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차요(Chayio)”

그릭요거트와 내추럴와인이 만났을 때




한여름의 해가 뜨겁게 타오르는 날들의 연속이다. 오은 시인은 이 계절을 두고 ‘녹음이 울창해지면서 녹음이 간절해진다’고 표현했다. 녹음은 말 그대로 ‘푸른 그늘’이란 뜻이다. 어떤 그늘이 간절해지는 이 무더위에 내겐 ‘안식처’가 필요했다.



어느 때보다도 시원한 공간과 음식이 생각나는 요즘, 차요(Chayoi)를 알게 되었다. 차요는 한남동에 위치한 요거트 카페 겸 내추럴와인바이다. 여름과 잘 어울리는 두 존재의 만남이 신선하면서도 조화롭다.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되는 곳이라, 지금이 방문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었다. 평소 그릭요거트를 아침 대용으로 먹는 편이라 마트에서 파는 제품들과 어떻게 맛이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직 온라인상의 후기가 몇 개 올라오지 않아서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한남동으로 향했다.



차요의 위치는 한남오거리를 기준으로 찾으면 된다. 한남더힐을 지나쳐 언덕을 오르다 보면, 붉은 벽돌의 베스킨라빈스 건물이 있는데 그 뒤로 체커보드 간판이 보인다. 글씨가 적힌 간판이 따로 없기 때문에 길을 헤맬 수 있어 사전에 자세히 설명해 둔다. 차요가 위치한 3층 루프탑 건물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카밀로)과 치과(홍치과)가 있다.



얕은 계단참을 올라 맨 꼭대기에 도착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생동감이 넘치는 컬러의 가구와 개성 있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담한 내부에는 각기 다른 형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네 개의 의자가 놓인 원형 테이블부터 2인용 사각 테이블, 3인용 바 테이블까지. 자그마한 공간임에도 적당한 간격으로 테이블을 배치해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네모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한남동의 풍경이 시야를 확 트이게 해, 시원한 인상을 자아냈다.



차요의 주문 시스템과 그릇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선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면 된다. 구두가 아닌, 기계로만 주문을 받는다는 점이 독특했다. 물론 내추럴 와인의 경우에는 바로 옆 테이블에 진열된 와인을 보고 직접 주문이 가능하다. 메뉴 선택이 고민된다면 추천을 받아 보자. 사장님께서 매우 상냥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실 것이다. 요거트 메뉴는 플레인부터 체리, 바질 토마토, 더블베리(블루베리&라즈베리), 쿠앤크 등 다양한 맛이 준비되어 있었다. 체커보드를 시그니처로 삼아 감각적인 서체의 ‘Chayoi’가 쓰인 요거트컵을 사용하는데, 피크닉 때 들고 가거나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패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Johe(요헤), Mallette(말레뜨), Sigurd(시거드) 등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고 호주를 아우르는 여러 내추럴 와인을 취급하기도 한다. 가격대도 병당 5~7만 원선이어서 여타의 내추럴 와인바보다 합리적이다. 안주류는 나쵸 피자, 제철 과일&그릭요거트, 그릭 쉬림프 오픈 샌드위치, 용가리, 꿀호플, 컵라면 등 술과 곁들이기 좋은 가벼운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날 오픈한 지 몇 시간 안되어 그릭요거트가 모두 품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사장님께서 안주용으로 남겨 두신 요거트라도 먹기 위해 제철 과일&그릭요거트와 그릭 쉬림프 오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물론 호주 내추럴와인인 시거드도 함께!



‘여름 식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싱그러운 비주얼의 음식과 와인이 눈앞에 놓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표현을 여기에 적용시켜도 되나 싶지만 매우 훌륭한 모양새와 맛이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는, 자신이 요 근래 먹었던 술과 음식 중 가장 맛이 좋다며 극찬에 극찬을 더했다. 특히 요거트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꾸덕하고 찰지면서, 얕은 산미를 지닌 치즈를 먹는 느낌이었다. 멜론과 쉬림프 샌드위치랑 썩 괜찮은 조화를 이루며, 풍부한 맛을 완성했다. 짭조름한 샌드위치와 달달하고 상큼한 멜론 그리고 청량감이 가득한 화이트 와인까지. 어찌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겠나. 통통한 구름과 한없이 파란 하늘의 풍경에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니 절로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다.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차요가 집 앞에 있었으면 앞으로 나의 요거트 인생을 이곳에 바쳤을 것만 같다. 시중에 파는 요거트랑은 확연히 다른 풍미와 질감에 아직까지 그 여운에서 못 헤어 나오는 중이다. 7월 초에 오픈했지만 벌써 입소문이 나고 있는 상황에 수긍이 간다. 나 역시 재방문을 고려하고 있다. 매번 카페로 향하는 것이 질려 색다른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차요를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아니 사실은 한남동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이곳을 들려보길 권한다. 요거트와 내추럴와인이 만났을 때, 일상에는 새로운 즐거움이 더해진다.



+추가 정보

차요는 쿠팡 이츠로 배달 가능하다. 요거트가 빠르게 소진되므로, 한남동 근처에 거주한다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겠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나머지 요일에는 오후 12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날의 소식을 접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차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61-7 3층
070-8614-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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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9, 2021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