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더 포스트”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린 계속 써 나가야 한다. 



사회 초년생을 이제 막 벗어난 지금, 직업을 갖고 ‘일’을 한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편견과 마주하고 그것과 맞서 싸우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싸우는 것보다 타협을 하는 순간이 더 많지만) 마음에 드는 회사를 선택하여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수많은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도 나를 향한 편견에 대해 해명하고 또 해명하였는데 입사를 하고 나서도 이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편견들과 싸워야 하다니. 짜증을 너머 절망스럽지만 지금으로부터 50년전, 남성 중심의 언론 세계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자리에 올라 자신을 향한 수많은 편견과 싸우며 진정한 언론인으로 거듭난 영화 <더 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평생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 갑자기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자리에 오른 캐서린 그레이엄 (매릴 스트립 분). 자신의 아버지가 딸인 자신이 아닌 사위인 남편을 후계자로 삼았을 때에도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가정에 헌신했던 캐서린이었지만, 워싱턴 포스트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은 누구 못지 않았다. 특히 현재 재정난을 겪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를 주식종목으로 등록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여 기사의 질을 끌어올리는 게 캐서린의 큰 구상이다. 중소 지역지에 불과한 워싱턴 포스트의 위치와 아무것도 몰라 보이는 여성 발행인 ‘캐서린’의 능력에 대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기에, 캐서린은 매일 밤잠을 설치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쟁지인 타임지가 30년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베트남전에 관한 비밀이 담긴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대형 ‘특종’을 터뜨린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은 처음부터 베트남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꽤 오래 전부터 미국이 아닌 베트남이 전쟁의 승기를 잡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미 전역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인다. 닉슨 대통령의 딸 결혼식에 누구를 취재원으로 보낼 것이냐를 논의 중이었던 워싱턴 포스트 입장에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고 편집장인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 분) 는 한발 늦었지만 워싱턴 포스트도 펜타콘 페이퍼의 원문을 확보해 후속보도에 나서려 한다. 하지만 펜타곤 페이퍼에 언급된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 닉슨 대통령 그리고 펜타곤 페이퍼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맥나마라 국방부 장관과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던 캐서린은 벤 브래들리의 행동에 부담감을 느낀다. 특히 닉슨 정부가 국가 기밀 누설 혐의로 타임지를 제소한 상황에서 워싱턴 포스트 역시 어마어마한 정치적,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캐서린은 더욱 망설일 수밖에 없다. 



발이 묶인 타임지를 대신해 워싱턴 포스트가 후속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벤 브래들리와 기자들. 이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수정헌법에서 보장한 언론의 자유에 따라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률팀과 경영팀은 법원 모욕죄와 국가 기밀 누설 혐의로 워싱턴 포스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펜타곤 페이퍼를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주인이자 발행인인 캐서린은 일생일대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데, 언론의 자유라는 가치와 함께 워싱턴 포스트의 미래라는 현실적 이유까지도 고려해야 하기에 그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해주며 여전히 자신에게 좋은 멘토가 되주고 있는 맥나마라와의 개인적 인연과 함께 여전히 많은 미국의 아들들이 정부의 이기심으로 인해 질게 뻔한 전쟁터로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캐서린. 



모든 것을 걸고 선택을 해야 하는 캐서린이 자신의 딸에게 남편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를 보여주며 고민을 털어 놓는 장면을 통해 당시 그가 가지고 있는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남편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평생 직업이라는 것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캐서린이었기에 누군가는 캐서린과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의 역할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여자가 설교하는 모습이 뒷다리로만 걷는 개의 모습과 같게 취급되던 시절,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고 설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또한 아무리 봐도 조금은 비정상적인 닉슨 시대에서의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놓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캐서린 역시 아버지와 남편만큼 ‘잘’하고 싶었기에. 



역사의 초고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워싱턴 포스트가 인쇄되고 있는 곳에서 캐서린은 벤에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항상 옳을 수 없으며 항상 완벽한 것도 아니지만 계속 써나가야 한다고. 이는 꼭 언론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기에. 때로는 더디고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편견과 싸우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 어쩌면 50년전 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의 캐서린 그레이엄의 태도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일지도 모르겠다.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과 메릴 스트립, 톰행크스 주연의 영화라는 한 줄로도 설명이 충분한 영화 <더 포스트>는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December 1, 2020

Editor 방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