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형동, 노론존

제주의 푸르른 바다를 닮은 곳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좋은 장소를 발견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발품을 파는 것'이다. 두 눈으로 보는 것만큼 정확한 발견은 없다. 특히 목적 없이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일 때 그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한다. 동네의 골목, 아주 깊은 곳까지 걸어 다니며 장소를 찾았을 때, 일단 어떤 '느낌'이 전해진다. 보통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안에 들어가 본다. 그러나 여행을 가거나 낯선 지역에 방문할 때는 거의 100% 의존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지도 어플들. 메신저로도 쓰는 k사의 맵이나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n사의 맵 등. 요즘은 전자의 어플을 더욱 빈번하게 사용 중이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지도 어플은 방문할 식당과 카페를 정할 때에 중요한 도구로 기능했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10분 내외의 거리에 위치한 카페 '노론존'도 지도 어플이 데려다준 장소이다. 정확히는, 우수한 리뷰를 보고 방문하게 된 곳이다. 서울행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마지막으로 방문할 카페를 찾던 중 노형동에는 꽤 유명한 카페들이 많아 보였다. 사실 노론존을 방문하기 전에, 이곳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플랫 화이트가 유명한 영국식 카페에 갔었다. 아름다운 외관에 단정한 내부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큰 기대를 했었는데, 아뿔싸. 커피를 맛보고는 크게 실망했다. 밍밍하고 산미가 과한 플랫화이트였다. 그렇게 아쉬움만 남은 채로 2차 카페, 노론존으로 향했다.



노론존은 제주의 푸르름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파란색의 가구, 조명, 그림, 포스터 등이 카페의 곳곳에 놓여 있었다. 특히 루이스 폴젠의 펜던트 블루처럼 보이는 조명과 하얀색 테이블의 조화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은은한 빛감에 매료된 나는 당장 그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간발의 차로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아쉽지 않았던 것은 이곳엔 다양한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자리나, 가운데의 넓은 사각 테이블이 있는 자리나, 구석의 원목 테이블이 있는 자리 모두 한 번씩 앉아 보고 싶은 마음이 일렁였다. 미세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앉을자리를 고르면 좋겠다. 그래서일까. 노론존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곳에 방문해도 좋겠지만, 작업을 하거나 소모임을 할 때 방문하기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다면 아마도 단골이 될 것 같다.



노론존의 메뉴는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 모카 등의 커피가 주를 이뤘고, 특별한 메뉴로 PADO라는 이름의 씨 쏠트 카라멜 커피가 있었다. 에스프레소에 씨 솔트 카라멜 우유를 부어 만든다고 한다. 아메리카노의 경우 두 가지 원두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더 킹 마일드 블렌드(화사한 꽃향기/ 과일의 새콤함/ 묵직한 바디감)와 고릴라 다크 블렌드(다크 초콜릿/풀 바디/최고의 밸런스)가 있었다. 논 커피 중에서 흥미로웠던 메뉴는 체히(체리+히비스커스)와 바닐라 레몬 스무디이다. 이밖에 웬만한 종류의 음료는 마련되어 있으니, 걱정 마시기를.



크로플을 비롯한 마들렌, 휘낭시에, 스콘, 케이크, 크럼블 등 다채로운 종류의 베이커리류도 있다. 우리는 크렌베리 마들렌과 아메리카노 두 잔(고릴라 다크 블렌드)을 주문했다. 시니어 직원분께서는 매우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음료와 디저트를 자리로 가져다주셨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키자, 산도와 당도는 낮게 느껴졌다. 하지만 향미는 매우 풍부했다. 다크 초콜릿처럼 깊고 진한 맛이 지배적이었다. 크렌베리 마들렌은 겉면의 화이트 초콜릿이 단단히 굳어 조금 딱딱했지만, 커피와 함께 먹으니 매우 조화로웠다.



노론존에 배치된 매거진 B를 읽으며 제주에서의 남은 시간을 보냈다. 날짜상으로는 한겨울을 통과하고 있지만, 제주에는 겨울이 더디게 찾아온 덕에 늦가을 날씨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한파를 겪고 있는 서울로 돌아가기 직전에, 노론존에서 여행을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마지막으로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벽면마다 주인장의 섬세한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보였다. 곳곳에 배치된 사진과 그림 그리고 엽서를 마치 예술작품 감상하듯이 살폈다. 카페의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처럼, 평온하면서도 나른함을 감각하고 싶다면 노론존으로. 





No Lone Zone 

제주 제주시 도령로 50 이화오피스텔 중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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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5, 2021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