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시대의 흐름도 돌고 돈다. 항상 약 20년 정도 전의 것들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되며 신선함과 세련됨을 느끼게 하곤 한다. 근접한 과거보다는 어느정도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추억으로 미화된 것들이 최근의 기술, 감성 등과 섞이면 호불호 없이 좋은 것들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레트로한 것들을 트렌디한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잘못하면 무조건 촌스럽다는 얘기를 듣게 되니까.
그리고 구구(GuGu)는 이런 결과물들을 굉장히 잘 만들어내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Q.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구구(GuGu) : 저는 싱어송라이터 구구(GuGu)라고 합니다. 나이는 01년생이고 음악을 하고 있고 대학교는 자퇴했고요. 군대도 다녀왔고 락앤롤을 좋아하고 만화 보는 거랑 러닝, 풋살을 좋아합니다.
Q. 지난 7월 12일에 [? > !]를 발표했어요. 2곡이 담긴 앨범이고 지난 앨범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나온 앨범인데 발표 이후 최근의 근황은 어떤가요?
A. 구구(GuGu) : 앨범을 발표하고, 그 앨범을 통해서 10월에 EP를 낼 생각이어서 그걸 준비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영광 상사화 축제에 가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고 해운대 대학가요제도 나가서 동상을 받고 왔어요. 다음 주에는 또 구미에 가서 친구들과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이라고 하면 혼자 외롭게 고군분투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끼니도 요즘에 잘 못 챙겨 먹고 추석 때 가족들도 못 보고 정말 앨범에만 매진하는 중입니다.
Dike : 저랑 비슷한 명절을 보내셨군요. 원래 음악을 하는 게 외롭게 고군분투 하는 일인 것 같아요.
구구(GuGu) : 맞아요, 힘들면서도 숙명인 것 같아요. 저는 뮤즈가 잔나비의 최정훈 님인데 정말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그 분을 보면 뭔가 노래 너머의 에너지가 보이는 느낌이에요. 프론트맨의 자질이 대단하셔서 그걸 좇다보니 생각도 성장하고 그러더라고요. 예전엔 한 번도 음악 하는 사람이 외롭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좇다보니 이게 숙명 같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혼자만의 시간을 안 좋아했는데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성장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구구(GuGu)님의 이번 앨범의 소개글을 보니까 ‘내 인생의 물음표는 이제 그만 던질게요’ 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구구(GuGu)님은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하셨나요?
A. 구구(GuGu) : 저는 음악을 하기 전에 운동을 했어요. 6살 때 아버지와 유럽에 가서 독일 월드컵을 봤는데 그걸 보고 한국에 와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운동을 했어요. 근데 막상 뛰어보니 제가 체격도 왜소하고 전국 대회를 나가보니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이걸로는 성공하기 힘들겠다고 생각돼서 접었어요. 그 이후에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예고에 지원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해주셔서 예고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러다 보니 한번 더 예체능에 도전하는 거라 한림예고에 지원하는 시점에 부모님과 대립이 있었어요. 둘째 고모가 성악을 하셨기도 하고 아버지도 대학교 때까지 음악을 하셔서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거든요. 그래서 저와 부모님이 내기를 하게 됐어요. 제가 ‘고등학교 입시를 2달 안에 붙으면 음악 하게 해 달라, 못 붙으면 머리 밀고 공부 하겠다’라고 했는데 붙었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할 수 있었고 부모님도 두 달 했는데 붙으면 재능이 있나? 라고 생각하게 되셔서 지원을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Q. [? > !]에는 ‘나원참’과 ‘가장 완벽한 느낌표!’ 두 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이 두 곡은 어떤 곡인지 알려주세요.
