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수 "그림에 갇히다"

Indie Pop, 네가 이 근처에 분홍을 칠해주면 좋겠다.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우리는 어느 정도 무르익은 커리어를 가지고 인생을 순항하는 도중에 갑자기 키를 돌려 다른 방향을 삶으로 뛰어들 용기가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약간이라도 ‘늦은 타이밍’이라고 얘기하는 시기라면 더 용기를 내기 힘들 것이다. 그럴 때 무언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다른 분야의 일들에 비해 대다수가 가시밭길이라고 얘기하는 이 음악이라는 분야에 그렇게 뛰어들어 커리어를 지속해오고 있는 한 아티스트가 있다. 그리고 최근 [그림에 갇히다]라는 EP 앨범을 발표했다.

 

안희수의 음악은 생각보다 꽤 다채롭다. 그가 나름대로 스스로의 음악에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을 거듭하면서도 편안한 음역대에서 그의 안정된 톤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멜로디는 꽤 일관적인 무드가 있다. 보편적인 어쿠스틱부터 R&B, 재즈 사운드 그리고 때로는 굉장히 강한 리버브의 공간 사운드를 연출한 곡들을 들려주기도 한다. [Playlist] 앨범에서는 시티팝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번 EP [그림에 갇히다]는 여러 가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 발전해온 안희수의 음악이 본질로 되돌아와 안정된 하나의 그림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정돈된 최소한의 사운드로 메시지와 멜로디의 전달에 주력한 5곡이 모여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추천 트랙은 4번 트랙인 ‘네 어둠은 내가 먹어치울게’다. 처음엔 설렘이라는 감정에 취해 서로가 비슷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부분들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화자의 모습이 담긴 3번 트랙 ‘그래도 우릴 지켜내고 싶어서’에 대한 상대방의 답가이며 우울과 절망에 빠져있는 시기에 놓여있는 연인을 위로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은 곡이다.

 

물론 타이틀곡인 1번 트랙 ‘그림에 갇히다’도 추천한다. 이 앨범에서 가장 밝은 곡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번 EP 앨범 [그림에 갇히다]는 트랙의 순서대로 화자의 감정을 스토리텔링 한다. 화자가 처음엔 사랑하는 연인에게 취해 모든 것을 좋게 보고 환상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사랑이 점점 생각과는 다른 현실들을 보고, 서로를, 그리고 각자를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들을 차례로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꽃은 봄에만 피는 게 아니니까’에 와서는 지친 자신을 위해 노래한다.

 

작년에 발매된 앨범이지만 지난 싱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는 이번 앨범의 앨범 커버와 같은 그림체의 그림으로 앨범 커버가 그려져 있다. 필자는 이 곡을 이 앨범의 중간에 끼워 넣어 들었는데 의외로 연결되는 스토리라인이 재밌게 느껴졌다. 안희수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들어보길 권한다.


안희수의 EP 앨범 [그림에 갇히다]는 아마도 보통의 대다수 사람들이 이 그림에 똑같이 갇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그림에 갇혀 있는가.

 

한 번쯤 자신의 그림에 채색하기 전에 다시 한번 이젤에서 한 발짝 물러서 그림을 바라볼 수 있기를.




June 25, 2023

Editor Dike(오상훈)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