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음악을 꿈꾼다면 누구나 로망처럼 여기는 형태의 음악들이 있다. 필자와 같이 어린 시절에 뉴메탈의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특히 일렉기타의 거칠고 묵직한 리프에 댄서블한 그루브, 무대 위에서 음악의 비트에 딱 떨어지는 모션과 세련된 무빙, 그리고 그 밴드만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특징적인 사운드를 모두 갖춘 밴드가 있다면 그 밴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걸 모두 갖춘 밴드가 거의 없는 게 그동안의 아쉬움이랄까.
그런데 이 모든 걸 다 갖춘 밴드가 우리나라에 있다. 필자가 과감하게 ‘이 밴드가 나의 마지막 로망이다’라고 주변에 얘기하고 있는 밴드, 카디를만났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황린 : 저는 기타 치는 황린입니다.
김예지 : 저는 보컬 김예지입니다.
황인규 : 베이스 치는 황인규입니다.
박다울 : 거문고 치는 박다울입니다.
Q. 지난 7월 16일에 [Havin' a Good Time]를 발표하고 투어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활발한 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있는데 각 멤버들마다의 최근 근황은 어떤가요?
A. 황린 :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를 굉장히 감명 깊게 보고 있습니다.
김예지 : 저는 요즘 Natural Habitat Shorts라는 유튜브를 보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특성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 채널인데 코알라가 호주 말투 쓰면서 말하고, 그게 너무 귀여워서 봤던 걸 또 보고 있습니다.
황인규 : 저는 늘 똑같이 웹 소설을 보고 최근엔 너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5년 만에 만났는데 다들 결혼해서 선물을 주고 너무 좋아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박다울 : 저는 맥주를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황인규 : 진짜 형 신기한 게 술 안 먹을 땐 안 먹는 게 근황이고...
황린 : 술 먹을 땐 먹는 게 근황이고.😄
김예지 : 이분법.
박다울 : 오늘 청첩장 모임을 다녀왔거든요. 그래서 지금 너무 힘들어요.😄
Q. 카디는 탄생이 매우 특별한 팀이에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난 인연으로 방송이 종료된 이후에도 유지되어 현재 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인데, 사실 방송에서 만나게 되어서 계속 같이 활동하게 되는 과정이 3자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거든요. 멤버들 간의 어떤 결심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A. 황인규 :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방송이 끝나고) 다 끝난 줄 알았어요. 카디라는 밴드가 없어지는 거라고 다들 생각했는데 갑자기 예지가 그때 있던 회사에 ‘하고 싶다’라고 얘기를 한 거예요. 저희는 예지 때문에 못할 줄 알았거든요. 자연스럽게 ‘우리랑 예지가 할까?’ 했는데 그렇게 얘기해줘서 굉장히 설레어서 이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거였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황린 : 슈퍼밴드라는 방송 특성상 방송에서 순위를 2등까지 하면 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기간이 생기는데 3위부터는 그런 구속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1, 2등을 하고 강제로라도 유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3등을 하면서 ‘카디 끝났다’고 생각하고 엉엉 울었거든요.
박다울 : 그래서 방송에서 질질 짰거든요.😄
황인규 : 예지가 진짜 신기했어요. 나는 아직도 신기해. 그리고 예지가 그때 지고 울었어요.
황린 : 내가 울어서 운 거 아냐?
김예지 : 짠해서. 너무 서럽게 울어서.😄 저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보컬리스트로만 남고 싶지 않고 점점 아티스트에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결정했던 것 같아요.
황인규 : 그때 곡 작업을 할 때 예지가 힘들어했어요. 남자들 4명에 혼자 여자고. 다들 밴드가 익숙한데 예지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혼란스러워 했는데 같이 하자고 말할 줄 몰랐어요. 고마워요, 정말.
박다울 : 그런 마음들과, 운이 좋게 할 일들이 생겼었고 그 마음들이 합쳐지면서 뭔가 계속 하게 되는 원동력들이 주어졌어요.
Q. 최근 싱글인 [Havin' a Good Time]는 어떤 곡인지 알려주세요.
A. 김예지 : 이 곡은 제가 멜로디를 썼는데 후렴만 나온 상태에서 다들 좋아해줘서 그것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예전에도 ‘21’이라는 하이틴스러운 곡을 썼었는데 그거의 연장선처럼 하이틴스럽게 쓴 곡이에요. 소녀 같은 감성으로 밝은 감성을 썼어요.