A. 구구(GuGu) : 제가 군대에서 전역을 23년 11월에 해서 24년 상반기의 인생을 담은 곡이 그 앨범이에요. 22살에 입대했을 때 굉장히 불안했어요. 음악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 나는 지금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데 더 알아주는 없을까봐 두렵더라고요. 군대에서 아무것도 안 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남하고 비교하게 돼서 군대 안에서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었어요. 제대를 하고 나서 열심히 해서 빨리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하다가 과부하가 좀 왔어요. 하고 싶은 열정과 욕심은 많은데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없으니까 거기서 오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좌절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만들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아빠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천천히 가도 괜찮다,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다시 활력을 얻어서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가보자는 심정으로 노래를 하나씩 만들었어요.
‘나원참’은 군대에 가기 전의 나에게 하는 말이에요. 당시에는 주머니에 만 원이 있으면 로또를 사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대박을 노리는 도박사처럼 살았는데 그 시절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나원참’을 만들었어요. 노래라고 하긴 뭐한데 장기하 님처럼 말하듯이 하는 뉘앙스로 만든 곡이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에요.
‘가장 완벽한 느낌표!’는 내 인생에 물음표만 던졌던 아이가 어느 순간에 확신에 찬 느낌표로 바꾸는 과정을 표현한 곡이에요. 다른 사람이 이 곡을 들었을 때 더 이상 자신의 인생에 물음표를 던지지 말고 하루라도 어릴 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그걸 향해서 확신에 찬 대답을 하길 바라서 만든 노래입니다.
Q. 데뷔곡인 ‘선명’은 따뜻한 발라드 곡이에요. 초반에는 잔잔하고 어쿠스틱하게 가다가 밴드가 확 들어오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에요.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A. 구구(GuGu) : ‘선명’은 할머니에게 바치는 곡이에요. 앨범이 10월에 나왔는데 할머니가 10월 생이시고 기일도 10월이에요.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할머니가 저를 키워 주셨는데 항상 하신 말씀이 ‘무엇을 하든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 라고 하셨는데 그 얘기의 의미를 예전엔 몰랐는데 성인이 되고 시간이 갈수록 정말 많이 와 닿았어요. ‘선명’은 1절과 2절의 가사가 다른데 1절은 저 스스로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솔직하게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밴드 사운드가 딱 나왔을 때 무언가 빛을 본 것처럼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가사 중에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나길 우둑허니선 저 나무처럼 작은 일에 감사하며 소중함을 잃지 않길‘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할머니가 항상 얘기 해주시던 말씀이에요.
Q. 유튜브에 예전에 올린 커버 영상들이 있더라고요. 비교적 최근에는 쇼츠로도 올린 걸 봤어요. 레트로한 감성들이 잘 어울리는데 그 와중에 영상들에 킬링 포인트들이 하나씩 있더라고요.😊 혼자서 여러 명처럼 연출한다거나 여러 악기를 혼자 다 연주하기도 하고요. 커버 영상을 찍을 때 주로 어떤 식으로 곡을 고르고 촬영하나요?
A. 구구(GuGu) : 요즘 싱어송라이터들은 조금 힘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말 기타 하나, 피아노 한 대, 내 목소리였으면 끝나는 시대였는데 미디어가 발전하니까 동영상을 만드는 컨셉부터 모든 걸 신경 써야 하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고르는 기준은 제가 좋아해야 해요. 그 곡에 꽂혀야 해요. 피아노도 치고 기타도 치고 미디도 할 줄 알고 영상 편집도 할 줄 아니까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런 영상들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커버라는 내 목소리를 알릴 좋은 소재가 있잖아요.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원곡이 잘 생각 안 나게 편곡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Q. 두 번째 싱글인 [어항 속 물고기]는 20살 때 쓴 곡으로 알고 있어요.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는 20살이라니,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죠? 이 곡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A. 구구(GuGu) : 이 곡은 기분이 좋은 게 21년도에 앨범이 나왔거든요. 20살에 이 노래를 만들었을 당시의 데모 버전이 있는데 앨범 버전이랑 굉장히 달라요. 앨범을 만들었을 때, 본가의 어항 속 물고기가 있는데 그게 저랑 비슷해 보였어요. 물고기는 바다나 강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애인데 집집마다의 어항에서 거기가 집인 줄 알고 살아가는 모습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막 나온 제 모습인 거예요. 강이나 바다는 저기에 있는데 나는 너무나 작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물고기가 세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데모를 만들 때는 우울한 사운드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앨범을 만들 때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의 공모전에 채택이 돼서 엄청난 분들이 편곡 해주시고 세션이 붙어서 나오게 된 앨범이에요.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랑도 있을 거고, 내가 하는 일도 있을 거고, 좋아하는 것일 수도, 싫어하는 것일 수도, 해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모든 복합적인 것들의 물고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앨범입니다.
