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진찬희│안녕 안녕

봄에 지는 꽃은 그 해에 다시 피어나기에


K-pop이 세계적으로 크게 붐하고 난 뒤의 현재에 그 외의 음악들은 자취를 감춘 것 같지만 사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만 보아도 국내에서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여전히 발라드,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최근에는 이브, 닥터코어911 같은 왕년의 록밴드들이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여전히 트로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여전히 예전 음악에 대한 향수를 얘기하며 음악을 시작하곤 한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진찬희 : 안녕하세요 본명 그대로 활동하고 있는 진찬희라고 합니다


Q. 지난 9월 2일 두 번째 싱글 [안녕 안녕]을 발표했어요. 곡을 발표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최근의 근황은 어떤가요?


A. 진찬희 :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장 일을 하면서 다음 곡 작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Q. 올해 갓 데뷔한 따끈한 신인 싱어송라이터로서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뭘까요?


A. 진찬희 : 음악을 시작하기까지 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음악 할 거라곤 전혀 생각 못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지만 저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은 많아 보이고 주위에서 제 노래를 듣고 가수 해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고 저도 가수 될 정도의 재능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보컬 학원은 꼭 다녔었는데 가슴 한편에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어서 아예 놓지는 않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가수라는 꿈은 묻어둔 채 남들 따라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대학교도 성적 맞춰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보건행정학과를 나오게 됐고 졸업하고 병원은 들어가기 싫어서 한참 유행하던 IT 개발자 양성하는 국비지원교육도 받았고요. 하지만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아무리 다른 직업들을 경험해 봤자 적성에 맞을 리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방황하던 중 당시에 배우고 있던 보컬 선생님을 통해 버스킹을 할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됐는데 23년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매년 광화문 앞에서 열고 사회자도 섭외하는 꽤 큰 공연이더라고요. 원래 본인 곡이 있는 가수들만 공연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마침 예산 부족으로 가수 아닌 사람도 받게 되어 저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제자들이 몇 명 나온 터라 미리 일러주신 게 있었는데 ‘한파주의보에다가 평일이니 사람들이 보는 건 기대하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할 거야’ 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돈을 받고 서는 무대이기에 나름 준비를 많이 해서 갔는데 손에 잡은 마이크는 얼음장 같고 한 마디 뱉을 때마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이 체온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어요. 근데 그 추위에서 노래를 하는데도 너무나 행복하고 이제야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지나다니는 여성분들이 나이 상관없이 제 공연을 지나치시다가도 돌아보고 응원도 해주시고 연인 둘이서 지나가려다 가도 여성분이 보고 가자고 다시 끌고 오시고 영상도 찍으시는 분에... 결정적으로 여성분 팬이 생겼었어요. 교환학생으로 대학교를 다니시던 중국인분이셨습니다. 제가 노래하는 영상이 필요해서 친구에게 부탁했었는데 여성분이 영상 찍던 제 친구에게 ‘저 가수는 이름이 뭐냐, 유튜브 하냐’고 물어보고 아무것도 없어서 친구가 제 번호를 줬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들은 보컬 선생님은 ‘그런 기회가 어떻게 생기냐, 넌 가수 해야 되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동성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서 부른 게 전부라 제 목소리에 대한 수요를 몰랐는데 내 목소리는 여성분들에게는 유난히 더 좋게 들리는구나, 하고 확신이 생겼었어요.


이때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문제는 제가 인맥도 학벌도 없었고 좋아하는 음악은 밴드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밴드를 구한다고 해봤자 업으로 삼으려는 밴드 세션 분들이 붙을 리가 없다는 거죠. 밴드 세션을 모으려면 제가 능력을 먼저 보여야 했어요. 밴드 보컬이 보통 작사, 작곡을 본인이 직접 한다고 하더라고요. 본인 노래는 본인이 가장 잘 쓰기 때문에요. 그래서 작사, 작곡을 배우는 게 유일하게 가수가 되는 길이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데뷔곡인 ‘봄에 지는 꽃’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도 연상시키고 90년대 말이나 00년대 초의 밴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곡이에요. 이 곡은 어떤 곡인지 알려주세요.


