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동동, “브론테”

도심 속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브런치와 전시


공항을 좋아한다. 직사각형의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올라타는 공항버스 안에서부터 느껴지는 그 새로운 설렘, 무탈해 고맙지만 지루했던 일상에게 잠시 안녕을 고하는 그 아련한 시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뭉게구름과 나무, 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까지. 공항으로 향하는 모든 것에 용서가 묻어있다. 감성적인 기분을 잔뜩 만끽할 수 있는, 온전히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 공항에 도착해서는 또 어떤가. 양옆, 위쪽으로 훤히 트여있는 큼지막한 공간을 거니는 그 자체도 좋다.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넘어와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손에 쥐고 면세점을 들락날락하는 일, 계류장 너머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무수한 생각을 끄집어내는 일.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기다림이다. 그 속에는 아마 무수히 많은 잔상들이 나를 마중 나와 있을 것이다.



고양 향동에 위치한 ‘브론테’는 왠지 모르게 공항이 생각났던 곳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천공항 안에서 이곳저곳 걸어 다니던, 그때 그 묘한 설렘을 이곳에서도 느꼈다. 그건 아마 인적이 드문 위치, 투명한 햇살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커피 바, 곳곳에 걸려 있는 농후하고 추상적인 전시 작품까지. 푸른 잎이 무성하게 피어있는 배경이 선사하던 설렘이었을 것이다.

화이트가 주된 컬러인 인테리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초록의 공간이다. 카페 앞 줄지어 서있는 나무와 그 속을 채운 잔가지와 여러 나뭇잎들, 테라스 뒤편으로 보이는 듬직한 초록. 매장 오른쪽 옆에 놓인 기다란 초록 계단. 화이트와 그린의 조화라니. 세련되면서도 차분한 컬러감이 돋보인다.



다진 고기가 들어간 미트 파이, 햄과 치즈가 어우러진 고소한 크루아상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채울 수 있는 브런치 메뉴가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브론테에서는 매달 신진 작가의 독창적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굉장히 고소하고 부드러웠던 라떼는 파스텔커피웍스의 원두를 사용한다. 폭포가 절벽을 타고 흐르듯 고소한 원두향이 그라인더 너머 전해진다. 공간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 같다. 정적이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곳. 재즈와 뉴에이지가 번갈아 흐른다.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으로 작업하기 좋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하기도 좋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 빌라 주민들이 종종 드나들어 샌드위치와 쿠키, 커피 등을 포장해 가는 풍경이 정겨웠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조명이다. 개인적으로는 조명의 수가 좀 많다고 생각했다. 통유리에 자연이 훤히 내다보이고 채광이 좋아 깔끔함이 부각되는 멋진 공간이지만, 천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린 조명으로 인해 내부가 오렌지빛 계열이 돌아 아쉬웠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고 음료를 제조하는 바 부분은 자연광 너머 새하얗고 깔끔한 이미지가 있으나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게 조금 의아했다. 그러나 이 또한 다채로운 매력일 수 있고 벽면에 걸어둔 전시작에 조금 더 집중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날이 점점 선선해지고 가을의 모습이 일상 곳곳에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곧 테라스의 계절이라는 뜻이다. 브론테 카운터 뒤편으로는 여럿이 두루두루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톤 다운된 컬러를 입은 의자와 긴 테이블은 하나의 공간 설치물 같기도 하고 전시작품 같기도 하다.

고소한 커피와 든든한 브런치를 즐기기에 알맞은 공간이다. 여기에 매달 바뀌는 전시를 관람하는 소소한 재미는 감미한 여유를 선사한다.




브론테

경기 고양시 덕양구 꽃내음1길 35

0507-1394-2774

Instagram


August 24,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