Q. 구구(GuGu)님의 음악은 굉장히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들려요. 때때로 잔나비도 들리고 브릿팝도 들리면서 9와 숫자들이나 장기하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연상 되는 부분들이 들리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레트로 하지만 트렌디한 영역으로 끌고 오는 음악들이 들리는 느낌인건데 실제로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이 그런 것들이 맞을까요?
A. 구구(GuGu) : 저는 말씀하신 대로 레트로를 트렌디하게 바꾸는 것에 초점이 있었어요. 말씀하신 브릿팝도 정말 좋아하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가장 완벽한 느낌표!’를 만들고 나서 음악을 만드는 것들이 달려졌어요. 예전에는 서정적인 게 많았는데 지금은 열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음악적으로도 펑크, 락앤록, 얼터너티브 등으로 바뀌면서 ‘청춘’ 같은 것들이 키워드가 됐어요. 곧 나올 앨범도 들어보시면 ‘이 사람 진짜 열정적이다’ 라는 게 들릴 수 있을 만큼 열정적으로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동시에 여전히 그 속에서 레트로한 느낌을 트렌디하게 끌고 오고 싶어요. 요즘 나오는 음악들이 인스턴트 음악이 많은 것 같다고 느껴요. 샘플링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발전하고 틱톡, 쇼츠 등의 숏폼이 유행하면서 음악을 전체적인 예술로 보는 게 아니라 후렴구에 꽂히게 하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사랑했던 음악은 그게 아닌데 시대는 맞춰야 하니까 그 레트로 함을 끌고 와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구구(GuGu)님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어떤 분들인가요?
A. 구구(GuGu) : 저의 스타일이나 에너지를 만들어주신 분은 잔나비의 최정훈 형님입니다. 그리고 그 분을 쫒다보니 비틀즈나 오아시스 등 브릿 팝 쪽의 선배님들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 아티스트 분들도 좋아하는데 스다 마사키의 영향도 받았어요, 배우 겸 모델 겸 싱어송라이터이신 분인데 음악이 정말 좋아요. 그분도 결이 비슷한 게 레트로를 트레디한 영역으로 이끌어오는 분이예요. 후지이 카제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에어로 스미스도 엄청 좋아하고요.
정리하자면 잔나비는 저의 스타일과 에너지를 만들어주신 분이고 스다 마사키는 음악적인 색을 만들어 주신 분이예요. 오아시스에게서도 에너지, 장기하 님에게는 가사적인 영향을 받았어요. 보컬적인 것은 반반 섞여있는데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의 영향을 받았어요. 항상 밴드의 프론트맨들을 동경해오고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Q. 향후의 계획은?
A. 구구(GuGu) : 10월 10일에 EP가 나올 예정이고 사람들에게 저라는 아티스트를 많이 알려서 올해는 앨범을 중점적으로 많이 만들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펜타포트랑 부산록페스티벌의 슈퍼루키에 들어가는 게 저의 목표고 단독콘서트를 열 수 있을 만큼 팬 분들이 생기는 게 또 다른 목표입니다. 계속해서 도전적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내 인생에 물음표는 이제 그만 던질게요
유행은 돌고 시대의 흐름도 돌고 돈다. 항상 약 20년 정도 전의 것들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되며 신선함과 세련됨을 느끼게 하곤 한다. 근접한 과거보다는 어느정도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추억으로 미화된 것들이 최근의 기술, 감성 등과 섞이면 호불호 없이 좋은 것들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레트로한 것들을 트렌디한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잘못하면 무조건 촌스럽다는 얘기를 듣게 되니까.
