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쯤 있는 동네 단골 카페
지인과의 저녁 약속이 잡힌 토요일. 약속시간보다 한두 시간 먼저 여유롭게 집을 나서는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마음 맞는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도 좋지만, 나 혼자만의 온전하고 느긋한 시간을 갖는 것은 내게 정말 중요하다. 그럴 때면, 습관적으로 향하는 카페가 있다.
함께일 때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듯 한 공간에 머무는 동안 나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공간이 있다. 내겐 비데어가 그렇다.
비데어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 여름이다. 집 근처에서 볼일을 마치고 동네 주택가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길, 익숙한 자리에 처음 보는 카페가 새로 생긴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당시, 한창 카페 투어를 즐겨 하고 커피라는 음료에 익숙해지고 있던 나는 설레는 마음 반, 어색한 마음 반으로 비데어에 들어섰다. 약 4년 전의 일이라 사장님과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듯 첫 만남은 딱딱하고 어색하기 마련이니까.
다만, 내가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꼬박꼬박 눈도장을 찍는 것으로 보아 내게 비데어는 그만큼 편안하고 안락한, 집보다 더 포근한 공간이다.
처음에 비해 비데어의 이미지도 그새 많이 변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테이블과 의자가 조금 불편했다. 혼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테이블이 낮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비데어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다.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테라스를 만들어 공간을 넓혔고 테이블과 의자, 가구도 모두 비데어만의 편한 감성을 닮은 것들로 채워졌다. 큼지막한 나무가 있던 자리엔 큰 테이블이 하나 더 생겼고, 심심했던 새하얀 벽엔 비데어의 메뉴 사진들과 손님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모여있다.
비데어는 젊은 여사장님의 작지만 소박한 1인 카페다. 디저트는 모두 그때그때 다른데, 솜씨 좋은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다. 대표 메뉴로는 크럼블 3종(애플, 블루베리, 바나나), 초코바나나토스트, 빅토리아케이크, 오렌지마멀레이드, 못난이머핀 등으로 누구나 호불호 없이 무난하고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나름 4년 단골손님으로서 자신 있게 말하자면, 비데어의 디저트는 무얼 선택하든지 절대 실패할 리 없다. 물론 개인의 입맛에 따른 취향 차이겠지만 스트레스로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함으로 걷는 것조차 지칠 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크럼블 한 조각이면 그날의 마무리는 꽤 성공적이다. 여기에 비누거품처럼 몽글한 크림이 잔뜩 올라간 크림라떼 한 모금이면, 혼자라 좀 어색하고 외로워도 순간만큼은 꽤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공간을 나 혼자만 알기에는 서운한 법이라 가족들, 친구들, 사랑하는 이들을 꼭 데리고 온다. 행복을 함께 나누면 배가 되듯, 좋은 것과 맛있는 것도 그들과 함께 나누면 달콤함은 배가 되고 끊이지 않는 이야기는 어느새 포만감을 들게 한다.
그럼에도 비데어는 혼자 있을 때 가장 좋은 곳이다. 내부가 그리 넓지 않고 테이블 간 간격이 멀지 않아 여럿이서 온다면 좀 불편할 수 있다. 나 또한 친구와 함께 하기보단 혼자 방문하는 편이다. 읽고 싶었던 책 한 권과 일기장, 때묻은 노트와 펜만 있으면 내가 그 공간의 주인이 된다. 공간의 주인이 되는 건 내 몸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거나 우울하거나, 지치거나 외로울 때 모두 비데어에 간다. 내 일상과 시간, 분위기를 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 혼자 있는 시간의 좋은 점 중 하나다.
여느 날처럼 비데어에서 크림라떼와 케이크를 포장하러 들렀는데 사장님께서 한동안 비데어를 비우시게 될거란 소식을 접했다. 잠시 다른 일을 하게 됐다며 한동안 비데어를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있을거라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생분께서 잠시 도맡아 운영을 하신다는 것이다. 너무 아쉬운 일이었지만 공간이 없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사장님의 또 다른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다가오는 주말에도 비데어에 갈 생각이다. 수줍지만 환한 사장님의 미소에 똑같은 미소로 답하고, 그간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러다 쇼케이스 안에 얌전히 놓여있는 디저트로 눈을 돌리면 잡생각은 금세 없어진다.
"행복이란 지금 이 순간을 좋은 기분으로 사는 것이다"라는 책 속 누군가의 말처럼, 이 순간을 온전히 나답게, 나다워질 수 있는 좋은 기분으로 보내본다. 마음이 어려울 때, 내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그 힘에 잠시 기대보자.
