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yyyyynnn”

컨템포러리와 미니멀이 조화를 이룬 공간



건축가 김광현의 책 <거주하는 장소>를 읽다가, 한 문단을 읽고 잠시 멈추어 생각했다. 모든 사람은 ‘마음이 머무는 장소’를 지니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마음이란 ‘그 장소에 사는 사람,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 그곳에 앉는 사람, 그곳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뜻한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집 이외에 '마음이 머무는 장소'가 따로 있다. 바로 북촌 한옥마을이다. 회사가 북촌에 위치해 점심시간마다 그곳을 산책한다. 날이 좋을 때면 삼청동이나 서촌까지 나아간다. 어딜 가도 한옥을 품고 있어, 고아한 정취가 따라붙는 동네들이다. 나는 계절마다 변화하는 한옥 마을을 거닐며, 일상을 유지할 힘을 얻곤 한다. 카페 yyyyynnn(이하 와이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길에 위치한 카페이다. 힘을 얻고 싶을 때면 이곳을 찾는다.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기대는 그 순간이 내겐 더없이 소중한 이유다.




와이엔은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의 사이, ‘윤보선길’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언라벨에서 런칭한 컨템포러리 카페 브랜드로, 세련미와 절제가 인상적이다. 화이트톤 벽으로 둘러싸여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그래서일까 뜬금없는 자리에 놓인 돌이나 식물마저 작품처럼 느껴졌다.



와이엔의 외부와 내부는 모호한 경계를 지녔다. 유리문을 활짝 열어 두어, 내부도 외부처럼 개방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안에는 기다란 사각 테이블이 하나 있고, 안쪽에는 1~2인용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다. 가장 좋은 자리는 입구 쪽의 원형 테이블이 아닐까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바람과 볕을 느끼며 수다 떨기 좋은! 호젓한 골목길 안에 위치하기에, 사적인 정취를 누릴 수도 있다. 바깥의 갤러리 담과 찻집의 풍경도 머무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곳의 화장실은 물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하얀 벽의 일부 같았던 벽을 밀고 들어가면 화장실이 나타난다. 이 글을 읽고 이곳에 오시는 분이라면, 먼저 한번 찾아보시길.



와이엔은 커피부터 차, 맥주, 와인, 칵테일 등 다채로운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무더운 날이었던 탓일까. 참외 에이드, 블루베리 리치 티, 소비뇽 블랑 등의 메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 끝에 오늘은 호지 차와 카페 라떼를 주문했다. 점원분께 어떤 원두를 쓰시는지 여쭤보니, ACOFFEE의 시즈널 에스프레소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콜롬비아 원두 기반의 싱글 에스프레소로 카라멜과 누가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지 차는 기대했던 대로 맑은 바디감의 녹차 맛이었다. 떫은맛이 전혀 없어서 부담 없이 가볍게 마시기 좋았다. 카페라떼는 산뜻한 풍미가 지배적이었다. 원두의 산미와 우유의 적절한 배합으로, 균형 잡힌 고소함이 혀끝에 남았다.



현재 와이엔은 서울의 6개 카페가 함께 ‘오트 밀크 커피 클럽’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마이너피겨스의 귀리 우유가 들어간 각 카페만의 시그니처 오트라떼를 마시고, 쿠폰을 완성하면 선물을 증정하는 행사이다. 친환경 대안식품으로 떠오르는 귀리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는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면 한번 도전해보시길. 와이엔만큼이나 저마다의 정체성이 짙은 카페들이 함께하니, 카페 투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다면. 




yyyyynnn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1

02-735-6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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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7, 2020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