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칠드런 오브 맨"

울려 퍼진 아이 울음에서 희망을 봤다.



사람마다 영화 취향이 다양하다. 긴 여운이 남는 영화, 가볍게 보는 영화, 간접 경험이 가능한 SF, 스릴러 등. 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이를테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일어날 법한 이야기. 실제로 내게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게 하는 영화 말이다. 이번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폭동과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임신 가능성을 상실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임신한 한 소녀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도록,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는 스토리이다.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이 안에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희망 조차 갖기 어려운 세상에서 작은 희망인 아이를 봤을 땐 난 어떻게 할까" “만약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온다면? 나는 자살약을 먹을까?” 등 여러 고민을 하게 한다.



화려한 불빛을 잃은 지 오래. 불법 피난민들을 진압하여 수용소에 넣고, 인구 고령화로 복지 체제가 무너지자 국민에게 자살약을 나눠주며 평화로운 죽음을 제안하는 세상이다. 불법 입국자들을 푸지라 부르며 비인간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어린아이 '디에고'가 사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다들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테오는 뉴스를 흠칫 보며 커피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방금 나온 카페에서 테러가 발생했고, 테오는 잠시 당황했지만,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했다. 무언가 비정상 같은 <칠드런 오브 맨> 현재는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가능성을 상실한 종말의 시대 서기 2027년이다. 세계 각자가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하며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렸다. 



테오는 의문의 사람들에게 납치 당했다. 그곳엔 전 부인 줄리언이 있었다. 그들 사이에도 아이가 있었지만, 병에 걸려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이 둘은 20년 만에 다시 만났고, 줄리언은 테오에게 한 소녀를 불법으로 빼돌리기 위해 통행증을 만들어달라 부탁했다. 어찌하여 통행증을 발급했지만, 테오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테오도 동행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줄리언은 이민자 권익을 지지하는 피쉬당 리더이다. 한때 반정보 사회 운동가로 활약했던 테오는 아들이 죽은 뒤 그 의지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고, 줄리언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고 있었다. 줄리언은 기적적으로 임신한 소녀 '키'를 그에게 부탁한다. 모든 걸 상실한 그는 눈 앞에서 기적의 생명을 마주한 뒤 키가 안전하게 출산하고, 인간 프로젝트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칠드런 오브 맨>은 실상 생명과 죽음을 다룬다.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쉽게 죽이는 세상이며 임신해도 감춰야 하는 세상이다. 이 과정에서 임신한 소녀의 아이를 빼앗기 위해 사람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정치적인 요소로 이용하거나 현상금에 눈을 멀거나 등.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이 영화에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내길 바라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테오와 키를 지켜냈다. 그들이 안전하게 배를 타고 인간 프로젝트에 도착할 수 있도록.



키가 테오에게 임신한 사실을 말할 때 젖소 이야기를 꺼낸다. "젖소의 젖꼭지가 8개인데 젖 짜는 기계가 4개의 젖꼭지만 사용한다면서 젖소의 젖꼭지 4개를 잘라버렸어요. 8개가 들어간 기계를 만들면 되는데" 우리는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 악한 힘을 사용한다. 그 결과가 비록 잔인하더라도. 하지만 다행히 사람은 본래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잠시 총격전을 멈추고 테오와 키에게 길을 내어준 것처럼. 아이를 아이로 보는 사람들은 그저 힘없는 사람들일 뿐이다. 희망이 없어서 좌절하며 살았던 때에 아이 울음소리는 이들에게 실낱같은 작은 희망이었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잠시 희망을 맛본 것이다. 



회색빛 화면과 총성, 그 사이에서 울부짖는 사람들과 살려달라는 사람들 목소리가 흔한 이 시대. 그들은 그 속에서 하나의 작은 희망을 봤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다들 이 작은 생명과 희망을 보고 어떤 생각할지는 보여주지 않고 관객에게 맡긴다. 나는 그 인간 프로젝트에 도달했을 때 희망이 진짜 희망다운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한다. 비록 정치적이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희망을 지켜내려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테오와 키가 인간 프로젝트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것처럼.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농담 반 진심 반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행복한 날보다 불안하고 불행한 날이 많은 지금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이런 비극적인 마음이 <칠드런 오브 맨>이라 했을 때 오직 나 하나만 먹고살기 위해 노력할지 모른다. 그래도 함께 있을 때의 행복, 행복해지고 싶은 작은 마음이 커지면서 아이를 낳으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칠드런 오브 맨>을 보고 생명이 위대하게 느껴진 것처럼.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October 8, 2020

Editor 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