그리고 구구(GuGu)는 이런 결과물들을 굉장히 잘 만들어내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Q.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 구구(GuGu) : 저는 싱어송라이터 구구(GuGu)라고 합니다. 나이는 01년생이고 음악을 하고 있고 대학교는 자퇴했고요. 군대도 다녀왔고 락앤롤을 좋아하고 만화 보는 거랑 러닝, 풋살을 좋아합니다.
Q. 지난 7월 12일에 [? > !]를 발표했어요. 2곡이 담긴 앨범이고 지난 앨범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나온 앨범인데 발표 이후 최근의 근황은 어떤가요?
A. 구구(GuGu) : 앨범을 발표하고, 그 앨범을 통해서 10월에 EP를 낼 생각이어서 그걸 준비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영광 상사화 축제에 가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고 해운대 대학가요제도 나가서 동상을 받고 왔어요. 다음 주에는 또 구미에 가서 친구들과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이라고 하면 혼자 외롭게 고군분투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끼니도 요즘에 잘 못 챙겨 먹고 추석 때 가족들도 못 보고 정말 앨범에만 매진하는 중입니다.
Dike : 저랑 비슷한 명절을 보내셨군요. 원래 음악을 하는 게 외롭게 고군분투 하는 일인 것 같아요.
구구(GuGu) : 맞아요, 힘들면서도 숙명인 것 같아요. 저는 뮤즈가 잔나비의 최정훈 님인데 정말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그 분을 보면 뭔가 노래 너머의 에너지가 보이는 느낌이에요. 프론트맨의 자질이 대단하셔서 그걸 좇다보니 생각도 성장하고 그러더라고요. 예전엔 한 번도 음악 하는 사람이 외롭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좇다보니 이게 숙명 같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혼자만의 시간을 안 좋아했는데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성장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구구(GuGu)님의 이번 앨범의 소개글을 보니까 ‘내 인생의 물음표는 이제 그만 던질게요’ 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구구(GuGu)님은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하셨나요?
A. 구구(GuGu) : 저는 음악을 하기 전에 운동을 했어요. 6살 때 아버지와 유럽에 가서 독일 월드컵을 봤는데 그걸 보고 한국에 와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운동을 했어요. 근데 막상 뛰어보니 제가 체격도 왜소하고 전국 대회를 나가보니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이걸로는 성공하기 힘들겠다고 생각돼서 접었어요. 그 이후에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예고에 지원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씀해주셔서 예고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러다 보니 한번 더 예체능에 도전하는 거라 한림예고에 지원하는 시점에 부모님과 대립이 있었어요. 둘째 고모가 성악을 하셨기도 하고 아버지도 대학교 때까지 음악을 하셔서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아시거든요. 그래서 저와 부모님이 내기를 하게 됐어요. 제가 ‘고등학교 입시를 2달 안에 붙으면 음악 하게 해 달라, 못 붙으면 머리 밀고 공부 하겠다’라고 했는데 붙었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할 수 있었고 부모님도 두 달 했는데 붙으면 재능이 있나? 라고 생각하게 되셔서 지원을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Q. [? > !]에는 ‘나원참’과 ‘가장 완벽한 느낌표!’ 두 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이 두 곡은 어떤 곡인지 알려주세요.
