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더블톤”

빛바랜 인쇄골목 속 따뜻한 카페


더블톤으로 향하는 그날은 봄비가 추적추적 많이도 내렸다. 후드둑 떨어지는 빗방울과 스르륵 흩날리는 꽃잎들로 거리는 스산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고 기대감에 넘쳤다. 평소 우드와 화이트의 조합을 너무도 좋아하는 나로서 더블톤은 꼭 가보고 싶었던 카페 중 하나였다. 충무로역 8번 출구에서 내려 약 5분 정도를 걸었다. 카페로 향하는 길에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녹슨 간판이 걸려있는 인쇄골목을 지나는 일이었다. 마침내 골목을 빠져나오니 보이던 더블톤. 1층도 2층도 아닌, 3층에 위치한 카페다.



'OPEN'이라 쓰여 있는 간판에 한 번 눈길을 준 뒤, 하얀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온몸에서 따뜻함이 단번에 느껴졌다. 내부는 그리 넓진 않았으나 긴 복도를 연상시키는 자리 배치가 훌륭했다.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카운터와 쇼룸까지. 전체적으로 여백이 있는 공간이었다. 조금 높은 공간에 위치해 있어 창문 너머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묵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아스팔트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더블톤의 분위기에 한껏 취하는 데 한몫했다.




남녀 사장님 두 분이서 함께 운영하시는 더블톤. 더블톤엔 여느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커피메뉴와 논커피메뉴 그리고 디저트가 있다. 카운터에 즐비한 여러 드리퍼와 서버, 그라인더를 보니 드립커피도 제공하는 듯했다. 핸드드립커피의 경우, 커피 일을 약 10년 넘게 해온 남자 사장님께서 한 잔 한 잔, 정성스레 내려주신다.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커피에 쓰이는 원두는 다르다. 핸드드립의 경우 산미가 적고 단맛이 가미된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에스프레소커피의 경우 많은 이들이 좋아할 대중성 있는 원두를 제공한다.




모든 음료 베이스가 그러하듯 쿠키, 케이크, 크럼블 등 다양한 디저트도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라떼의 경우 블로그를 통해 커피가 밍밍하다는 글을 봐서 다소 걱정했는데, 괜한 고민이었다. 밍밍한 느낌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고소했으며 신맛이나 쓴맛 하나 없이 무난했다. 그러나 맛에 대한 느낌은 개인적인 부분이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내가 정말 반했던 건, 더블톤의 시그니처디저트 중 하나인 ‘카야버터토스트’다. 딱딱한 바게트 위에 살포시 올라간 카야잼과 버터의 조합은 그야말로 커피와 찰떡궁합이었다. 한 입 먹었을 때 버터에서 약간 짭짤한 맛이 올라와 가염버터를 쓰시나 여쭈니, 그건 아니고 토스트 위에 약간의 소금을 뿌린다고 하셨다. ‘단짠매력’이 너무나 귀여운 토스트다.



더블톤은 커피만 주력으로 하는 카페가 아니다. 매장 한편에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파자마와 감각적인 엽서, 테이프, 에코백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반 위에 진열된 원두와 드립백을 통해 많은 이들은 집에서도 홈카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카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편안하고 따뜻했다. 안락한 조명, 탁 트인 창문, 베이지와 우드의 따스한 조합이 더블톤의 전부였지만 머무는 내내 무엇보다 마음이 평안했고 조용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내가 너무도 좋아했었던 망원동의 ‘종이다방’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매장 내에선 주로 팝이 흘렀는데 가사가 없는 재즈나 뉴에이지를 선곡한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빗소리와 책,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잠잠한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이뤄진 선물 같았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좋았던 느낌. 거리마다 고인 물웅덩이를 지나쳐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던 자그마한 골목,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첫 발을 내디딘 순간, 커피와 디저트를 음미하는 동안 열린 창문으로 이따금씩 들어오던 여린 빗방울. 순간의 행복한 감정을 하나하나 저금하고픈 날이었다.





더블톤

서울 중구 충무로4가 37-1 301호

010-3356-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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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9,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