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하동, "하츠카페"

생크림 스콘이 맛있는 곳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긴 겨울 지나 꽃봉오리가 맺히는 모습도 좋고,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피어있는 풍만함을 보는 것도 좋다. 그런가 하면 매미 소리와 함께 푸르고 우렁찬 모습과 청명한 하늘아래 형형색색의 고운 자태를 모습도 정말 멋지다. 그뿐만 아니라 잎이 다 떨어지고 새하얀 눈송이가조용히 내려앉은, 그 쓸쓸함도 사랑한다. 나무를 좋아해서 인지 목제 가구들과 원목 인테리어 및 소품도 굉장히 좋아한다. 세상엔 개성 넘치고 예쁜 카페들이 수두룩하지만, 자연스레 또다시 찾게 되는 카페는 단연코 개인의 취향이 이끄는 곳이다.

하츠카페는 파주시 교하동에 있다. 도심에선 조금 먼 곳이지만, 찾아가는 길은 나쁘지 않다. 경의선 지하철 운정역과 가깝고, 서울에서 파주까지 직통으로 연결되는 직행버스를 타도 좋다. 먼 거리를 달려와 조금 지칠 때쯤, 정갈한 글씨로 쓰여있는 간판과 함께 나타난 외관은 그 자체로 멋스럽고 수수해 외관에서부터 카메라를 켜게 만든다.

내부는 그리 크지 않다. 여느 동네 카페와 마찬가지로 먹자골목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많이 오간다. 동네 카페답게, 사장님의 인상은 밝고 서글서글하다. 화이트와 우드의 조화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식물들이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더 고즈넉하게 만들곤 했는데, 해가 쨍한 낮 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마치 노을 진 어스름한 저녁이 생각나던 내부였다. 심플한 흰 벽지에 걸려있는 추상적인 포스터와 엽서들, 적당히 쌓여있는 책과 소품들은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흰 눈처럼 정적인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시그니처메뉴는 하츠라떼로, 고소한 라떼 위에 크림이 올라간 일명 ‘크림라떼’다. 또 다른 인기 메뉴로는 초코슈페너가 있다. 오픈 때부터 꾸준한 매니아층을 만들어낸, 하츠카페의 대표 효자 메뉴다. 디저트는 케이크류 대신 구움 과자가 많다. 사실 구움 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파운드와 스콘의 퍽퍽함, 마들렌과 휘낭시에의 어정쩡한 부드러움을 선호하지 않아 디저트 메뉴를 고를 땐 조금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장 인기 있는 생크림 스콘과 하츠라떼를 주문했다.

하츠라떼는 굉장히 부드럽고 고소했다. 크림의 적당한 단맛은 라떼 특유의 씁쓸함을 달래 주었고 목넘김도 아주 좋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스콘. 첫 입에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 지금까지 먹었던 스콘 중 가장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딸기잼을 함께 곁들이니 그 풍미가 배가 되었다. 모든 디저트를 직접 굽고 만드신다는데, 알고 보니 스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휘낭시에 종류도 다양했다. 담백하고 고소한 아몬드 휘낭시에, 소시지가 박혀있어 최고의 단짠을 이룬 빅 쏘낭시에, 쌉싸름한 코코넛 휘낭시에. 이 외에도 에그타르트와 브라우니 등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음악은 가요와 재즈, 팝과 클래식이 뒤섞여 재생됐다. 일관성 있지 않은 점은 아쉬웠으나 음악 소리가 크지 않아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었다.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점은 애견인인 나로서는 꽤나 반가운 점이었다. 토요일 주말, 북적할 법도 한데 카페를 방문하는 이들은 모두 혼자였다. 매장 평수는 그리 넓지 않으나 천장이 높고 테이블 간격이 널찍해 전체적으로 탁 트인, 시원한 인상을 준다. SNS에서 유명한 카페보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 번쯤 머물다 갈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고소한 커피 맛에 한 번, 부드러운 디저트에 두 번, 원목이 주는 아늑함에 오감이 충족되어 돌아갈 테니까.



                  


하츠카페

경기 파주시 순못길 6-7 1층

010-969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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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3, 2020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