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 “모브”

혼자의 시간에 집중하기 좋은 브런치 카페


카페를 가고 싶은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어느 날은 이 집의 고소한 라떼가 마시고 싶고, 어떤 날은 저 집의 달콤한 크림라떼가 생각나고, 또 다른 날엔 저 집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가 생각나는. 그런가 하면 음료가 아닌 오롯이 나의 필요에 의해 공간을 찾는 경우도 있다. 혼자서 시간을 잘 쓰고 싶을 때,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와 누군가를 기다려야만 할 때, 반복되는 공간에서 벗어나 리프레시한 기분으로 작업을 하고 싶을 때. 모브(mauve)는 내가 주로 기사를 쓰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 찾는 곳이다. 물론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할 때처럼 다른 이유에서 방문하기도 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해야 하고 주어진 시간을 야무지게 잘 써야 할 땐 자연스레 모브가 생각난다.



카페와 가장 가까운 역은 경복궁이다. 7번 출구에서 약 5분 정도 걷다 보면 한적한 골목 왼편에 자주색의 mauve가 보인다. 모브를 처음 방문한 건, 2019년도 여름. 이곳은 계절의 매력이 아주 두드러지는 곳이다. 카페 어느 자리에 앉아도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큰 창이 있어 가로수들의 형형색색 자태를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다. 여름에는 쨍한 초록의 나무들이 사근대는 것을 볼 수 있고, 빗방울이 후드득 쏟아지기라도 하면 내리는 비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함박눈이 조용히 온 거리를 휘감을 때, 모브의 시간은 더욱 천천히 흐른다. 만석이어도 모브의 공간은 그리 시끄럽지 않다. 방문층 대부분이 혼자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독서를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적인 공간은 아니다. 남녀 사장님 두 분이 카운터 뒤 주방에서 늘 부지런히 케이크를 굽고 브런치를 만들며 정겨운 소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서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인 경복궁과 서촌, 북촌 일대에 내가 좋아하는 공간인 모브를 소개하려니 하고 싶은 말이 많으면 단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다는 말처럼,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내부는 다소 어둑하다. 그러나 자리마다 스탠드가 놓여 있어 눈이 침침하거나 글씨가 안 보이지는 않다. 좌석도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는 편이고, 테이블 수도 많다. 2인석 약 6테이블, 4-5인석은 2테이블이 있다. 디저트는 케이크와 스콘 등이 있고 주메뉴는 샐러드, 샌드위치, 토스트 등의 브런치다.



안쪽 공간으로 들어서면, 화장실 옆에 옷걸이가 있어 가을, 겨울철 두툼한 외투로 인한 비둔함을 덜 수 있다. 모브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벽면을 장식하는 여러 오브제들이다. 사진과 액자, 화병과 도자기, 귀여운 모빌과 늠름한 화분들. 이 때문에 공간이 심심하거나 밋밋하지 않다.

 

모브의 프렌치토스트는 버터 향이 은은하게 배어있어 고소하다. 많이 달지 않아 시럽이 들어간 커피와 마셔도 괜찮다. 상큼한 딸기나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이 토핑돼 있어 함께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콘 역시 부드럽고 담백한, 대중적인 맛이다. 커피 맛은 무난했다. 커피 메뉴보단 디저트와 브런치에 중점을 두었다. 모브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브런치 메뉴를 먼저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샌드위치는 속이 꽉 차 있어 굶주린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실제로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앉아 있으면 주방에서 풍겨오는 각종 맛있는 냄새에 취해 나도 모르게 메뉴판을 갸웃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곳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또 하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일이 있었다.

모브는 <태도에 관하여>, <자유로울 것> 등의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하신 임경선 작가의 단골 카페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SNS를 보면 이곳에서 단행본 작업을 하기도 하고, 원고 수정도 틈틈이 하는 것 같다. 작년 여름,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왠지 그녀를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웬걸.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경선 작가가 지인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심하게 눈치만 보다가 자리에 일어날 때쯤 조심스레 사인을 요청했다. 그래서인지 모브는 늘 기운이 좋아서 집 근처 여러 단골 카페를 뒤로하고 약 한 시간을 달려 발 도장을 찍는다.



모브의 당근케이크와 빅토리아케이크 역시 일품이다. 그러고 보니 블루베리크럼블도 먹은 기억이 있다. 당근케이크는 꾸덕꾸덕하지 않고 사부작거리는 반면 빅토리아케이크는 시트가 묵직하다. 크럼블은 시나몬 향이 짙은 것으로 기억된다. 쫀득한 아이스크림과 버터 크럼블의 맛이 조화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쌀쌀하고 추운 시즌보단 꽃봉오리가 싹트기 시작하는 지금이나 색이 뚜렷한 계절인 여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브

서울 종로구 사직로8길 7

02-720-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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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30,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