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다크 워터스"

진실의 벽을 허물기 위한 롭 빌럿의 긴 법정 투쟁


대학교 때 한 학생이 핫도그 먹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 버리는 모습을 봤다. 청소해주시는 어머니가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셨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었다. 우리는 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걸. 하지만 알고 있더라고 몸소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 역시 많다. 지구온난화. 우리는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을 각종 뉴스와 다큐멘터리 등에서 보며 경각심을 받는다. 하지만 말만 큰일이네라고 하고, 현실은 배달음식을 주문하며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환경을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플라스틱과 비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살고 있지만. 지구온난화의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프레온 가스이다.


프레온 가스는 냉장고, 에어컨 냉매와 스프레이 분무제 등으로 사용된다. 오존층 파괴로 전 세계 조약에 의해 생산이 금지된 프레온 가스를 만든 회사가 최대 화학회사인 듀폰이다. 이번 영화 <다크 워터스>는 사람들 몰래 독성 폐기물질(PFOA)을 버리고,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을 은폐했던 듀폰을 대상으로 오랜 법정 투쟁을 벌린 롭 빌럿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프레온 가스만큼이나 환경을 파괴하고,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장시간 폐기물질에 노출되면 임산부의 경우 기형아를 낳고, 당사자는 암에 걸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어마 무시한 사실을 알면서도 듀폰은 수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했다. 이 외에도 유해물질인지도 모른 채 사용했던 일상용품을 보며 환경의식을 높이는 등 다방면으로 생각할 요소를 던져준다.

웨스트 버지니아 마을 농부가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을 보고 롭 빌럿에게 자문을 구한다. 롭 빌럿은 처음엔 거절했지만, 할머니의 지인이라는 사실에 마을을 찾았고 이상한 증세를 보인 소를 보면서 사건을 맡는다. 상대는 세계 최대 화학회사 듀폰이다. 진실을 파헤칠수록 진실을 가리는 벽이 크기 때문에 오랜 법정 투쟁뿐만 아니라 그 시간동은 피해자가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롭 빌럿은 끝까지 듀폰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갔다. 그러다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이 프라이팬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물건에도 독성물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을 모집하여 PFOA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했고 오랜 시간 끝에 고환암, 백혈병 등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다는 걸 증명해낸다.

영화를 보며 크게 2가지를 느꼈다. 첫째는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였는가'이다. 농부가 듀폰의 폐기물 때문에 소의 떼죽음이 담은 영상을 롭 빌럿에게 전한다. 영상은 보지 않고, 형식적인 보고서를 받아 농부에게 전달할 뿐이다. 보고서에는 농부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도와주려고 한 것뿐이다라고 말하는 롭 빌럿은 농부가 준 영상조차 보지 않았다.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검은 치아와 기이한 소 내장과 쓸개, 직접 소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하면서 영상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여기서 우리가 문제를 얼마나 제대로 보고 있는가의 의문을 던진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원인과 과정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알려하지 않았던 것일지 모른다. 롭 빌럿이 듀폰 회장에게 연구 자료를 요청했을 때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냈다. 쉽게 포기할 줄 알았던 듀폰 관계자의 생각과 달리 롭 빌럿은 자료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사전에도 검색되지 않는 PFOA을 알아내며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프라이팬, 콘택트렌즈, 카펫 등에 독성이 쌓이고 있다는 것 역시 발견한다. 듀폰이 모른 척하는 사이 이미 사람 몸속엔 사라지지 않는 독성이 쌓이고 있었다.

둘째는 우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란 사실이다. 농부는 롭 빌럿을 찾기 전에 곳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힘없는 농부의 손을 잡아준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용기를 갖고 소송을 준비한 농부와 롭 빌럿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이 많았다. 피해자가 마치 가해자인 듯 눈치를 본다. 그래도 롭 빌럿을 지지해준 상사 톰과 그의 아내 덕분에 20년의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이 지치 더러라도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싸울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 판사가 롭 빌럿에게 묻는다. "아직 있었군요." 그리고 롭 빌럿은 답한다. "아직 있습니다." <다크 워터스> 듀폰의 사건을 보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떠올랐다. 가습기 살균제 화학성분이 산모와 영유아 등에게 사망 혹은 폐질환에 걸리게 한 사건이다. 여전히 공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나라에서 지켜주지 않아 피해자들이 직접 나선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데 사실 피해자가 나서기 이전에 나라에서 도움을 주고, 진짜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것을 바로 잡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기, 물, 공기, 햇빛 등 가치 있는 것을 공짜로 쓴다. 이제는 공짜라고 마냥 안심할 순 없다. 물은 정수기 혹은 편의점에서 구매하며 공기 역시 미세먼지로 인해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환경은 우리 일상 속에서 뺄 수 없는 문제이다. 더 이상 이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도 모르게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지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크 워터스>는 스포트라이트 제작진과 <캐롤> 토드 헤인즈 감독이 만들었으며 우리에게 헐크가 더 익숙한 마크 러팔로와 앤 해서웨이, 팀 로빈스 등 배우 캐스팅으로 눈여겨 볼만 하다.


별 ★★★★☆


September 7, 2020

Editor 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