황인규 : 예지 주변의 도와주는 많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담아서 예지가 가사를 쓴 곡이에요.
박다울 : 이 곡은 송캠프를 갔는데 그때 가이드로 들고 온 거를 너무 좋다고 해서 시작이 된 곡이였어요. 거기서 악기를 조금 더 얹어보고 하면서 편곡의 방향성이 잡혔고 그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를 같이 고민했어요. 보통 저희가 곡 작업하는 방식인데 데모를 쓰고 그 이미지에 맞는 단어들이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가사 작업을 하곤 해요.
김예지 : 이 곡이 멜로디가 먼저 나와서 그런지 너무 밝아서 멤버들이 사실 손을 못 댔어요.😄 자신들의 감성과는 맞지 않아서.
황린 : 저희 안에 밝음이 잘 없어서.😄
박다울 : 우리들의 감성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저희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곡이잖아요, 사실. 그래서 좀 어렵긴 했어요.
황인규 : 그리고 말투가 안 붙어요. 형은 이 노래 딱 듣자마자 ‘이건 내가 쓸 수 있는 류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딱.😄 저희의 작업 과정에서 제일 오래 걸리는 부분이 주제 잡고 가사 쓰는 일인 것 같아요. 가사를 쓰는 것 자체보다는 어떻게 쓸 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오래 걸리는 것 같고 초안이 나오면 술술 나오는 것 같아요.
Q. 저는 카디의 댄서블하면서 세련된 메탈 사운드를 너무 좋아해요. 무대에서의 에너지도 너무 좋고 저의 로망과 같은 밴드예요. 뉴메탈 키드였던 저에게는 카디의 음악에서 (뉴메탈과) 비슷한 종류의 장점들을 듣고 있는데 그중 슈퍼밴드2 방송 당시 공연했던 '7000RPM'을 진짜 좋아해요. 실제로 그런 장르의 영향이 있는지, '7000RPM'은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A. 황린 : 제가 굉장히 심한 슬립낫(Slipknot) 빠돌이였어요.
황인규 : 저도 그렇고요.
황린 : 중2때 슬립낫 외의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 256MB MP3에 슬립낫 1, 2집 넣으면 꽉 찼거든요. 그래서 그것만 주구장창 들었어요.
김예지 : 슬립낫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거야?
황린 : 나의 이 감정을 대변해줄 사람이 이 사람들 밖에 없었어. 가사와 사운드의 이미지? 누구도 이 감정을 알아주지 못할 것 같은 누가 봐도 중2병.😄
김예지 : 린이의 평소 모습을 보면 그런 게 없을 것 같은데 가사 쓴 것을 가져온 걸 보면 ‘얘가 이렇게 분노에 찬 아이였나?’ 싶을 정도로 이 안에 뭔가 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린 : 멤버들을 20대 후반에 만났으니 그런 거지 초반에 만났으면 쉽지 않았을 거야.
김예지 : 근데 평소에 막 ‘왁-!’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
황린 : 그건 나도 사회화가 됐으니까... (황인규 : 그건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 크큭.) 아무튼 저는 뉴메탈 자체에 딥하게 빠진 사람이었어요.
황인규 :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서태지를 너무 좋아하셔서 울트라매니아 앨범을 항상 LP로 크게 틀어놓고 침대에서 방방 뛰고 그랬어요. ‘7000RPM’은 전 멤버였던 성배가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그 친구가 차를 좋아했어요. ‘포드 V 페라리'라는 영화가 있는데 만년 2등이었던 팀이 반전을 보여주는 내용이에요.
박다울 : 영화 중간에 갑자기 확 조용해지면서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7000RPM 그 어딘가에 그 지점이 있다’라는 식의 대사가 있어요. 음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이미지의 내레이션이 저희 오디션 상황과 비슷했어요. 그런 이미지들을 차용해서 쓴 곡이에요.
Q.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비롯해서 올해 단독 콘서트도 마쳤어요. 굵직한 공연들을 소화해가고 있는데 공연에서의 카리스마가 엄청나다고 느껴요. 모든 멤버들이 다 존재감이 있어요. 멤버들마다 공연을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을 다지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공연 준비 루틴이 있을까요?
