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동, “로스트 어 파운드”

어떤 날이 되었든 잠시 머물자. 


조금 먼 곳을 왔다. 강남에서 차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광주. 햇빛이 유난히 선명한 오후였다.



'로스트 어 파운드(이하 로어파)'를 알게 된 건 요새 많이들 보는 카페 브이로그 덕분이었다. 사장님의 귀여운 말투와 영상미 그리고 카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구독해 놓고 새 영상이 올라오면 종종 찾아보았다. 



많은 이들은 무엇 때문에 새로운 카페를 찾아갈까? 계절마다 바뀌는 디저트, 유니크한 분위기, 고소하고 부드러운 커피의 맛 등 다양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나의 경우 가장 먼저 카페의 외관을 본다. 세련되었다거나 멋스러운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분위기 그 자체를 본다. 누구나 정체성을 가지고 있듯, 카페가 자리해있는 그 공간을 바라볼 때면 그곳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것이 카페의 정체성이 아닐까. 더불어 그 주변의 풍경, 특히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이라면 무조건 간다.



로어파는 언덕 위에 있는 자그마한 디저트 카페다. 가게를 찾아가는 오르막길은 한산하고 조용했는데 나무와 넓은 텃밭 그리고 집들이 모여있었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채광이 아주 잘 들고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또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시원하고 넓은 인상을 주었고 이는 카페 내부를 한층 더 따뜻하게 했다.



브이로그를 보며 눈여겨보았던 '베리 타르트'를 주문했다. 어떤 음료와 궁합이 잘 어울리냐 여쭈니 따뜻한 밀크티를 추천해주셨다. 베리 타르트는 고소한 뉴질랜드산 버터를 사용한 타르트지에 라즈베리 잼을 넣어 만든 상큼한 타르트다.


실제로 먹어보니, 일반 타르트와는 식감이 약간 달랐다. 내가 알고 있는 타르트는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타르트지의 그 바삭한 느낌이 익숙했는데 로어파의 타르트는 푹신한 식감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타르트지가 좀 더 고소하고 바삭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위에 토핑 된 과일과 잼 그리고 타르트지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밀크티는 정말 맛있었다. 먼저, 나는 밀크티를 좋아하지 않아 마시는 일이 드물다. 그럼에도 타르트와의 궁합이 좋다고 하셨으니, 반신반의하며 주문했었는데 적당히 달고 부드럽고 향이 아주 좋았다.



사장님께선 그날그날의 디저트를 직접 만든다. 베이킹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학원을 다닌 적도 없는 솜씨라지만 눈으로 담기에도 참 벅찬 디저트였다.

케이크뿐만 아니라 구움 과자도 판매하고 있다. 바닐라빈을 넣어 만든 바닐라빈 마들렌, 얼그레이 향이 그윽한 얼그레이 마들렌 그리고 달콤한 초콜릿이 입혀진 초코 마들렌이 있다. 더불어 꾸덕한 식감의 브라우니와 둥그스름한 달을 닮은 샛노란 에그타르트, 휘낭시에와 쿠키 등이 있다. 깊게 우려낸 차나 고소한 라떼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찬찬히 둘러보니 곳곳에서 날씨가 전하는 말들이 들리는 듯하다. 기분 좋은 밝은 태양의 빗줄기가 카페 안의 테이블과 의자, 쇼케이스와 벽지 곳곳에 무늬를 만들었다. 그림자가 지는 모습이 참 예뻤다. 창가 자리가 유난히 탐났는데, 한적한 동네에 있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멍 때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로어파의 최대 장점이라면, 머무는 그 자체가 장점이다. 테이블 어느 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든 간에 탁 트인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 자체로 무언가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기분이 되었든, 감정이 되었든, 어떠한 순간이 되었든. 사계절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 겨울, 차창 너머로 생크림 같은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모습이 참 기대된다.



그러고 보니, 가게 이름인 lost are found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사장님께 가게 이름에 대해 여쭈었다.

"잃어버린 것을 찾다.라는 의미예요. 보통 카페라는 공간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러 오거나 혹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잖아요? 여기에 머무는 동안 함께 나누는 대화나 혼자만의 시간을 계기로 내가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무언가를 찾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그동안 잃어버렸던 쉼을 얻어간다거나 오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옛 기억을 품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묻혀 잊고 있었던 나를 발견한다거나 하는 등, 각자만의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셨으면 하는 그런 마음을 담았어요."


한편, 로어파의 시그니처 로고는 사과다. 많고 많은 이미지 중, 그것도 사과를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렇다고 매장에 사과로 만든 디저트나 음료가 특별히 돋보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그니처가 사과인 건 사과가 과일 중에 가장 기본이라는 인식이 제게 항상 있었어요. 그만큼 무엇이든 화려한 것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에서 정했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요새 읽고 있는 책 <서울, 시간을 기억하는 공간> 속 한 구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장소는 그 장소를 점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하나의 이미지로 해석될 때만이 살아있는 장소가 된다. (생략)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붙잡고 싶을 때, 시간을 돌이키고 싶을 때 그 장소를 찾게 된다. 건축을 지배하는 것은 시간과 기억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다른 것보다 조금은 크게 다가왔던 공간을 떠올려보고 모두가 그런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길 바란다.







로스트 어 파운드

경기 광주시 경안로 138

0507-1320-0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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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4, 2020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