가사를 굳이 알아듣지 못해도 질감과 감정으로 말하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내가 너를 좋아해서 그랬던 거겠지’ 그런 알 수 없는 마음을 질감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본어로 짧은 가사가 반복되도록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일본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일본어가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참고로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 한국인이시고, 저도 국적이 한국입니다. 처음 이 곡을 어머니께 들려드렸더니, ‘이제 너가 배고픈 예술가가 되기로 했구나’ 하는 눈으로 저를 딱하게 보시더라고요. (웃음) 어머니 사랑합니다.


Q. 기타를 언제부터 연주했는지.


로쿠 :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통기타를 접하게 되었어요.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필요에 따라 더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연습합니다. 그래서 잘 늘지 않아요!


Q. 음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로쿠 : 물론 기술적이고 계산적인 부분들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저에게는 솔직해지는 것이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감정에 솔직해지고 그것을 따라가면, 만들 때도 그 감정에 맞춰서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듣는 사람도 편하게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술적인 것이든 감정적인 것이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나에게 좋은 것인가는 본인만이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자신을 더 잘 알고 솔직해지면 본인 맘에 드는 무엇인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공연으로도 자주 만나고 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공연계가 많이 힘든데 체감이 되는지.


로쿠 : 정말 많이 체감이 됩니다. 사실 저같은 인디 뮤지션들은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을 하고 그런 것들이 활동의 거의 전부예요. 공연을 하면서 다른 뮤지션들, 기획자 분들, 그리고 리스너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현재는 어려우니까 답답하고 힘듭니다. 그렇다고 멈춰있을 수만은 없으니,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최대한 안전하게 소규모로 공연을 진행을 하려고 하지만, 공연 공지를 올리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고민이 되고 오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어요. 빨리 상황이 좀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Q. 향후의 계획은?


로쿠 : 저는 언제나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그래서 올해 안에 또 다른 앨범 발매를 계획하고 있어요. 앨범 발매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상황적인 여건이 된다면, 12월에 단독콘서트도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October 15, 2020

Editor Dike(오상훈)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