A. 황인규 : 몬스터를 마시는 루틴이 있어요.
황린 : 이게 에너지를 많이 끌어와야 하니까 에너지 드링크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스트레칭 하곤 해요. 물리적인 루틴은 그렇게 있어요.
김예지 : 저는 이제 이런 무대를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솔직히 저 자체가 어색했어요. 하다 보니까 옆에 멤버들 하는 것도 보고 여기에 어떻게든 멤버들이 신나는 만큼 나도 텐션을 맞춰야지 했어요. 텐션이 원래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지고 노래도 공연을 할 때마다 익숙해지니까 노래를 더 즐기게 된 것 같아요.
박다울 : 그냥 저는 공연이라기보다는 유산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운동 안하고 건강하게 사는 스타일이 아닌데 왜 버텨지면서 살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공연하는 거 자체가 굉장한 운동인 것 같아요.
Q. 거문고를 밴드에서 보기가 쉽지 않은데 카디는 이 악기를 정말 잘 활용하고 있어요. 저는 거문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원래의 거문고 연주와도 다른 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 카디는 밴드 내에서 거문고라는 악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나요?
A. 박다울 : 일단 밴드 내에서 활용하는 방식은 서브 타악기의 포지션과 베이스와 기타 사이의 어딘가를 담당하게 되고요, 결국엔. 사실 이걸 거문고처럼 쓰냐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리드 신스처럼 리프를 만들거나 서스테인 자체가 짧은 악기라 플럭처럼 쓰기도 해요. 사실 어떻게 써야 된다기 보다는 곡에 따라서 다르게 디자인이 되는 것 같아요.
황린 : 그때마다의 음악이 있으면 최대한 잘 소화되는 방식을 찾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국악기이긴 하지만 이게 국악기라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 저희가 하는 건 서양 음악 베이스의 밴드 음악이고 밴드라는 포맷과 장르적인 특성에 맞춰질 수밖에 없고 거기에 이질적인 국악기가 끼는 거라서 이 악기가 내는 소리 중에서 뭐가 이 노래에 잘 맞을까를 찾는 것 같아요.
Q. 작년에 발표한 정규앨범 [Inside Out]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PARTY'는 정통 록의 리프를 들려주는 신나는 곡이에요. 진짜 공연에서 엄청날 것 같은 곡인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공연 영상이 화질도 좋아서 굉장히 자주 보고 있어요.😄 이 곡은 어떻게 나온 곡인가요?
A. 황린 : 이 곡은 제가 기타 이펙터 중 Fuzz 이펙트를 사서 이것저것 뚱땅이다가 불현듯 리프가 딱 떠올라서 음성메모에 녹음했어요. 그 리프를 사용해서 곡으로 만들어야겠다, 해서 만든 데모였는데 그게 카디 곡으로 쓰이게 됐어요.
박다울 : 근데 처음에는 저희의 반응이 밋밋했어요.
김예지 : 미안할 정도로.😄
황인규 : 노래가 좋았는데 이게 카디랑 맞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리고 집에 가면서 듣는데 예지가 아까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김예지 : 태워다 주고 있는데 다시 듣자마자 ‘이거 너무 좋은데?’하고 바로 다울 오빠한테 이거 너무 좋다고 문자가 왔어요.
황린 : 아, 그 순서구나?
황인규 : 거의 동시였어. 우리도 딱 듣고 ‘아까 그냥 그렇다며’, ‘아, 그게 이거야?’ 이런 식으로.😄
Q. 카디는 다른 프로젝트의 음원들에도 종종 참여했어요. 불후의명곡에 출연한 것도 재밌게 보았고 드라마 불가살의 OST, 히든싱어, 웹툰싱어 같은 방송들도 있었어요. 그중 저는 (카밀리아였기에...) 카라의 'When I Move'를 커버한 음원이 제일 좋더라고요. 진행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황인규 : 하나 기억나는 게 저희가 인트로 영상을 찍어야 해서 마이크 차고 인사할 준비를 하는데 다들 평소와 같은 대화를 해서 카메라 감독님들이 민망해 했었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황린 : 화장실 얘기를 했었나?😄 그리고 서로 4명이 얼굴을 마주 보고 카메라 슝 움직이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대본을 읽어야 해서 웃음을 참느라 혼났어요.
