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커피방앗간”

한결같이 훌륭한 커피를 내어주는 곳




요즘따라 '루틴', '리추얼'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매일 반복적,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를 뜻한다. 모든 꾸준함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어의 이면에 인간의 욕망이 끓고 있는 것만 같다. 나만의 루틴과 리추얼을 갖고 싶은 마음들이랄까. '미라클 모닝'(새벽 기상)도 그와 비슷한 맥락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 속에서 일상을 잘 가꾸고 싶은, 선한 의지의 발현. 자신이 정한 원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 '아침의 시작이 좋은 삶으로 연결된다'는 말에 절로 수긍이 간다.



매일의 전장에 뛰어들기 전, 나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위로 아침을 열어보는 것. 어떤 느낌일지, 어떤 태도일지 궁금해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난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는 이 시간에 어학 공부를, 요가 수련을, 달리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꿈꿨던 '여유로운 아침'은 커피와 독서였다. 이른 아침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를 느끼며, 나는 책부터 집어 들었다. 확실히 밤보다 아침에 읽는 활자가 유독 머리를 맑게 해주는 느낌이 든다.



이내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늘은 회사 근처의 카페를 가보는 게 어떨까? 바삐 걸음을 재촉하던 여느 출근길과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가보는 것이다. 손에는 갓 내린 맛있는 커피 한잔을 들고. 뭐든지 내가 만든 것보다 남이 만든 게 더 맛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커피방앗간'이다. 커피방앗간은 북촌에서 삼청동으로 향하는 골목의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1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한결같이 훌륭한 커피를 내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외관을 리뉴얼해 언뜻 보면 새로 오픈한 카페 같아 보이지만, 우직한 사장님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을지로의 노포와 같은 멋과 분위기가 있달까. 사장님께서 종종 손님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로 유명한데, 그저 커피 맛만으로도 단골이 될 이유로 충분하다.



보통 점심시간에 찾아가 커피를 마시곤 했기에, 이렇게 이른 아침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카페가 위치한 골목길로 다가갈수록, 저 멀리서부터 분주하게 커피를 내리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배달 주문을 시작하신 이후로 아침부터 주문이 밀려온다고. 마음 같아서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싶었으나, 오래 기다려야 할 거 같아 아메리카노로 말씀드렸다.



메뉴의 구성은 단순하다. 에스프레소 커피(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의 투샷 머신 커피)부터 핸드드립 커피(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모카하라/ 과테말라 안티구아/ 케냐 AA/ 탄자니아 AA, 인도네시아 만델링)가 있다. 논커피 메뉴로는 크림소다(오미자/ 파파야/ 멜론), 생과일주스(오미자/ 키위/ 자몽/ 레몬), 바나나 우유 등이 있다. 당일에 구워 한정 판매하는 '오늘의 빵' 메뉴도 있다. 주로 스콘, 머핀, 롤케이크인데 종종 시나몬롤을 만들기도 하신다.



잠시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늑한 공간에 사람들의 초상화가 가득했고, 위트 넘치는 그림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채도 높은 가구와 조명 그리고 지브리 영화에서 나올법한 맑고 순수한 음악이 동화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벽면에 걸려 있던 오래된 괘종시계를 보며 멍을 때리던 찰나, 사장님께서 커피를 건네주셨다. 커피 컵에는 '즐겁게 즐겁게 억지루'라고 적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재밌는 문구에 웃음이 절로 났다. 인생을 즐겁게, 그렇지 않더라도 억지로 즐겁게 살라는 말씀이신가.



커피를 들고, 골목길을 빙 돌아 회사로 향했다. 별것 아님에도 행복감이 은은히 차올랐다. '나를 위한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더없이 좋은 출발이라는 생각이 든다. <커피 읽기>의 한 구절에 따르면, 커피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순수한 미적인 맛과 향의 경험, 감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대상"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커피란 어떤 존재인가. 미학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그 무엇보다 하루를 기분 좋게 여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아닐까. 좋은 커피로부터 시작되는 좋은 삶을 그리고 싶다면.




커피방앗간

서울 중구 서소문로6길 34 성요셉아파트

010-9498-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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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 2021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