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975 “Guys”

Rock, 불장난인 줄 알았던 소년들의 음악이 전 세계로.


세상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참 많다. 이 말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부끄럽지만 필자의 삶도 저 문장 하나로 변명이라는 걸 하기도 한다. 해도 해도 안 되는 것을 우리는 “현실”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이자 뻔한 말이지만 이 말에 누구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다양한 한국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로 진출하며 K-POP을 널리 알려 세계인들이 점점 K-POP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들의 춤, 노래, 개성, 스타일, 언어까지 배우고 닮아가려는 팬들의 열정은 K-POP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고 있다. 다만, 특정 장르에서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우리의 “현실”이다. 좀처럼 이런 좋은 분위기에도 좁혀지지 않는 대표적인 음악 장르가 “Rock”이다.

영국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The 1975”는 2002년 평균 13세의 나이로 밴드를 결성하여, 2013년 1집 [The 1975]로 데뷔하였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 친구로 만나 밴드경연대회와 지역 클럽에서 주로 공연하며 이들만의 음악 세계를 형성해왔다. 처음에는 그저 바보 같고 한심한 녀석들이 만든 평범한 틴에이저밴드로 평가받았다. 영국의 록 음악을 쫓는 수많은 밴드 중 하나일 뿐이었으니까.2013년 1집을 발매한 후 “The 1975”는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운드에 귀를 기울여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80년대 사운드를 재현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틴에이저밴드 중 이렇게 복고풍의 사운드를 세련되게 해석하는 밴드는 드물었다. 다들 트렌드와 본인들만의 색깔을 찾느라 바빴을 때, 이들은 과거로 돌아가 좋은 것들을 고스란히 가져와 예쁜 포장을 했다. 1집 [The 1975]에 이들의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The 1975”는 정규 데뷔 앨범,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서 몇 가지 수식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스타일리쉬 록 밴드”“장르를 구분 짓기 모호한 밴드”“80년대 스타일의 틴에이저 밴드”지금도 이들을 부를 때 가장 많이 붙이는 수식어들이다. 이 수식어들은 2018년에 발매한 세 번째 정규앨범 [A Brief Inquiry Into Online Relationships]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이 앨범은 80년대 록, 신스팝, 소울, 재즈 등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이들만의 재치있고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들의 음악에 스핀, 엔엠이, 피치 포크 등 해외 음악 사이트들은 일제히 2018년 최고의 앨범으로 이들의 음악을 평가했다. 누군가는 가볍게 봤을 이들의 음악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올해 5월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앨범 [Notes On A Conditional Form]의 타이틀 곡인 “Guys”를 필자는 Key Track으로 뽑고 싶다. 솔직히 첫 번째 정규 앨범부터 네 번째 정규 앨범까지 추천하고 싶은 트랙이 너무 많다. “The 1975”만의 음악이 이런 스타일이라고 예시를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은 필자가 뽑은 “Guys”가 아니다.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들보다 밋밋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이 트랙은 틴에이저밴드가 할 수 있는 감성의 깊이를 넘어선 곡이다. 화질이 좋지 않은 오래된 비디오에서 재생되는 멜로영화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한 마디로 어떤 밴드가 쉽게 다룰 수 있는 감성과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다.“The 1975”는 깊은 보울에 그들의 음악을 담아서 우리에게 주곤 한다. 그 깊은 보울을 들여다보면 소울, 재즈, 록, 펑크, 빈티지 등 다양한 재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Guys”는 그 재료들 위에 얹어진 부드러운 소스 같은 곡이다. 소스가 없이는 잘 섞여지지 않는.







september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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