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a, "주디"

무지개 너머에 정말 행복이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 인스타그램을 봤다. 많은 피드 중에서 유독 예쁜 연예인이 눈에 띄었다. 그녀가 입은 옷과 웃는 표정을 보면서 나지막이 "예쁘다"라고 내뱉었다. 그 아래 피드에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가족 얘기를 꺼낸 연예인이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워 말할 수 없었던 진솔한 얘기였다. 속마음은 숨기고, 늘 웃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삐에로 같았다. 표정으로 드러내면 안 되는 직업. 씁쓸했다. 화려함은 행복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번에 본 영화 <주디> 역시 그랬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주디 갈랜드'는 배우로서 성공한 인생일지 모르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영화 <주디>는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환호받던 주디의 마지막 런던 콘서트를 담았다.



주디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제작사에게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져 성상납을 강요받았다. 배고프다고 할 때마다 약을 먹었고. 그 습관이 이어져 40대에도 술, 약물, 불면증 등을 달고 살았다. 사랑받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표현할 줄 알았다. 자신을 좋아하는 팬은 위로해줬고, 공연 관계자에게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마음을 열지 않았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했던 그녀의 화려함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빚이 많고, 공연을 자꾸 꺼려하는 모습부터 보여준다. 자살시도를 했던 탓에 목 상태가 좋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피로해 보였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그녀의 삶은 어떻게 보면 처절하지만, 그래도 잘 살아내보려고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아이들과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녀의 일상을 엿보는 것 같았다. 공연 전마다 리허설을 하지 않았으며 그녀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막상 공연 위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뭔가 이뤄지는 노래는 아니에요. 늘 꿈꾸던 어떤 곳을 향해 걸어가는 그런 얘기죠. 누구나 희망은 필요하죠."



사람들이 기억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 그녀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무지개 너머 희망이 존재할 것이라 말한다. 이 장면을 넣고 싶어서 그녀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이 아빠와 살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디가 공연장에서 욕하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상처가 한 번에 찾아왔고 결국 공연마저 취소됐다. 다시는 무대 앞에 설 기회조차 없어 보였다. 다행히 어찌어찌 마지막 공연을 할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환호했고, 그녀 역시 역대급으로 진심을 다해 공연했다. 마지막인 걸 아는 사람처럼. 마지막 곡으로 Somewhere Over the Rainbow을 불렀는데, 중간에 감정에 복받쳐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희망이 존재할 거라 말하지만, 희망이 정말 존재하는 건지 의심될 때 이곡을 부르게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 앞에서 늘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지만, 하나하나 다 말할 수 없다. 말하면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말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공연을 마치고 6개월 뒤에 주디는 사망했다.



주디를 영원한 도로시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술 마시고 공연했던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녀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든 편견을 만들고, 평가하긴 어렵다. 우린 그녀의 삶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 모르니기도 하니까. 우리는 늘 보이는 모습만 기억하고 상대를 깊게 알려하지 않는다. 좋은 모습보다 그 반대를 더 오래 기억한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자신도 모르게 분노할 수 있지만, 주디는 그럴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았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최선을 다해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 벅차올랐고, 끝은 안타까웠다. 그녀가 좀 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익숙한 팝송 정도로 기억했던 Somewhere Over the Rainbow. 주디의 삶을 보고 음악을 다시 들으니 목소리가 쓸쓸하게 들렸다.



* U플러스 TV로 관람했습니다.



October 20, 2020

Editor 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