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더티 댄싱"

청년들 마음에 불 지른 영화


결혼식 축가를 준비하면서 소질 없는 춤을 췄다. 친구들끼리 유튜브를 돌려보며 이렇게 하는 거다, 아니다로 씨름하면서. 뻣뻣한 춤사위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춤'의 대화로 이어졌다. "춤 잘 추는 사람은 진짜 신기해. 근데 이렇게 춰보니까 재미있긴 하다." 맘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화나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면 나도 모르게 춤을 즐기고 있다. 이 추억을 지니고 있어서 일까. 이번 영화 <더티 댄싱>을 보면서 춤의 매력에 다시 빠지고 말았다.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을 느끼며 자유롭게 춤추는 청년들. <더티 댄싱>은 단순히 춤 영화로만 보기엔 아쉽다. 계급, 빈부 갈등뿐만 아니라 88년도 영화에서 말하기 힘든 낙태 문제까지 다루기 있기 때문이다. 당시 광고사에서 낙태 문제를 삭제하면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감독은 이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88년 거리를 <더티 댄싱> 곡으로 수놓았던 명곡을 듣고 숨겨진 메시지를 찾다 보면 어느새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의사 아버지를 둔 프란시스. 그녀는 이름이 아닌 '베이비' 애칭으로 불린다. 여름휴가로 베이비 가족은 아버지 친구가 경영하는 켈러만 산장에 간다. 저녁이면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하는데 그 사이에서 눈에 띄는 조니와 페니의 현란한 춤. 사장의 제지로 베이비는 그들의 춤을 보지 못하지만, 산책하다 우연히 들어간 산장에서 다시 이 둘의 춤을 보며 이들에게 매료된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본 적 없는 더티 댄싱. 춤을 춰본 적은 없지만 조니가 알려주는 대로 조금씩 춤을 춰본다. 어색하듯 천천히 따라 하며. 조니가 떠나가도 춤의 여운을 느끼는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다 베이비는 페니가 아르바이트하는 로비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거절하여 낙태를 해야 하는데 250달러가 없어 힘든 어려운 상황까지. 베이비는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페니에게 도움을 준다. 그녀가 수술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페니 대신에 조니의 파트너가 되어 공연을 준비한다. 


"저를 사랑한다면 모든 걸 사랑해주세요.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아빠도 저를 실망시켰어요. 죄송해요.


아빠는 남을 도우라고 하셨죠, 그건 아빠 같은 사람들을 말하는 거였어요."



영화 시작부터 베이비의 내레이션으로 아버지 같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한다. 베이비는 한눈에 봐도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힘든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며 두 딸에게 당부하던 아버지였으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베이비와 조니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베이비에게 실망을 했고, 베이비 역시 말과 다른 행동을 보였던 아버지에게 실망한다. 아버지가 추천하는 의사가 아닌 가난한 강사를 사랑한 베이비는 아버지의 기대와 자신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여기서 뚜렷한 계급사회를 볼 수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니가 페니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말하면서 아버지와 베이비, 아버지와 조니의 오해는 쌓이기만 한다. 심지어 조니가 도둑으로 몰리면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조니의 문제를 듣기보다 가난하고 무책임하다는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장을 떠났던 조니가 다시 돌아와 베이비 가족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한다. "아무도 베이비를 구석에 둘 수 없어요" 베이비는 조니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간다. 마지막에 Time Of My Life 곡에 맞춰 제대로 된 춤을 볼 수 있다. 아버지의 금지, 억압에서 벗어나 하나의 자유로운 주체가 되어 조니를 믿으며 리프트에 성공한다. 명장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 삶을 내려다보는 주체적인 인물. <더티 댄싱>은 당시 사회적 메시지에 눈치 보이는 시대에서도 낙태 문제를 다루면서 자유롭게 춤추는 청년들을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이지만, 음악과 그때 당시의 사회적 메시지를 생각하다 보면 이 영화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아직까지도 문제 되고 있는 부분이 비슷해서 공감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꿈꾸는 청년들을 보며 대리 만족하며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영화가 끝나도 그들의 자유로운 춤과 음악이 눈과 귀에 맴도는 <더티 댄싱> 영화였다.




왓챠에서 관람했어요.


November 3, 2020

Editor 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