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린, “아침”

Indie, 잠시 마음 놓을 밤은 오니까



몇 번의 실패와 좌절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곤 한다. 나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 무엇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친구는 내게 보다 계획적으로 살아보라고 조언했다. 우습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였을까. 잠과 꿈이 기다리고 있는 밤보다, 또 하루 살아내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아침이 더 두려웠다. 이렇듯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그 무기력의 시간에 이예린의 ‘아침’이 기다리고 있다.




2013년 제 24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그대의 우주’로 장려상을 수상하며, 2017년 첫 싱글 < 찰나 >를 발매해 본격적으로 인디 신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에 발매된 첫 정규앨범 < 먼 마음 1/2 >의 2부작 < 먼 마음 2/2 >로 대조되는 우리의 마음을 노래한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음을 나누다가도(우린 같은 곳에 앉아), 누군가를 향한 복잡한 마음에 결국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네 생각). 즐거움과 우울, 기쁨과 슬픔 사이의 모든 마음이 앨범에 담겨있다. 



‘잘하고 싶어도 잘 안됐어요

좋게 생각하려 해도

금세 울적해요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될까요

투덜대기만 하는 내가 나쁜가요’


이예린이 노래하는 ‘아침’은 무기력을 한없이 실토하지만, 그럼에도 따뜻한 위로의 언어로 재탄생한다. 때로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나도 그렇다’고 공감해주는 것이 더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





‘눈 떠지는 순간부터 밤을 기다려요’


< 먼 마음 2/2 >의 발매 인터뷰에서 이예린은 ’아침’을 만들고 나서야 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우리에게 때때로 찾아오는 감정들을 외면하면 언젠간 곪고 곪아 터지기 마련이다. 그의 솔직한 감정의 발화를 통해 ‘아침’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때로는 무기력함이 우리를 잠식시키더라도 괜찮다. 두려운 아침도 언젠간 끝나기 마련이고, 우리에겐 잠시라도 마음 놓을 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January 28, 2021

Editor 조지현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