비데어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로85번길 39-4
070-4100-6344
instagram
February 25,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
하나쯤 있는 동네 단골 카페
지인과의 저녁 약속이 잡힌 토요일. 약속시간보다 한두 시간 먼저 여유롭게 집을 나서는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마음 맞는 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도 좋지만, 나 혼자만의 온전하고 느긋한 시간을 갖는 것은 내게 정말 중요하다. 그럴 때면, 습관적으로 향하는 카페가 있다.
함께일 때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듯 한 공간에 머무는 동안 나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공간이 있다. 내겐 비데어가 그렇다.
비데어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 여름이다. 집 근처에서 볼일을 마치고 동네 주택가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길, 익숙한 자리에 처음 보는 카페가 새로 생긴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당시, 한창 카페 투어를 즐겨 하고 커피라는 음료에 익숙해지고 있던 나는 설레는 마음 반, 어색한 마음 반으로 비데어에 들어섰다. 약 4년 전의 일이라 사장님과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듯 첫 만남은 딱딱하고 어색하기 마련이니까.
다만, 내가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꼬박꼬박 눈도장을 찍는 것으로 보아 내게 비데어는 그만큼 편안하고 안락한, 집보다 더 포근한 공간이다.
처음에 비해 비데어의 이미지도 그새 많이 변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테이블과 의자가 조금 불편했다. 혼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테이블이 낮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비데어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다.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테라스를 만들어 공간을 넓혔고 테이블과 의자, 가구도 모두 비데어만의 편한 감성을 닮은 것들로 채워졌다. 큼지막한 나무가 있던 자리엔 큰 테이블이 하나 더 생겼고, 심심했던 새하얀 벽엔 비데어의 메뉴 사진들과 손님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모여있다.
비데어는 젊은 여사장님의 작지만 소박한 1인 카페다. 디저트는 모두 그때그때 다른데, 솜씨 좋은 사장님께서 직접 만드신다. 대표 메뉴로는 크럼블 3종(애플, 블루베리, 바나나), 초코바나나토스트, 빅토리아케이크, 오렌지마멀레이드, 못난이머핀 등으로 누구나 호불호 없이 무난하고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나름 4년 단골손님으로서 자신 있게 말하자면, 비데어의 디저트는 무얼 선택하든지 절대 실패할 리 없다. 물론 개인의 입맛에 따른 취향 차이겠지만 스트레스로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함으로 걷는 것조차 지칠 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크럼블 한 조각이면 그날의 마무리는 꽤 성공적이다. 여기에 비누거품처럼 몽글한 크림이 잔뜩 올라간 크림라떼 한 모금이면, 혼자라 좀 어색하고 외로워도 순간만큼은 꽤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공간을 나 혼자만 알기에는 서운한 법이라 가족들, 친구들, 사랑하는 이들을 꼭 데리고 온다. 행복을 함께 나누면 배가 되듯, 좋은 것과 맛있는 것도 그들과 함께 나누면 달콤함은 배가 되고 끊이지 않는 이야기는 어느새 포만감을 들게 한다.
그럼에도 비데어는 혼자 있을 때 가장 좋은 곳이다. 내부가 그리 넓지 않고 테이블 간 간격이 멀지 않아 여럿이서 온다면 좀 불편할 수 있다. 나 또한 친구와 함께 하기보단 혼자 방문하는 편이다. 읽고 싶었던 책 한 권과 일기장, 때묻은 노트와 펜만 있으면 내가 그 공간의 주인이 된다. 공간의 주인이 되는 건 내 몸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거나 우울하거나, 지치거나 외로울 때 모두 비데어에 간다. 내 일상과 시간, 분위기를 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 혼자 있는 시간의 좋은 점 중 하나다.
여느 날처럼 비데어에서 크림라떼와 케이크를 포장하러 들렀는데 사장님께서 한동안 비데어를 비우시게 될거란 소식을 접했다. 잠시 다른 일을 하게 됐다며 한동안 비데어를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있을거라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생분께서 잠시 도맡아 운영을 하신다는 것이다. 너무 아쉬운 일이었지만 공간이 없어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사장님의 또 다른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다가오는 주말에도 비데어에 갈 생각이다. 수줍지만 환한 사장님의 미소에 똑같은 미소로 답하고, 그간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러다 쇼케이스 안에 얌전히 놓여있는 디저트로 눈을 돌리면 잡생각은 금세 없어진다.
"행복이란 지금 이 순간을 좋은 기분으로 사는 것이다"라는 책 속 누군가의 말처럼, 이 순간을 온전히 나답게, 나다워질 수 있는 좋은 기분으로 보내본다. 마음이 어려울 때, 내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그 힘에 잠시 기대보자.
비데어
070-4100-6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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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5,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