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텅 비어있는 삶”

고층 빌딩 속 울고 있는 당신에게




창덕궁 뷰를 보며 눈을 뜨고 싶다던 친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한 번쯤 서울 도심 속에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필자도 공감한다. 아침이 가장 먼저 열리고, 밤이 가장 늦게 닫히는 서울의 종로는 우리보다 늘 빠르게 변화하고 먼저 움직이는 도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카페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카페는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주기 위해 이국적인 컨셉을 내세우고 있다. 시기를 반영한 카페의 트렌드도 좋지만, 이런 현상은 필자 생각으로 꽤 길게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방문이 중요한 카페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여행이란 단적인 키워드보단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텅 비어있는 삶”처럼 말이다.



“텅 비어있는 삶”은 3호선 안국역 인근 창덕궁 뷰를 품은 빌딩 7층에 있다. 빌딩 입구에 서면 이 건물에 정말 카페가 있나 싶은 정도로 카페와는 다른 외관의 건물이니 착오 없길 바란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양쪽으로 두 개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한쪽은 “텅”, 한쪽은 “비어있는 삶”이라는 공간인데, 음료나 맥주를 주문하면 두 곳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스탠딩 바가 설치되어 있어, 짧은 시간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창덕궁 뷰를 품은 것만으로 이곳을 찾아오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뒤편으로는 서울 도심 속 고층 빌딩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커피 바를 중심으로 간단한 식료품들도 준비되어 있다. 창가 자리에는 자리마다 작은 조명이 있어, 밤에도 이 멋진 뷰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무드가 공간에 베어져 있기에, 혼자 방문해도 적응하기 쉬운 공간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쪽 공간은 차콜 컬러의 가구들과 마찬가지로 창덕궁 뷰를 품고 있다. 창가 자리가 가장 매력 있는 건 사실이지만, 뒤편 자리나 가운데 테이블도 도심 속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주기에 자리 선택에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여기에 차분하고 친절한 응대와 커피, 맥주 등 다양한 메뉴까지 이곳의 매력을 높여준다.



공간의 음악은 차콜 컬러의 톤을 닮았다. 빈티지한 재즈 음악들이 공간을 채워주니, 너무 가볍지 않은 적당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다. 위로보다 말없이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가끔 필요한 법이다. “텅 비어있는 삶”은 고층 빌딩 속 어딘가 울고 있는 당신의 곁을 지켜주는 공간이 될 것이다.





텅 비어있는 삶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2 로얄창덕궁빌딩 701호

02-766-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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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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