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보틀라운지”

모든 동물과 자연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공간




이쯤 되면 우리 udcy 독자들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를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정말이지 영원히 존재해줬으면 한다. 말도 안 되게 멋진 공간이 나의 동네에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정도다.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많은 사람들과 이곳의 근사함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오늘 소개할 나의 최애 카페는, 바로 보틀 라운지(bottlelounge)이다. (*최근 보틀팩토리에서 보틀라운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보틀라운지는 소위 연희동의 '핫플'이 모여 있는 구역이 아닌, 한적한 주거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다. 내가 찾아간 날에도 어김없이 편안하고 수수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조금은 후줄근해도 되는 넉넉함이 이곳에 배어 있다.




매주 다양한 목적으로 카페라는 공간을 찾지만, 이곳만큼 내게 여운을 남기는 곳은 없었다. 내가 사 먹는 커피 한잔, 빵 한 조각, 머무는 자리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틀라운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부지런히 제시한다. 우선 이곳은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손님들에게 텀블러를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보틀 클럽’ 제도를 운영한다. 



여기서 확장된 프로젝트가 바로 ‘유어보틀위크(YourBottleWeek)’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유어보틀위크(2020.11.7~2020.11.30)는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 문화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자 만들어진 축제다. 지역사회가 연합해서 일회용품 사용 줄이고, 환경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론장이기도 하다. 연희동 곳곳의 카페, 식당, 마트, 식료품점 등의 상점과 커뮤니티가 참여한다. 소비자는 참여 상점에서 텀블러, 다회용 용기, 장바구니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소비 생활이 가능하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채우장’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장터도 열린다. 물론 ‘포장이 따로 없는’ 음식과 물품을 거래한다. 보틀라운지 내부에서는 상시로 친환경 용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스테인리스, 유리, 쌀 재질의 빨대와 다회용 포장재 그리고 천 주머니, 수세미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또한 세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해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패키지 없이 원하는 만큼 담아 살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차별 없는 가게(사회적 소수자가 지역사회로부터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한 개인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약속하는 프로젝트)’ '환경 분야 영화 상영회(코멘터리) 및 워크숍' 등 사회를 이롭게 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보틀라운지에서는 <뉴 락(New Rock)> 전시가 진행 중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생물과 결합해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해 발생한 기이한 현상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이 돌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떠한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



보틀라운지의 정체성은 사회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의 공간감과 음료의 맛 수준 그리고 큐레이션 된 서적을 경험한다면 제2, 제3의 보틀라운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이들의 멋진 행보를 뒤따라가 보려 한다. 연희동의 카페를 찾는 그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곳이자 모든 동물과 자연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나의 든든한 이웃.





보틀 라운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08 1F 

02-314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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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8, 2020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