김예지 : 부끄러웠던. 방송을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저희가 방송으로 태어난 밴드이지만요.
황인규 : 대본을 외우는 게 정말 적성이 아니더라고요.
Dike : 원래 위대한 방송인들은 대본을 안 본다고 했어요.
박다울 : 하지만 잘하죠, 그들은.😄
Q. 카디의 모든 음원이나 영상의 댓글에서 하나 같이 '포텐이 엄청나다', '성공할 밴드다', '국내가 담지 못하는 밴드인 게 아깝다', '라이브를 봐야 한다' 등의 칭찬으로 가득해요. 아마 카디의 음악을 접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고 공감하는 만큼 엄청난 음악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끼는데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김예지 : 평소에 제 영상을 잘 찾아보지 않아서 그런 반응들을 몰랐다가 정말 가끔 6개월에 한두 번? 예전에 한 거를 보면 그런 댓글이 있을 때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린 : 저는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드는 게 취향이 맞는 사람들만 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이 들곤 해요. 취향이 아닌, 싫어할 사람들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박다울 : 원래 댓글에는 비판도 있어야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황린 : 욕도 좀 먹고 막.😄 거기서 여러 의견이 있고 댓글 창에서 사람들이 싸움도 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황인규 : 근데 막상 욕먹으면 제일 힘들어할 거잖아.
황린 : 예전 댓글 중에서 ‘황린 공연에서 멘트할 때 말 더듬고 알코올성 치매인 것 같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저 술 잘 안 먹거든요. 재미있었는데 종종 생각나요.
황인규 : 재미있어하지 않았어.😄
Q. 향후의 계획은?
A. 황린 : 일단 제일 큰 거는 11/30, 12/1일에 저희 이름으로 단독공연을 열 예정입니다. 11월 12일에 EP가 나올 예정이고 EP에 어떤 곡이 실리게 될지는 저희 SNS를 유심히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다울 : 일부러 얘기하고 있어요. 사실 좀 불가능한 테이블인데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건 없는 모든 사랑에 감사를 표하며
밴드음악을 꿈꾼다면 누구나 로망처럼 여기는 형태의 음악들이 있다. 필자와 같이 어린 시절에 뉴메탈의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특히 일렉기타의 거칠고 묵직한 리프에 댄서블한 그루브, 무대 위에서 음악의 비트에 딱 떨어지는 모션과 세련된 무빙, 그리고 그 밴드만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특징적인 사운드를 모두 갖춘 밴드가 있다면 그 밴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걸 모두 갖춘 밴드가 거의 없는 게 그동안의 아쉬움이랄까.
그런데 이 모든 걸 다 갖춘 밴드가 우리나라에 있다.
필자가 과감하게 ‘이 밴드가 나의 마지막 로망이다’라고 주변에 얘기하고 있는 밴드, 카디를만났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황린 : 저는 기타 치는 황린입니다.
김예지 : 저는 보컬 김예지입니다.
황인규 : 베이스 치는 황인규입니다.
박다울 : 거문고 치는 박다울입니다.
Q. 지난 7월 16일에 [Havin' a Good Time]를 발표하고 투어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활발한 활동을 계속 해나가고 있는데 각 멤버들마다의 최근 근황은 어떤가요?
A. 황린 :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를 굉장히 감명 깊게 보고 있습니다.
김예지 : 저는 요즘 Natural Habitat Shorts라는 유튜브를 보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특성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 채널인데 코알라가 호주 말투 쓰면서 말하고, 그게 너무 귀여워서 봤던 걸 또 보고 있습니다.
황인규 : 저는 늘 똑같이 웹 소설을 보고 최근엔 너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5년 만에 만났는데 다들 결혼해서 선물을 주고 너무 좋아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박다울 : 저는 맥주를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황인규 : 진짜 형 신기한 게 술 안 먹을 땐 안 먹는 게 근황이고...
황린 : 술 먹을 땐 먹는 게 근황이고.😄
김예지 : 이분법.