A. 진찬희 : 앞서 말했듯이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시작한 작곡이었기 때문에 ‘어떤 노래를 만들고 싶다’가 아닌 ‘제발 하나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제 취향이 가득한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후에 가사를 썼는데 저의 아팠던 과거 연애 경험을 적었습니다. 3월에 꽃을 보러 가자는 데이트 약속을 했었는데 환승 이별을 당해서 결국 보러 가지 못했던 얘기입니다. 제 자신을 꽃에 빗대었고 꽃이 만개하는 봄이지만 나는 피지 못하고 졌다는 내용입니다.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상태였고 공장 일을 하면서 머릿속으로만 만든 멜로디와 가사입니다. 처음 만든 노래이기도 하고 엄청 고생해서 만든 노래이기에 제게는 의미가 깊습니다. 아직도 이 노래를 듣거나 생각하면 힘들게 공장에서 일하면서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Q. 최근 발매한 ‘안녕 안녕’은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A. 진찬희 : 저의 10대와 20대를 함께했던 강아지가 24년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쓴 노래이고요, 그리움과 슬픔이 담겨있습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소중한 대상을 떠나보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겁니다. 그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가사에서 대상을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주인이 죽으면 먼저 간 애완동물이 마중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 글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해서 가사에 녹여냈습니다. ‘안녕’이라는 단어가 만날 때 하는 인사도 있지만 헤어질 때도 하는 ‘안녕’이 있잖아요. 그래서 중의적인 의미를 살려서 처음부터 계속 잘 가라는 의미의 ‘안녕’이었지만 마지막 ‘안녕’은 만날 때 하는 인사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잠시 떨어져 있는 것뿐이고 다시 재회할 거라는 믿음을 담았기 때문에 노래의 분위기는 밝게 만들었습니다.



Q. 전반적으로 그동안 발표한 곡들이 00년대 음악들의 향수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고령화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사실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반가워할 음악이에요. 😄 원래도 취향이 이런 음악들인가요?


A. 진찬희 : 00년대 음악들을 만들려고 의도한 건 아닌데 작곡을 하다 보니 저의 취향이 녹여져 있는지 그 시절 향수가 물씬 나는 음악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네요. 특히 노래를 많이 듣고 좋아했던 노래들이 00년대 음악들이었는데 다시금 이런 음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제가 그 음악을 만들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 시절 노래들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제 노래가 많이 사랑받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싶은 마음입니다, 하하.


Q. 공장을 배경으로 커버곡 콘텐츠를 만들고 작업기 브이로그 등을 만드는 등 시작하는 인디 아티스트로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스스로 음악을 해나가면서 느끼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A. 진찬희 :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 인생의 운전대를 드디어 잡은 기분이 좋습니다. 이것저것 매일 쳐내야 하는 게 많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쫓기듯이 살아가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바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을 덜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커버곡과 브이로그 채널을 운영하면서 노하우가 생기고 어떤 식으로 운영해야겠다, 하는 채널 정체성이 자리 잡는 데에만 1년이 걸리더라고요. 커버곡 채널은 노래만 부르면 전부일 줄 알았는데 내가 라이브에 최적화된 목소리인지, 녹음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카메라 구도는 어떻게 잡아야 내가 예쁘게 나오는지, 카메라를 어디에 두어야 소리가 잘 들어가는지 등등 A부터 Z까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보컬의 입장 뿐만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도 보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브이로그 채널도 비슷한 이유로 도움이 많이 됐고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저가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대화를 많이 하고 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마치 1인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자 직원이 된 느낌이랄까요? 돈도 벌어야 하고 작곡과 홍보도 하고 꾸미기도 해야 되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성장하는 과정이고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회 없게끔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Q.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A. 진찬희 : 저는 엠씨더맥스 노래의 모든 앨범을 외울 만큼 좋아하고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노래를 좋아하는 거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가도 재밌다는 생각보다 저 음향장비에 노래 한 번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유명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데 저의 성향 자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잘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음악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스포츠나 연예인의 팬인 적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열정을 쏟는 사람들을 보면 그 감정이 때로는 궁금하기도 하면서 내가 이상한 건가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속으로 '아, 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어서 팬을 만들려고 태어났나 보다!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


Q. 향후의 계획은?


A. 진찬희 : 어떤 곡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작곡이 아니고 가수가 되고 싶어서 막연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제가 무슨 노래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다가 갑자기 무수한 선택들을 하게 되니 난감하더라고요. 작곡가는 저인데 음악적인 가치관과 기준이 없어서 그동안 음악하면서 들은 말이 '본인 스스로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 건지 결정을 하는 게 먼저다'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고민합니다. 나는 어떤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은 건지, 노래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 건지에 대해서요.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과 더불어 노래가 업이 되었으니 이제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되어야겠구나 생각도 하고 있어서 제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채워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전부터 뮤직비디오를 보는 걸 좋아해서 혼자서 뮤직비디오를 찍어볼 예정입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November 04, 2025
Editor Dike(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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