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동, “메종 모랫말”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모던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곳


올해 주거 트렌드는 ‘레이어드 홈’이다. 많은 2-30대 여성들이 한 집에 서재, 홈카페, 리빙룸, 부엌 등 다양한 공간이 층층이 자리한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집은 점점 휴식과 재충전, 쉼의 공간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다. 자연이 내다보이고 채광이 좋은 집에 대한 애정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그들이 가장 원하는 공간은 서재와 카페였다. 집에서도 카페 분위기를 내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결과다.

이번에 소개할 카페 ‘메종 모랫말’은 쉼이 있는 공간이다. 도심과 동떨어진 곳에 있어 마치 제주도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깔끔한 내부는 마치 잘 정돈된 거실에 머무는 것 같다.



카페가 위치한 시흥동은 이전에 ‘모랫말’로 불리던 동네였다. 1969년 지어진 이 건물은 향긋한 커피 냄새가 가득한 카페가 되기 이전에 모랫말 슈퍼로 운영됐었다. 오너는 슈퍼의 외관을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했고 그렇게 작년 여름, 메종 모랫말이 탄생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마주한 외관. 박공지붕이 참 매력적이다. 대로변이나 오피스 상권이 아닌, 그렇다고 유동인구가 비교적 많은 주택가도 아닌 시골길 어느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오너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쉼’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이 크게 나있어 볕이 잘 든다. 날이 좀 더워서인지 창가좌 석에 앉아있자니 등 뒤가 서서히 따갑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 시원한 계곡이나 푸르른 들판이 보였으면 좋겠지만 카센터가 있어 낭만적인 뷰를 보긴 어렵다.



모랫말의 메뉴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고메버터를 사용한 ‘크로플’과 플랫화이트 베이스의 ‘플랫슈페너’, 라떼 베이스의 ‘클라우드 라떼’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들이다. 에티오피아, 브라질, 콜롬비아를 블렌드한 원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논커피 메뉴로 미숫가루, 대추차 등 이색적인 음료가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고즈넉한 외관에 한 번 반했고, 내부로 들어가기 전 예쁘게 꾸며놓은 테라스 석에 또 한 번 반했다.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높은 천장이 매력적이었다. 테라스와 내부 좌석을 합하면 약 2-30인 수용이 가능할 터였다. 곳곳에 화분과 조그마한 나무, 식물들이 많이 보였다. 화이트와 검정이 조화를 이룬 심플한 인테리어지만 군데군데 오너의 섬세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했다. 테이블에 콘센트가 있어 작업하기 좋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를 해도 좋다.



치즈타르트는 무난한 맛이었다. 아이스 플랫화이트에도 그다지 특별한 부분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커피는 조금 싱거웠다. 얼음 양이 적어 금방 녹아 밍밍한 라떼가 되어버렸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매장엔 대체적으로 대중적인 팝이 흘렀다. 화장실은 뒤편 생선구이 집 건물에 있다. 음식점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듯하다. 좌석간 의 간격과 분위기, 내·외부 인테리어 등은 참 만족스러웠으나 전체적인 뷰가 아쉬웠다. 카페 앞쪽으로는 카센터가, 뒤편으로는 음식점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음식점 주차장을 이용해도 되기 때문에 차를 타고 온다면 주차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오래되었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이 단어는 과거형 표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의미를 내포한다. 오래된 관계는 상대와의 연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좋은 것이고, 오래된 가게와 단골은 꾸준히 찾을 수 있고 또 반대로 계속 찾아주어 좋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긴 시간을 버티며 그 자리를 지켰다는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나의 일상, 나의 취향, 나의 여행> 중

 

오래된 단골 가게, 단골 카페들이 점점 사라지는 걸 몸소 체감하는 요즘이다. 가게 인스타 공지에 게재된 무거운 장문의 글들은 비단 오너뿐만이 아니라 그 공간을 사랑했던 이들의 무게이기도 하다.

부디 메종 모랫말이 1960년, 모랫말이 가진 터와 의미를 그대로 유지하며 오래도록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주었으면, 오가는 발걸음들이 그 안에서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종 모랫말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설개로 10 1층
0507-1483-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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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 2021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