박다울 : 오늘 청첩장 모임을 다녀왔거든요. 그래서 지금 너무 힘들어요.😄
Q. 카디는 탄생이 매우 특별한 팀이에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난 인연으로 방송이 종료된 이후에도 유지되어 현재 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인데, 사실 방송에서 만나게 되어서 계속 같이 활동하게 되는 과정이 3자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거든요. 멤버들 간의 어떤 결심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A. 황인규 :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방송이 끝나고) 다 끝난 줄 알았어요. 카디라는 밴드가 없어지는 거라고 다들 생각했는데 갑자기 예지가 그때 있던 회사에 ‘하고 싶다’라고 얘기를 한 거예요. 저희는 예지 때문에 못할 줄 알았거든요. 자연스럽게 ‘우리랑 예지가 할까?’ 했는데 그렇게 얘기해줘서 굉장히 설레어서 이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거였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황린 : 슈퍼밴드라는 방송 특성상 방송에서 순위를 2등까지 하면 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기간이 생기는데 3위부터는 그런 구속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1, 2등을 하고 강제로라도 유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3등을 하면서 ‘카디 끝났다’고 생각하고 엉엉 울었거든요.
박다울 : 그래서 방송에서 질질 짰거든요.😄
황인규 : 예지가 진짜 신기했어요. 나는 아직도 신기해. 그리고 예지가 그때 지고 울었어요.
황린 : 내가 울어서 운 거 아냐?
김예지 : 짠해서. 너무 서럽게 울어서.😄 저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보컬리스트로만 남고 싶지 않고 점점 아티스트에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결정했던 것 같아요.
황인규 : 그때 곡 작업을 할 때 예지가 힘들어했어요. 남자들 4명에 혼자 여자고. 다들 밴드가 익숙한데 예지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혼란스러워 했는데 같이 하자고 말할 줄 몰랐어요. 고마워요, 정말.
박다울 : 그런 마음들과, 운이 좋게 할 일들이 생겼었고 그 마음들이 합쳐지면서 뭔가 계속 하게 되는 원동력들이 주어졌어요.
Q. 최근 싱글인 [Havin' a Good Time]는 어떤 곡인지 알려주세요.
A. 김예지 : 이 곡은 제가 멜로디를 썼는데 후렴만 나온 상태에서 다들 좋아해줘서 그것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예전에도 ‘21’이라는 하이틴스러운 곡을 썼었는데 그거의 연장선처럼 하이틴스럽게 쓴 곡이에요. 소녀 같은 감성으로 밝은 감성을 썼어요.
황인규 : 예지 주변의 도와주는 많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담아서 예지가 가사를 쓴 곡이에요.
박다울 : 이 곡은 송캠프를 갔는데 그때 가이드로 들고 온 거를 너무 좋다고 해서 시작이 된 곡이였어요. 거기서 악기를 조금 더 얹어보고 하면서 편곡의 방향성이 잡혔고 그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를 같이 고민했어요. 보통 저희가 곡 작업하는 방식인데 데모를 쓰고 그 이미지에 맞는 단어들이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가사 작업을 하곤 해요.
김예지 : 이 곡이 멜로디가 먼저 나와서 그런지 너무 밝아서 멤버들이 사실 손을 못 댔어요.😄 자신들의 감성과는 맞지 않아서.
황린 : 저희 안에 밝음이 잘 없어서.😄
박다울 : 우리들의 감성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저희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곡이잖아요, 사실. 그래서 좀 어렵긴 했어요.
황인규 : 그리고 말투가 안 붙어요. 형은 이 노래 딱 듣자마자 ‘이건 내가 쓸 수 있는 류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딱.😄 저희의 작업 과정에서 제일 오래 걸리는 부분이 주제 잡고 가사 쓰는 일인 것 같아요. 가사를 쓰는 것 자체보다는 어떻게 쓸 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오래 걸리는 것 같고 초안이 나오면 술술 나오는 것 같아요.
Q. 저는 카디의 댄서블하면서 세련된 메탈 사운드를 너무 좋아해요. 무대에서의 에너지도 너무 좋고 저의 로망과 같은 밴드예요. 뉴메탈 키드였던 저에게는 카디의 음악에서 (뉴메탈과) 비슷한 종류의 장점들을 듣고 있는데 그중 슈퍼밴드2 방송 당시 공연했던 '7000RPM'을 진짜 좋아해요. 실제로 그런 장르의 영향이 있는지, '7000RPM'은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A. 황린 : 제가 굉장히 심한 슬립낫(Slipknot) 빠돌이였어요.
황인규 : 저도 그렇고요.
