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에스크투데이”

차분한 색감을 마주하며 즐기는 비건 디저트와 스페셜티 커피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통인시장 쪽으로 쭉 걷는 그 길을 참 좋아한다. 북촌과 서촌을 지나 삼청동과 부암동 그리고 인사동까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다.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곳은 바로 연희동. 평일이나 주말할 것 없이 참하고 조용한 그 골목을 걷고 있노라면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살이 더욱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에스크투데이(asktoday)는 흔히 연희동 카페거리가 시작되는 골목의 시작점에 있다. 계단을 올라야 하는 2층에 위치해 있어 지도를 보고 찾아왔다간 어딘지 몰라 조금 당황할 수 있다. 간판 또한 특색 있지 않아 쉽게 지나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심플하고 깨끗한 화이트톤의 벽지가 기분 좋은 인상을 준다.



조용한 연희동의 감성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내부는 넓었다. 테이블 간의 간격도 적당했고 좌석도 여유로웠다. 화이트 감성의 단조로운 인테리어라 생각하기 쉬웠는데 곳곳 배치된 초록이나 인디고 색감이 공간에 환기를 불어넣었다. 

매력적인 공간은 따로 있었다. 카운터 옆 은밀한 공간으로 들어서면 벽 한편에 영사기가 돌아가, 마치 한 편의 전시를 보는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 낮에 오면 볕이 참 잘 들어 따뜻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겠지만, 어스름한 저녁이나 밤이 되면 빈티지하고 우울이 깃든 모습으로 변화해 다크한 느낌을 줄 것 같다.



에스크투데이는 애견 동반이 가능한 점, 비건 디저트와 스페셜티 커피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만하다. 음료 메뉴 중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는 두유로 변경이 가능하며 디저트류는 모두 비건이다. 시그니처 커피 메뉴는 ‘시나몬 크림라떼’로 시나몬 스틱과 머스코바도 설탕을 넣고 끓인, 시럽이 들어간 수제 시나몬 라떼다. 논 커피 메뉴로는 저녁놀을 닮은 ‘패션후르츠 애플티’ 그리고 사장님의 개인적인 취향이 한껏 반영된 청량한 색감의 ‘민트 라떼’가 유명하다. 

커피는 WERK의 Baby blend를 사용한다. 고소한 브라운슈거와 캐러멜의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진 단맛과 약간의 산미로 매력을 더한 원두로, 블랙커피와 밀크베이스커피에 모두 다 잘 어울린다.



시나몬크림라떼는 고소한 단맛이다.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크림 위에 시나몬 가루가 색칠돼있어 시나몬 향이 깊게 다가온다. 커피 자체는 시나몬 맛이 진하다기보단 마치 바닐라 시럽이 가미된 것 같은,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쿠키는 일반 밀가루로 만든 쿠키와 다르게 딱딱했다. 견과류를 품고 있어 더 고소하고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비건 디저트라 하면 뭔가 맛이 좀 심심할 것 같고 밍밍할 것 같고, 대체적으로 맛이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극도의 단맛으로 유명한 르뱅쿠키의 맛이 삼삼하고 담백하니 재미있었다. 아마도 밀가루 대신 통밀가루를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디저트가 달지 않고 건강한 맛이라 시나몬 크림라떼와 함께 먹어도 부담 없이 물리지 않았다.



내가 앉았던 곳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큰 창이 있다. 2층에서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좋고 찬란히 들어오는 햇살이나 어두컴컴한 하늘을 그저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평일 저녁에 가니 잔잔한 음악과 독립된 공간의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전부라 고된 업무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에 참 좋았다. 음료와 디저트 모두 만족스러웠다. 특히 디저트의 경우 비건 디저트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자연스러운 맛이었다. 다만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당이 확 충전되어 기분 좋은 달달함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겐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 맛도 맛이지만 조명과 인테리어, 음악과 소품, 식기와 코스터 모두 감각적인 공간이다. 

잔에 담긴 커피가 줄어들수록 밋밋하게만 보였던 공간이 점차 다채로운 감성들로 채워지는, 기분 좋은 곳.





에스크투데이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56 2층

0507-1399-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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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6,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