A. 구구(GuGu) : 제가 군대에서 전역을 23년 11월에 해서 24년 상반기의 인생을 담은 곡이 그 앨범이에요. 22살에 입대했을 때 굉장히 불안했어요. 음악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면 나는 지금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데 더 알아주는 없을까봐 두렵더라고요. 군대에서 아무것도 안 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남하고 비교하게 돼서 군대 안에서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었어요. 제대를 하고 나서 열심히 해서 빨리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하다가 과부하가 좀 왔어요. 하고 싶은 열정과 욕심은 많은데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없으니까 거기서 오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좌절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만들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아빠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천천히 가도 괜찮다,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다시 활력을 얻어서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가보자는 심정으로 노래를 하나씩 만들었어요.
‘나원참’은 군대에 가기 전의 나에게 하는 말이에요. 당시에는 주머니에 만 원이 있으면 로또를 사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대박을 노리는 도박사처럼 살았는데 그 시절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나원참’을 만들었어요. 노래라고 하긴 뭐한데 장기하 님처럼 말하듯이 하는 뉘앙스로 만든 곡이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에요.
‘가장 완벽한 느낌표!’는 내 인생에 물음표만 던졌던 아이가 어느 순간에 확신에 찬 느낌표로 바꾸는 과정을 표현한 곡이에요. 다른 사람이 이 곡을 들었을 때 더 이상 자신의 인생에 물음표를 던지지 말고 하루라도 어릴 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 그걸 향해서 확신에 찬 대답을 하길 바라서 만든 노래입니다.
Q. 데뷔곡인 ‘선명’은 따뜻한 발라드 곡이에요. 초반에는 잔잔하고 어쿠스틱하게 가다가 밴드가 확 들어오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에요.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가요?
A. 구구(GuGu) : ‘선명’은 할머니에게 바치는 곡이에요. 앨범이 10월에 나왔는데 할머니가 10월 생이시고 기일도 10월이에요.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할머니가 저를 키워 주셨는데 항상 하신 말씀이 ‘무엇을 하든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 라고 하셨는데 그 얘기의 의미를 예전엔 몰랐는데 성인이 되고 시간이 갈수록 정말 많이 와 닿았어요. ‘선명’은 1절과 2절의 가사가 다른데 1절은 저 스스로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솔직하게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밴드 사운드가 딱 나왔을 때 무언가 빛을 본 것처럼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만들었던 것 같아요. 가사 중에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나길 우둑허니선 저 나무처럼 작은 일에 감사하며 소중함을 잃지 않길‘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할머니가 항상 얘기 해주시던 말씀이에요.
Q. 유튜브에 예전에 올린 커버 영상들이 있더라고요. 비교적 최근에는 쇼츠로도 올린 걸 봤어요. 레트로한 감성들이 잘 어울리는데 그 와중에 영상들에 킬링 포인트들이 하나씩 있더라고요.😊 혼자서 여러 명처럼 연출한다거나 여러 악기를 혼자 다 연주하기도 하고요. 커버 영상을 찍을 때 주로 어떤 식으로 곡을 고르고 촬영하나요?
A. 구구(GuGu) : 요즘 싱어송라이터들은 조금 힘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말 기타 하나, 피아노 한 대, 내 목소리였으면 끝나는 시대였는데 미디어가 발전하니까 동영상을 만드는 컨셉부터 모든 걸 신경 써야 하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고르는 기준은 제가 좋아해야 해요. 그 곡에 꽂혀야 해요. 피아노도 치고 기타도 치고 미디도 할 줄 알고 영상 편집도 할 줄 아니까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런 영상들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커버라는 내 목소리를 알릴 좋은 소재가 있잖아요.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원곡이 잘 생각 안 나게 편곡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Q. 두 번째 싱글인 [어항 속 물고기]는 20살 때 쓴 곡으로 알고 있어요.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는 20살이라니,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죠? 이 곡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A. 구구(GuGu) : 이 곡은 기분이 좋은 게 21년도에 앨범이 나왔거든요. 20살에 이 노래를 만들었을 당시의 데모 버전이 있는데 앨범 버전이랑 굉장히 달라요. 앨범을 만들었을 때, 본가의 어항 속 물고기가 있는데 그게 저랑 비슷해 보였어요. 물고기는 바다나 강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애인데 집집마다의 어항에서 거기가 집인 줄 알고 살아가는 모습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막 나온 제 모습인 거예요. 강이나 바다는 저기에 있는데 나는 너무나 작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물고기가 세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데모를 만들 때는 우울한 사운드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앨범을 만들 때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의 공모전에 채택이 돼서 엄청난 분들이 편곡 해주시고 세션이 붙어서 나오게 된 앨범이에요.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랑도 있을 거고, 내가 하는 일도 있을 거고, 좋아하는 것일 수도, 싫어하는 것일 수도, 해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모든 복합적인 것들의 물고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앨범입니다.