황린 : 중2때 슬립낫 외의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 256MB MP3에 슬립낫 1, 2집 넣으면 꽉 찼거든요. 그래서 그것만 주구장창 들었어요.
김예지 : 슬립낫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거야?
황린 : 나의 이 감정을 대변해줄 사람이 이 사람들 밖에 없었어. 가사와 사운드의 이미지? 누구도 이 감정을 알아주지 못할 것 같은 누가 봐도 중2병.😄
김예지 : 린이의 평소 모습을 보면 그런 게 없을 것 같은데 가사 쓴 것을 가져온 걸 보면 ‘얘가 이렇게 분노에 찬 아이였나?’ 싶을 정도로 이 안에 뭔가 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린 : 멤버들을 20대 후반에 만났으니 그런 거지 초반에 만났으면 쉽지 않았을 거야.
김예지 : 근데 평소에 막 ‘왁-!’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
황린 : 그건 나도 사회화가 됐으니까... (황인규 : 그건 문제가 있는 사람이고. 크큭.) 아무튼 저는 뉴메탈 자체에 딥하게 빠진 사람이었어요.
황인규 :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서태지를 너무 좋아하셔서 울트라매니아 앨범을 항상 LP로 크게 틀어놓고 침대에서 방방 뛰고 그랬어요. ‘7000RPM’은 전 멤버였던 성배가 아이디어를 냈었는데 그 친구가 차를 좋아했어요. ‘포드 V 페라리'라는 영화가 있는데 만년 2등이었던 팀이 반전을 보여주는 내용이에요.
박다울 : 영화 중간에 갑자기 확 조용해지면서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7000RPM 그 어딘가에 그 지점이 있다’라는 식의 대사가 있어요. 음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이미지의 내레이션이 저희 오디션 상황과 비슷했어요. 그런 이미지들을 차용해서 쓴 곡이에요.
Q.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을 비롯해서 올해 단독 콘서트도 마쳤어요. 굵직한 공연들을 소화해가고 있는데 공연에서의 카리스마가 엄청나다고 느껴요. 모든 멤버들이 다 존재감이 있어요. 멤버들마다 공연을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을 다지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공연 준비 루틴이 있을까요?
A. 황인규 : 몬스터를 마시는 루틴이 있어요.
황린 : 이게 에너지를 많이 끌어와야 하니까 에너지 드링크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스트레칭 하곤 해요. 물리적인 루틴은 그렇게 있어요.
김예지 : 저는 이제 이런 무대를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솔직히 저 자체가 어색했어요. 하다 보니까 옆에 멤버들 하는 것도 보고 여기에 어떻게든 멤버들이 신나는 만큼 나도 텐션을 맞춰야지 했어요. 텐션이 원래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지고 노래도 공연을 할 때마다 익숙해지니까 노래를 더 즐기게 된 것 같아요.
박다울 : 그냥 저는 공연이라기보다는 유산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운동 안하고 건강하게 사는 스타일이 아닌데 왜 버텨지면서 살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공연하는 거 자체가 굉장한 운동인 것 같아요.
Q. 거문고를 밴드에서 보기가 쉽지 않은데 카디는 이 악기를 정말 잘 활용하고 있어요. 저는 거문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원래의 거문고 연주와도 다른 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 카디는 밴드 내에서 거문고라는 악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나요?
A. 박다울 : 일단 밴드 내에서 활용하는 방식은 서브 타악기의 포지션과 베이스와 기타 사이의 어딘가를 담당하게 되고요, 결국엔. 사실 이걸 거문고처럼 쓰냐고 하면 잘 모르겠어요. 리드 신스처럼 리프를 만들거나 서스테인 자체가 짧은 악기라 플럭처럼 쓰기도 해요. 사실 어떻게 써야 된다기 보다는 곡에 따라서 다르게 디자인이 되는 것 같아요.
황린 : 그때마다의 음악이 있으면 최대한 잘 소화되는 방식을 찾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국악기이긴 하지만 이게 국악기라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 저희가 하는 건 서양 음악 베이스의 밴드 음악이고 밴드라는 포맷과 장르적인 특성에 맞춰질 수밖에 없고 거기에 이질적인 국악기가 끼는 거라서 이 악기가 내는 소리 중에서 뭐가 이 노래에 잘 맞을까를 찾는 것 같아요.
