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초미의 관심사"

다름은 있어도 틀림은 없는 우리들의 인생사

그렇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해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편견’에 갇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혹은 다들 그렇게 산다는 점을 내세워 자기변명을 하는 것이 자기반성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기준에 편승해 버리다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작아지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세상의 기준과는 조금 다른, 그래서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할 수 있는 순덕 모녀의 유쾌한 하루를 보여줌으로써 보통사람이라 불리는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 편견덩어리인지를 알려준다.

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하는 순덕 (김은영 분) 앞에 오래 전부터 연을 끊고 살았던 엄마 (조민수 분) 가 나타난다. 길가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 수 있을 정도로 나이에 안 맞는 화려한 옷차림에 욕과 담배가 일상인 예전 그 모습처럼. 대뜸 순덕의 엄마는 자신의 돈을 들고 도망간 순덕의 동생 유리(최지수 분)의 행방을 물으며 순덕에게 유리를 같이 찾으러가자 이야기 한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 이라는 태도로 엄마의 말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던 순덕은 동생 유리가 자신의 비상금에도 손을 댄 것을 알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최대한 빨리 엄마는 같지만 호적은 다른 동생 유리를 찾아 자신의 돈을 되돌려 받기 위해.

유리가 다니는 학교와 살고있는 고시원부터 시작해 아르바이트 장소 등 유리의 행적을 하나하나 따라 가보는 순덕과 엄마. 그런데 이 엄마 너무 철이 없어도 너무 철이 없다. 무슨 오지랖인지 뭐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사건건 동네 구석구석 참견이다. 길을 못 찾는 외국인부터 동네 파출소에서 근무 중인 자신의 첫사랑 오빠, 무례하게 오토바이를 몰며 배달 알바를 하는 외국인까지.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존재들이 등장하면 엄마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200프로 내뿜는다.순덕은 평생을 부모라는 책임감 없이 자유롭게 살다가 돈을 들고 사라지니 이제야 딸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엄마가 야속한 상황이기에 더더욱 엄마의 철없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엄마에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 순덕. 물론 그의 엄마는 때때로 상처받는 표정을 보이며 순덕에게 사과를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주눅 따위는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욕으로 되갚아 순덕이 여러 번 자신의 뒷목을 잡게 만든다. 과연 순덕 모녀는 무사히 그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유리를 만나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순덕 모녀의 여정이 보통의 로드무비보다 보다 다채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순덕 모녀만큼이나 평범하지 않은 유리의 지인들 때문이다. 온몸에 문신을 뒤덮은 미혼모부터 시작해 게이커플, 한국국적의 흑인, 드랙퀸까지 조금은 특별한 유리의 지인들은 도망간 유리를 찾는 순덕 모녀의 여정이 멈추지 않도록 유리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설사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 근거 없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더라도 중요한 건 이들 역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보통의 존재들이며 유리의 실종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모습은 유리의 지인들을 처음 대할 때의 순덕 모녀의 모습이다. 순덕 모녀는 평범하지 않은 유리의 지인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꺼려하지 않는다. 그들의 상황에 깊은 공감을 하며 때로는 연대를 하지만 순덕 모녀에게 그들의 성향이나 생김새 혹은 생활 여건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됐고, 그래서 우리 유리는 어디있다구?!” 

이러한 순덕 모녀의 쿨 하면서도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태도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이색적인 느낌이 물씬 품기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특색이 만나면서 영화의 메시지는 한층 더 명확해진다. 다수에 속해있거나 평균에 가깝다는 이유로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틀렸다고 함부로 말 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완벽한 인간은 없기에 인간사에 완벽한 정답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동시에 상대를 이해하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그나마 불완전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다름은 있어도 틀림은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이기에. 


그래서 유리는 어떻게 되었다구요? 영화를 보고 결말을 확인해 보시길.  


위 영화는 네이버 영화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September 15, 2020

Editor 방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