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쇼토"

맛과 멋을 동시에 겸비한 수제 제철 과일 케이크


유난히 케이크가 계속 생각나는 날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정신없이 일을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엔 달콤한 생크림과 상큼한 과일이 올라간 조각 케이크가 계속 떠올랐다. 그것도 아주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가. 



쇼토를 다시 찾은 것은 근 1년 만이다. 초등학교를 끼고 들어간 골목에서 마주한 세련된 느낌의 외관은, 여전히 도쿄 오모테산도 거리에서 볼법한 어느 카페를 닮아있었다. 잠시 매장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데 작년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직원 분께서 서비스로 카카오와 플레인 로브를 건네 주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쇼토는 shortcake의 일본식 발음으로, 매장의 모든 케이크와 구움과자는 신라호텔 출신의 능력있는 셰프가 만든다. 2인석 테이블 3개가 전부인 좁은 매장 카운터 뒤편엔 작업실이 있는데,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홀 전체에 제누와즈 굽는 냄새와 카랴멜 냄새가 종종 나기도 했다.


 


작년 10월, 나는 이 곳에서 아이스라떼와 초코 바나나 쇼트케이크을 먹었다. 지금처럼 맑은 가을 날이었고 쇼토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케이크에 반해 친구와 함께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그러나 음료와 디저트 모두 가격대가 높아 “한 끼 밥보다 비싼 돈을 내고 디저트를 먹어야겠냐”.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면 좀 불쾌할 수 있겠다. 난 밥보단 케이크를, 물보단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라 흔쾌히 지불할 의사가 있었고, 무엇보다 이전에 잠시 제과제빵 일을 했던 나로서, 케이크 하나를 만들 때 들어가는 값비싼 재료와 만드는 이의 노동과 정성, 그것들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투명하고 깔끔한 쇼케이스 안에는 제철 과일로 만든 쇼트케이크가 진열돼 있다. 포스기를 기준으로 오른쪽엔 무화과, 초코 바나나, 샤인머스켓 등의 제철 과일로 만든 조각케이크류가, 왼쪽엔 레몬 로브, 카카오 닙, 사브레, 얼그레이 로브 등의 구움과자가 놓여있다. 

커피 메뉴는 단출하다. 강남의 흔한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등의 메뉴 대신 콜드브루와 콜드브루 라떼가 주를 이룬다. 그보다는 사이드 음료가 눈에 띄는데, 에이드와 티 종류가 다양하다. 티를 주문할 경우 예쁜 티 팟과 잔이 함께 나와 감성이 듬뿍 묻어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커피보단 밀크티나 마리아주 프레르 사의 티를 마시는 걸 추천한다. 



아이스 콜드브루는 깔끔하고 무난한 맛이었다. 산미가 전혀 없는 고소한 커피로 보리차 향도 약간 나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케이크는 보는 것과 같이 아름다운 맛이다. 초코바나나와 무화과 흑당 쇼트케이크 모두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해 부드럽고 은은한 게 특징이나 여느 일반 제과점 케이크와 같은 맛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론 쇼토의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보다 좀 더 달고 촉촉했으며 무엇보다 고급 졌다. 무화과와 크림의 당도가 알맞게 어우러져 먹는 내내 물린다거나 속이 불편하지 않았고 초코 바나나 역시 진하고 꾸덕꾸덕한 초코의 맛이라기보단 거부감 없는, 그윽한 달콤함이 깃든 맛이었다. 



한편, 매장 내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서 좋았다. 원두 가는 소리 대신 들리던 선명한 재즈의 선율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잠잠한 골목을 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해가 넘어간 컴컴한 저녁 시간대였음에도 홀은 금세 손님으로 꽉 찼고 퇴근길 잠시 들러 케이크를 포장해가는 이들도 꽤 있었다.



“인간에게 절망한 사람은 베니스로 가라.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간이 이런 도시를 세울 수 있다면 인간의 영혼은 구원받을 가치가 있다.” 소설가 앤서니 버지스의 말이다. 



마음이 힘들고 복잡한 날, 일상이 과거의 어느 애틋한 기억으로 물들어버린 날, 혼자이고 싶으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 나는 베니스 대신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러 카페에 간다. 물론 베니스의 노천카페에 앉아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낸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형형색색의 이국적인 건물 사이로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일이나 아주 정성스러운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일 모두 누군가의 지친 영혼을 구원해 줄 만한 일일 것이다.






쇼토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8길 14-6  

02-512-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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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6, 2020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