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흥창, “카페 나팔꽃”

달콤하고 시원한 여름 디저트를 찾는다면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지금 이맘때쯤 나는 일본의 어느 고즈넉한 마을을 걷고 있을 것이다. 매년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이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휴가 때 떠날 일본 여행이었다. 그러나 올해도 이런 바람은 증가하는 확진자 수와 함께 완전히 봉쇄되었다. 나의 이런 마음을 대체해 줄 무언가를 찾았으니, 바로 브이로그다. 그중 즐겨 보는 채널이 있다. 후쿠오카 어느 마을에 사는 한국인 부부.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해질녘 모모치 해변을 거닐며 고즈넉한 시골 숲속 카페를 오다니는 그들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뿐 아니라 영혼까지 편해지는 느낌이다.

얼마 전 업로드된 그들의 영상에서 ‘안미츠’가 나왔다. 안미츠는 화과자의 한 종류로 체리, 귤, 파인애플 등의 과일 위에 팥을 얹고 떡과 아이스크림, 시럽 등을 함께 곁들여 먹는 일본식 디저트다. 생각해 보니 일본에 그렇게 많이 방문했었는데도 안미츠는 접해보지 못했다. 꼭 먹어보고 싶어 몇 날 며칠을 계속 안미츠만 떠올리던 와중, 얼마 전 방문했던 카페에 여름 한정 메뉴로 안미츠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카페 나팔꽃은 광흥창역에 위치한 카페다. 맞은편엔 아파트가 훤히 보여 ‘여기는 동네 카페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인지 단골손님의 유입이 많은 편이다. 지난 3월 가오픈을 시작으로 이제 약 4개월 차에 접어드는 나팔꽃은 해가 뜨면 피고 저녁이면 지는 나팔꽃처럼, 해가 떠 있을 때에만 영업을 하고 싶은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내부 곳곳에는 나팔꽃 이미지를 형상화한 굿즈들이 있다. 여름, 겨울 상관없이 쓰기 좋은 머그컵부터 시원한 부채, 폭신한 쿠션 등 앉은 자리에서 귀여운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창가 좌석 못지않게 좋아하는 바 테이블 자리. 이날은 주말이라 만석이었고 카운터 자리 역시 이미 차 있어 앉을 수가 없었다. 바 테이블 구석에는 대표의 반려견 ‘우비’의 자리가 있어 운 좋은 날엔 귀여운 강아지를 만날 수 있다.



나팔꽃에서는 주로 차가운, 노오븐 디저트를 판매한다. 그중 가장 반응이 좋은 ‘라떼 젤리’는 우유 푸딩위에 커피가 올라간,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여름에 먹기 좋은 디저트 중 하나다. 에스프레소가 아닌 브루잉으로 내려 제공하는데, 이는 아랫부분에 들어간 우유 푸딩과의 조화를 위해 좀 더 부드러운 맛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커피 메뉴의 경우 ‘피오레’가 인상적이다. 자몽주스와 에스프레소가 어우러진, 상큼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매력적이다. 나팔꽃의 에스프레소 원두는 여성최초 국가대표 유연주 바리스타의 ‘쿼츠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브루잉의 경우 써밋컬쳐의 원두를 사용해 내린다. 우유가 들어간 메뉴는 두유로 변경이 가능해 비건이나 유당불내증이 있는 이들이 참고하면 좋다.



주문한 아이스라떼와 안미츠가 나왔다. 라떼는 굉장히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안미츠는 흑당시럽과 함께 제공되는데, 좀 더 강한 단맛을 원할 경우 떡 주변에 뿌려 먹으면 된다. 나는 그 자체로도 이미 달아서 시럽을 굳이 뿌려 먹진 않았다. 기대감으로 똘똘 뭉친 스푼으로 한 입 떠서 맛보았다. 팥소의 묵직함이 녹차 아이스크림과 함께 한껏 뭉개지면서 기분 좋은 달콤함이 식도를 차갑게 타고 흘렀다. 중간중간 오렌지와 젤리, 떡을 씹는 재미도 있었다. 차갑고 달콤하면서도 은근히 배도 부른 게 입맛 없는 여름철 디저트로 안성맞춤이었다. 같이 시킨 라떼는 도무지 배가 불러 다 먹지 못했다. 디저트가 비교적 차가우니 뜨거운 음료와 함께 먹는 게 좋다.



규모가 큰 공장형 카페보다 소박한 골목길 카페가 좋다. 직원들이 분주하게 음료를 만드는 모습보단 메뉴에 열중한 누군가의 뒷모습이 좋다. 디저트의 경우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분주한 와중에도 자신의 일에 행복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에서 직업정신이 투철하게 느껴졌다. 커피와 디저트 모두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카페 나팔꽃의 문을 두드려보길.






카페 나팔꽃

서울 마포구 독막로 147-14 1층

070-8880-7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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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7,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