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KYUL) "Broken"

R&B, 이해할 수 없는 결말만이 가득한 세상이라는 영화


살면서 세상을 원망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바꿀 수 없는 결말을 바꾸려고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질문일 것 같다. 필자 역시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기를 바라며 노력하는 사람 중 그저 한 명이니까.

필자는 음악을 들을 때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아티스트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다. 이런 나름의 고정관념을 조금 바꿔준 아티스트를 오늘 꺼내보려 한다. “결 (KYUL)”이라는 아티스트이다.

2018년 3월 EP 앨범을 발매를 시작으로, 약 3개월마다 꾸준히 대중에게 찾아오는 “결 (KYUL)”은 묵묵히 본인만의 색깔을 담아내는데 전혀 조급함이 없었다. 거꾸로 얘기하면 너무 여유롭게 사는 얘기를 음악에 고수처럼 담아내는 걸 보니, 이 아티스트는 멀지 않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대하는 아티스트의 면모는 누구보다 심오하지만, 음악 속에 그가 말하는 얘기들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평범한 얘기들을 담고 있다. 평범함이 대단한 것이라기 보다, 평범함을 말하는 자가 대단한 것이다.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수두룩할 테니까.

그의 음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서로 주먹을 쥐거나, 칼을 들고 사람을 대하는 현대사회에서 그의 음악은 강한척하다가 하루를 끝내는 한없이 여린 사람의 쌓인 한 보따리의 말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래도 괜찮아, 힘내’ 이런 위로의 말이 아닌, ‘요즘 나는 이렇게 살아,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너는 어때’라는 위로도 토닥여주는 것도 아닌 이 음악을 듣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마음을 그저 ‘너는 그렇구나’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나란 사람의 마음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저 내가 가장 힘들고, 내 얘기 하기 바쁜 세상 속에서 말이다.


노래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필자는 늘 얘기한다. 처음 들어서 좋은 노래,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노래 이렇게 두 가지다. “결 (KYUL)”의 음악은 후자가 속할 것이다. 


누군가 그의 음악을 처음 듣는다면 목소리에 집중할 것이고,

누군가 그의 음악을 두 번째 듣는다면 가사에 집중할 것이다.

누군가 그의 음악을 세 번째 듣는다면 내 삶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나 세상이 너무 싫어, 그런 투정을 부리면 그래도 살아보자 하던 너”




september 9

Editor sweetmind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