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테르트르"

하늘과 맞닿은 언덕 위 카페



서울에서 생활하며 드높은 언덕을 마주하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왜 나의 어린 시절 등굣길이 늘 땀투성이였나 생각해보니, 그것은 학교가 언덕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도 예외는 없었다. 여유로운 강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비탈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이마에 땀이 흥건한 채로 강의실에 도착하곤 했다. 언덕길과의 애증(?)의 관계는 계속됐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들이 대부분 언덕을 끼고 있어서다. 해방촌, 부암동, 우사단로 등은 체력을 절로 길러주는 어마무시한 높이에 위치하고 있다. 꼭대기에 닿고 나서 눈앞에 펼쳐진 도심의 정경을 보는 맛에, 발길을 끊지 못하고 있다.



창신동에 위치한 카페 테르트르로 향할 때도 속으로 욕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말도 안 되는 경사를 지닌 언덕을 한 이십여분쯤 오르고 또 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바보였다. 창신역이나 동묘 앞 역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마을버스(종로 03)가 있었는데, 걷는 것을 선택했다. 이날의 날씨는 그야말로 기가 막혀서 온전히 누리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 테르트르가 이렇게 고지대에 위치한 줄 알았으면 진작 버스에 올랐을 거다. 지인들에게 소개를 할 때도 애초에 걸어가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고.



끝내 도착해 테르트르가 선사하는 뷰를 보니, 곧바로 화가 누그러졌다. 격하게 표현해서 아니, 뭐 이런 미친 장소가 다 있어?! 싶을 만큼 대단한 위치 선정이었다. 지난번 소개한 카페 와이엔처럼, 테르트르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언라벨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았다. 모던하고 심플한 톤을 유지하면서 감각의 결을 살려내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누디한 톤의 넓은 벽면을 보니 파주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 떠오르기도 했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2/3/4층을 이용할 수 있는데 4층은 루프탑이다. 주문을 하는 공간에도 창밖의 환상적인 풍경이 깔려 있었다. 음료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떼(바닐라/블랙), 플랫화이트 등의 기본적 구성과 더불어 에이드, 와인, 맥주, 위스키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디저트는 크로아상&버터와 치즈구이 그리고 멜론 프로슈토 등이 있었다. 나는 오트 밀크를 추가한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다. 



테르트르는 파란색을 시그니처 컬러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하늘과 가까운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조화를 이루었다. 청량감이 넘치는 파란색 컵 홀더와 코스터를 받아 들고 위로 올라갔다. 2층과 3층은 각기 다른 느낌으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세로로 긴 구조 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창문 방향으로 앉을 수 있도록, 자리가 구성되어 있었다. 공부나 작업을 하기보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창밖의 경치를 오롯이 감상하기에 적절한 장소였다. 



나는 루프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독특한 모형의 파란색, 갈색 의자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마치 설치미술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는 탁 트인 도시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날이 어찌나 맑았는지, N타워와 롯데월드 타워 등 서울을 상징하는 건물이 선명하게 보였다. 상쾌한 기분으로 경치를 감상하며, 커피의 시간을 누렸다. 라떼는 산미가 강한 편이었다. 오트밀크 특유의 가벼운 바디감과 잘 어울렸다.



좋았던 점은 루프탑에서도 탁월한 사운드의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음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음량으로 공간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Florist의 [into the light]나 Mandoza의 [ngena baba] 그리고 Future 3의 [the boy from west bronx] 등 일렉트로니카나 힙합 장르의 리믹스 음악이 주를 이뤘다. 편집샵이나 패션쇼에서 들어볼 법한 음악들이랄까.


 


테르트르는 계절마다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다. 각 계절의 특징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서다. 노을이 질 무렵에 찾아도 좋겠다. 분명 황홀한 야경을 선사할 테니까.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테르트르

   서울 종로구 낙산5길 46 

 02-742-5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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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4, 2020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