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델마와 루이스"

계속 가는 거야



많은 사람의 인생작이라 불리는 <델마와 루이스>. 이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가 휴가를 떠나면서 설레던 여행이 도주극으로 바뀐다. 두 캐릭터가 영화를 주도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빠질 수 없다. 델마는 이른 나이에 결혼하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남편 앞에서 여행 가고 싶다는 말 조차 꺼내지 못할 정도로 남편을 무서워한다. 그렇기에 여행하는 동안 자신이 좋다고 표현하는 남자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곤 했다. 여행 준비할 때도 이것저것 '혹시 모르니까' 하며 다 챙기며 결정을 잘 못하는 캐릭터이다. 이랬던 그녀가 이 휴가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금 엉뚱하고 일을 크게 키우지는 것에 당황스러움도 있지만, 결국 멋있어진다.


루이스는 차분하고 당차며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펼칠 수 있는 시종일관 강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이다. 시원시원한 성격과 호탕한 웃음 그녀의 행동 모든 것이 왠지 자유로워 보이며 짐도 델마와 다르게 필요한 만큼만 챙기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곧 금방 떠날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행 중 잠시 쉬기 위해 간 휴게소. 이곳에서 델마에게 호감을 보이던 남자 할렌이 있다. 그와 춤을 추며 정말 자유롭게 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델마. 그녀와 달리 루이스는 이 상황을 불편해한다. 루이스가 잠시 자리 비울 때 델마는 할렌에게서 강간당할 뻔한다. 마침 루이스가 그 상황을 보고 델마를 구했지만, 할렌의 이야기에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살해한다. 당황스러운 건 둘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잘못은 할렌이 했지만, 휴게소에서 같이 춤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경찰서에 가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할 거라는 답답함에 휴게소를 떠나고 만다. 



경찰을 피하기 위해 이 도주 중에서도 살기 위해 여행을 이어간다. 돈을 찾기 위해 멈춘 곳에서 강도인 제이디를 태웠는데, 델마와 제이디를 보면서 루이스는 또다시 불안해한다. 아니나 다를까 앞으로의 여행에 쓸 돈을 제이디가 가지고 도망가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은 듯 힘들어하는 루이스를 일으키는 건 델마이다. 델마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루이스에게 떠넘겼던 캐릭터이다. 그랬던 그녀가 루이스를 잡는다. 이때부터 두 캐릭터 역할이 바뀐다. 제이디에게 배운 강도 기술로 돈을 훔치고, 경찰을 트렁크에 가둘 수 있도록 루이스에게 지시하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루이스도 델마처럼 아픔을 갖고 있었다. 이 아픔은 루이스를 줄곧 따라다녔다. 어쩌면 오랜 남자 친구와 결혼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와 연관 있지 않을까 싶다. 상처로 인해 원래 정상적인 상태로 돌어가기 힘들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 언급하기 싫어하면서도 결국 서로에게 기대면서 조금씩 마음의 짐을 덜어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둘의 상처를 치유한다. 완벽한 치유는 안 되겠지만. 델마와 루이스가 여행하면서 만난 트럭 기사가 있다. 이 기사를 총 3번 만나는데 처음에는 외면했고, 두 번째는 무시했으면 세 번째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너네 동생, 엄마, 딸이 이런 취급 받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 그의 트럭을 쏘면서 말이다. 완전하게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후련했다. 텍사스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당시 이곳이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라 익히 알려졌다고 한다. 강간 당하더라도 그 증거를 쉽게 감출 수 있는 곳. 텍사스를 콕하고 집어주면서 그녀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지금쯤 네가 알았어야 하는 게 있는데, 그건 하나도 네 탓이 아니라는 거야" 강렬한 마지막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회자될 만큼 명장면이다. 뻔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델마와 루이스의 그랜드 캐니언 위를 시원하게 질주하면서 그동안 얽매여 있던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들이 여행을 떠나고 강간하려는 할렌을 죽이면서 당황스러움을 겪고 서로를 탓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위로하면서 함께 성장해간다. "한 번도 이렇게 깨 있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만약 할렌을 죽이지 않았다면 평생 괴로워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라고 델마가 말한다. 그렇게 잡히지 않은 채 질주하며 허공에 멈춰있는 그녀들을 보니 앞으로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왓챠에서 관람했습니다.


November 24, 2020

Editor 방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