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후란서가”

주인을 닮은 담백한 서점



후란서가를 처음 찾는 이들은 이 곳을 쉽게 지나칠 수 있다. 1층이 아닌 2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로변에 버젓이 보이는 약국과 커피숍 건물을 찾으면 문 앞에 ‘후란서가’라고 쓰인 핸드메이드 간판을 볼 수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 계단이 보이고, 1층에서부터 들리던 재즈는 후란서가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층 더 설레게 했다.



조금 열린 문을 살며시 밀며 서점 안으로 들어서자 사장님이 반가운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서점에 발을 디디고 가장 먼저 느꼈던 점은 레코드판에서 흐르는 음악이 참 멋스러웠다는 점이다. 내가 특히나 재즈를 좋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기분 좋은 클래식과 재즈가 번갈아 흐르니 매서운 추위에 얼었던 몸이 여유를 되찾았다. 



입구에 붙여진 엽서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진, 앨범 등의 소품을 비롯해 여러 책들이 눈에 띄었다. 또 서점이 2층에 위치해 있다 보니 기다란 직사각형의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움직임으로 마음이 뻥 뚫렸다. 여느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파는 서점들과 같이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포스터들과 달력, 음악과 공간의 분위기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고스란히 잘 느껴졌다. 



책방의 주인이신 사장님은 이미 몇 권의 독립 서적을 출판하신 작가다. 나 역시 그의 에세이집을 몇 권 읽기도 했으며 그의 간결하면서도 감성이 덧댄 문장에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내가 그의 작품을 알게 된 건 즐겨 가는 동네 카페에서였다. 알고 보니 같은 지역에 거주했었고 애정 하는 카페도 일치했다. 서점 벽 곳곳에 붙어있는 엽서 속 그가 쓴 짤막한 문장들은 글쓰기를 즐겨하고 책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서점이 큰 공간이 아니라 천천히 여유 있게 둘러보면 좋다. 여러 독립 서적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책들과 조지 오웰, 박완서, 무라카미 하루키, 김애란 등 유명한 이들의 책 또한 구비되어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혼자 찬찬히 둘러봐도 좋고 책에 대한 설명이나 추천 등을 원할 경우 사장님께 요청하면 친절히 다가와 설명해 주신다. 커피와 차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잡지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카페나 커피와 관련된 에세이를 찾게 됐지만, 아쉽게도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후란서가에는 내가 찾는 책이 없었다. 대신 담백하면서도 감성적인 에세이집을 눈여겨보았는데, 사장님께서 몇몇 책들을 친절히 소개해 주셨고 문체가 마음에 드는 몇 권의 책을 골랐다. 



독립서점이 유난히 많은 연남동 일대에서 후란서가는 자칫 심플하고 밋밋할 수 있다. 특히 예쁜 외관의 아기자기한 간판이 달린 서점을 생각하며 찾는 이들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도서관이나 일반 서점을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아직까지도 독립서점의 독특한 분위기가 익숙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이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후란서가의 담백하면서도 어딘가 통통 튀는 공간은 짧은 펌을 한 아담한 체격의 유니크한 사장님을 닮았다. 

이전에 한 카페를 취재할 때 그곳 사장님께서 자신은 절대 직원 혼자 매장에서 근무하게끔 하지 않는다고 하시며, 직원이 혼자 매장에 있는 것과 사장이 함께 있는 모습은 180도 다르게 비친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났다. 여러 카페를 다니다 보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아르바이트 생인지 이젠 어느 정도 분간이 가능한데, 그중에서도 사장님과 그 카페가 오묘하게 닮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사장님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공간이 가진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후란서가 역시 사장님을 닮은, 개성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영업시간이 짧다는 점. 앉아서 읽을 좌석이 몇 없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단축 영업으로, 밤이 되면 몽환적인 조명이 어우러진 서점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한편 서점에선 여러 작가들의 책에 대한 입고 문의도 받고 있으며 글쓰기 모임이나 클래스, 강의도 함께 진행한다고 한다. 자신의 책을 출판하고 싶은 이들이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 여러 장르의 책에 기웃거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면 좋다. 수준급의 드로잉 실력으로 사장님께서 직접 제작한 굿즈를 보는 재미는 덤이다. 






후란서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49 201호

0507-1326-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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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19,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