Q. 구구(GuGu)님의 음악은 굉장히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들려요. 때때로 잔나비도 들리고 브릿팝도 들리면서 9와 숫자들이나 장기하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연상 되는 부분들이 들리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레트로 하지만 트렌디한 영역으로 끌고 오는 음악들이 들리는 느낌인건데 실제로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이 그런 것들이 맞을까요?
A. 구구(GuGu) : 저는 말씀하신 대로 레트로를 트렌디하게 바꾸는 것에 초점이 있었어요. 말씀하신 브릿팝도 정말 좋아하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가장 완벽한 느낌표!’를 만들고 나서 음악을 만드는 것들이 달려졌어요. 예전에는 서정적인 게 많았는데 지금은 열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음악적으로도 펑크, 락앤록, 얼터너티브 등으로 바뀌면서 ‘청춘’ 같은 것들이 키워드가 됐어요. 곧 나올 앨범도 들어보시면 ‘이 사람 진짜 열정적이다’ 라는 게 들릴 수 있을 만큼 열정적으로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동시에 여전히 그 속에서 레트로한 느낌을 트렌디하게 끌고 오고 싶어요. 요즘 나오는 음악들이 인스턴트 음악이 많은 것 같다고 느껴요. 샘플링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발전하고 틱톡, 쇼츠 등의 숏폼이 유행하면서 음악을 전체적인 예술로 보는 게 아니라 후렴구에 꽂히게 하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사랑했던 음악은 그게 아닌데 시대는 맞춰야 하니까 그 레트로 함을 끌고 와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구구(GuGu)님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어떤 분들인가요?
A. 구구(GuGu) : 저의 스타일이나 에너지를 만들어주신 분은 잔나비의 최정훈 형님입니다. 그리고 그 분을 쫒다보니 비틀즈나 오아시스 등 브릿 팝 쪽의 선배님들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 아티스트 분들도 좋아하는데 스다 마사키의 영향도 받았어요, 배우 겸 모델 겸 싱어송라이터이신 분인데 음악이 정말 좋아요. 그분도 결이 비슷한 게 레트로를 트레디한 영역으로 이끌어오는 분이예요. 후지이 카제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에어로 스미스도 엄청 좋아하고요.
정리하자면 잔나비는 저의 스타일과 에너지를 만들어주신 분이고 스다 마사키는 음악적인 색을 만들어 주신 분이예요. 오아시스에게서도 에너지, 장기하 님에게는 가사적인 영향을 받았어요. 보컬적인 것은 반반 섞여있는데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의 영향을 받았어요. 항상 밴드의 프론트맨들을 동경해오고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Q. 향후의 계획은?
A. 구구(GuGu) : 10월 10일에 EP가 나올 예정이고 사람들에게 저라는 아티스트를 많이 알려서 올해는 앨범을 중점적으로 많이 만들 예정입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펜타포트랑 부산록페스티벌의 슈퍼루키에 들어가는 게 저의 목표고 단독콘서트를 열 수 있을 만큼 팬 분들이 생기는 게 또 다른 목표입니다. 계속해서 도전적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September 26, 2024
Editor Dike(오상훈)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