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벙커컴퍼니"

분주함과 고요함이 조화로운 곳 


‘세상은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하루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그 사건에 대한 나의 해석이 곧 현실이 된다는 말이다. 좋게 생각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고 반대로 나쁘게 바라보면 나쁜 일만 계속 겹쳐 일어나게 된다.

회사에서 한 주를 또 바삐 보내고 주말엔 좀 여유롭게 쉬나 했더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말았다. 업무가 많아 토요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주말 출근을 기쁘게 맞는 이가 몇 있을까? 나 또한 한숨이 나오면서 결국 주말에 잡아둔 약속을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그러나 갑자기 불현듯 어떤 생각이 스쳤다. 출근하는 토요일이 마침 정말 가보고 싶었던 카페의 첫 오픈 일과 겹친 것이다. 게다가 회사와 거리상으로도 그리 멀지 않아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압구정역. 오늘은 벙커컴퍼니 압구정점의 첫 오픈 날이었다. 



역에서 내려 직진 후, 조용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샛노란 은행잎이 햇살을 받아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던 아침이었다. 천천히 걷다 저 멀리 보이던 벙커컴퍼니의 외관에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건물은 하남지점의 모습과 비슷한 듯 많이 달랐고 단독주택을 개조한듯 했으며 곳곳의 널찍한 통유리창이 매력적이었다.

자갈돌이 깔린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카운터가 보인다. 건물 안과 밖 곳곳에 늠름한 식물들이 많이 보여 좋았다. 서교동의 ‘앤트러사이트’와도 느낌이 비슷했는데, 아무쪼록 압구정에서 연남동 감성을 약간 느낄 수 있어 새로웠다.



오픈 첫날이라 그런지 몇몇 화환도 보였고 내부엔 손님이 제법 있었으며, 무엇보다 오픈바 형식으로 되어있어 바리스타들의 분주하고도 생기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 맞은편엔 원두와 함께 베이커리류가 놓인 선반이 있고, 그 옆으로 제빵실이 있다. 기본 에스프레소 메뉴와 함께 브루잉도 제공한다. 오기 전, 유튜브 ‘남자커피’ 채널을 통해 벙커컴퍼니 압구정점의 소개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 거품이 더해진 브루잉커피가 궁금했지만, 시그니처메뉴이자 신메뉴인 ‘에스프레소베리’를 주문했다.



‘에스프레소베리’는 스몰라떼 사이즈에 베리 향이 더해진 음료다. 리쉬티를 우유에 냉침 해 베이스를 만들어 우유에 베리 향을 입혔다. 한 모금 마시니 베리 향이 입안 가득히 밀려왔다. 커피를 마신다기 보단 달달한 베리 우유를 마시는 것 같아,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흔쾌히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커피만큼 좋았던 것은 유리창 너머 보이던 골목길의 고요함과 바를 바삐 오가는 바리스타들의 분주함이었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시끄러운 카페는 잘 안 가게 되는 나임에도 벙커컴퍼니의 공간은 묘한 매력이 있어 계속 더 머물고 싶었다. 모순적이게도, 바로 옆에 놓인 스피커에서 흐르던 펑키한 음악은 유리 창 너머 보이던 가로수들의 고요함과 잘 어울렸다. 오픈 첫날이라 얼마나 분주하고 정신없을까. 손님은 계속 들어오고 바리스타들의 손과 발은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지만, 묵묵히 커피를 내리고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이 수선스러우면서도 그 모습이 제법 조화로웠다. 



2층의 공간도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하기엔 좀 어렵다. 높이가 낮은 테이블일뿐더러 머지않아 핫플이 되면서 손님들이 밀려닥칠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루프탑이 함께 있었으면 더 분위기 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쪼록 출근 전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되어 기분이 든든한 토요일이었다. 커피 맛은 무거웠고 마음은 되려 가벼웠다. 덕분에 사무실에 도착해 해야 할 업무도 제시간에 말끔히 잘 끝냈다. 

늘 그렇듯 현실은 그저 일어날 뿐이고, 거기에 어떤 색을 입힐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평범한 라떼에 스며든 베리 향처럼, 보통의 일상이 단번에 달콤해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벙커컴퍼니 압구정점

서울 강남구 언주로167길 23 단독주택 1,2층 

0507-1357-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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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8, 2020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