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경면, "모몽 더 티하우스" 

어촌 마을 한 귀퉁이의 사랑스러운 티하우스



서울에서 제주로, 다시 제주 공항에서 서쪽으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를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눈앞에 야자수, 귤밭, 푸른 바다가 부드럽게 펼쳐졌다. 살아있는 풍경을 마주하니 잠들어 있던 감각이 열리는 듯했다. 이 남녘의 땅에 신묘한 힘이 있나 보다. 불과 두어 시간 전만 해도 회사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순간 결심했다. 서울에서 풀어야 할 복잡한 일은 모두 던져두고, 지금 이때를 온전히 즐겨야겠다고.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제주에서는 그래야 마땅했다. 



서쪽에 다다를수록 바다 위로 대형 풍차가 연이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화로우면서도 어딘가 이국적인 풍광이었다. 찾아보니 이 길은 '신창 풍차 해안도로'로, 바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위한 해상풍력단지라고 한다.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는 풍차를 눈으로 좇다 보니 금세 제주시 한경면에 도착했다.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한 카페 '모몽 더 티하우스'(이하 모몽)은 어촌 마을의 한 귀퉁이에 있었다.



모몽은 한적한 마을의 분위기를 빼닮아, 차분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얀 벽지와 원목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곳곳에 놓인 식물들이 눈에 띄었다. 야외까지 포함하면 자리의 수가 5~6개 정도 된다는 점에서 꽤나 넓은 공간이었다. 테이블의 종류도 2인용, 4인용, 6인용으로 다채로웠고, 편안한 소파 자리도 있었다.



메뉴는 '티하우스'라는 이름답게 각종 차 종류가 상단에  마련되어 있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얼그레이, 마르코폴로, 웨딩 임페리얼 등의 프리미엄 홍차와 밀크티, 과일차가 주를 이뤘고, 웬만한 커피의 기본 메뉴를 포함하고 있었다. 논커피 중에서는 프라페와 에이드, 알콜 도수 5도의 샴페인이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디저트. 빵/케이크 맛집이라는 칭찬이 자자한 모몽이다. 머랭에 생크림과 계절과일을 듬뿍 올린 파블로바와 고메 버터 스콘, 브루키, 바스크 치즈케이크, 블루베리 크럼블, 말차 쿠키 등의 메뉴가  있다. 제주의 특색이 담긴 인절미 오메기 마카롱, 쑥 오메기 마카롱, 우도땅콩 마카롱, 한라봉 마카롱 등도 있어 기념으로 사가기 좋을 듯하다.



점심을 먹은 직후 방문했기에,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것이 끌렸다. 나와 친구의 선택은 밀크티에 파블로바. 호주식 디저트인 파블로바는 처음 맛보는 터라 좀 더 기대가 되었다. 주문하고 카페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세 마리나 있었다. 마치 인테리어의 일부인 마냥 너무도 고요히 숨 쉬고 있었다.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움직이는 바람에 알게 되었다.



고양이 주인들이 늘 상주하고 있기에 이곳은 '펫 프렌들리' 카페이기도 하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쉴 수 있는 내부 공간이 많지가 않은데, 참으로 반갑다. 또한 이곳은 공공연하게 '예스 키즈존'이라고 말한다. 어떠한 차별이나 편견 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공간에서는 어쩐지 선한 느낌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다.



사장님이 쟁반을 들고 오시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갈하고 그림 같은 비주얼의 파블로바와 밀크티를 들고 오셨기 때문이다. 파블로바부터 한입 맛보았다. 머랭의 겉면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웠다. 부드러운 우유맛 생크림에 달콤한 머랭 그리고 상큼한 키위와 라즈베리까지! 맛의 조합이 굉장히 훌륭했다. 예상보다 훨씬 맛있어서, 금세 한 접시를 비워냈다. 밀크티는 '정석의 맛'이 났다. 균형감이 좋은 향긋한 티였다.



아,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사실. 모몽의 사장님이 태연의 팬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카페에 머무는 내내 태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평소 케이팝을 거의 듣지 않아서, 노래로 인해 공간에 호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와 방문해도 편안하고 무난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모몽은 제주에서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카페이기도 하다. 단순히 숙소랑 가까워서 목적지로 삼았지만, 아주 옳은 선택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에도 서쪽으로 여행을 간다면 이곳에 들러 1일 1 파블로바를 하고 싶다!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티하우스가 궁금하다면.






모몽 더 티하우스

제주 제주시 한경면 신한로 10

070-882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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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ray 11, 2021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