Q. 작년에 발표한 정규앨범 [Inside Out]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PARTY'는 정통 록의 리프를 들려주는 신나는 곡이에요. 진짜 공연에서 엄청날 것 같은 곡인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공연 영상이 화질도 좋아서 굉장히 자주 보고 있어요.😄 이 곡은 어떻게 나온 곡인가요?
A. 황린 : 이 곡은 제가 기타 이펙터 중 Fuzz 이펙트를 사서 이것저것 뚱땅이다가 불현듯 리프가 딱 떠올라서 음성메모에 녹음했어요. 그 리프를 사용해서 곡으로 만들어야겠다, 해서 만든 데모였는데 그게 카디 곡으로 쓰이게 됐어요.
박다울 : 근데 처음에는 저희의 반응이 밋밋했어요.
김예지 : 미안할 정도로.😄
황인규 : 노래가 좋았는데 이게 카디랑 맞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리고 집에 가면서 듣는데 예지가 아까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김예지 : 태워다 주고 있는데 다시 듣자마자 ‘이거 너무 좋은데?’하고 바로 다울 오빠한테 이거 너무 좋다고 문자가 왔어요.
황린 : 아, 그 순서구나?
황인규 : 거의 동시였어. 우리도 딱 듣고 ‘아까 그냥 그렇다며’, ‘아, 그게 이거야?’ 이런 식으로.😄
Q. 카디는 다른 프로젝트의 음원들에도 종종 참여했어요. 불후의명곡에 출연한 것도 재밌게 보았고 드라마 불가살의 OST, 히든싱어, 웹툰싱어 같은 방송들도 있었어요. 그중 저는 (카밀리아였기에...) 카라의 'When I Move'를 커버한 음원이 제일 좋더라고요. 진행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황인규 : 하나 기억나는 게 저희가 인트로 영상을 찍어야 해서 마이크 차고 인사할 준비를 하는데 다들 평소와 같은 대화를 해서 카메라 감독님들이 민망해 했었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황린 : 화장실 얘기를 했었나?😄 그리고 서로 4명이 얼굴을 마주 보고 카메라 슝 움직이는데 진지한 표정으로 대본을 읽어야 해서 웃음을 참느라 혼났어요.
김예지 : 부끄러웠던. 방송을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저희가 방송으로 태어난 밴드이지만요.
황인규 : 대본을 외우는 게 정말 적성이 아니더라고요.
Dike : 원래 위대한 방송인들은 대본을 안 본다고 했어요.
박다울 : 하지만 잘하죠, 그들은.😄
Q. 카디의 모든 음원이나 영상의 댓글에서 하나 같이 '포텐이 엄청나다', '성공할 밴드다', '국내가 담지 못하는 밴드인 게 아깝다', '라이브를 봐야 한다' 등의 칭찬으로 가득해요. 아마 카디의 음악을 접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고 공감하는 만큼 엄청난 음악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끼는데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김예지 : 평소에 제 영상을 잘 찾아보지 않아서 그런 반응들을 몰랐다가 정말 가끔 6개월에 한두 번? 예전에 한 거를 보면 그런 댓글이 있을 때 힘이 되고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린 : 저는 한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드는 게 취향이 맞는 사람들만 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이 들곤 해요. 취향이 아닌, 싫어할 사람들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박다울 : 원래 댓글에는 비판도 있어야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황린 : 욕도 좀 먹고 막.😄 거기서 여러 의견이 있고 댓글 창에서 사람들이 싸움도 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황인규 : 근데 막상 욕먹으면 제일 힘들어할 거잖아.
황린 : 예전 댓글 중에서 ‘황린 공연에서 멘트할 때 말 더듬고 알코올성 치매인 것 같다’는 댓글이 있었는데 저 술 잘 안 먹거든요. 재미있었는데 종종 생각나요.
황인규 : 재미있어하지 않았어.😄
Q. 향후의 계획은?
A. 황린 : 일단 제일 큰 거는 11/30, 12/1일에 저희 이름으로 단독공연을 열 예정입니다. 11월 12일에 EP가 나올 예정이고 EP에 어떤 곡이 실리게 될지는 저희 SNS를 유심히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다울 : 일부러 얘기하고 있어요. 사실 좀 불가능한 테이블인데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황린 : 말해야 이루어진다.😄
September 18, 2024
Editor Dike(오상훈)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