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텍스쳐성수”

자연과 현대적 디자인이 섬세하게 조응하는 공간



이번에는 잘 가지 않는 동네에 가보기로 했다. 성수동. 오래된 공장 지대에서 힙스터의 성지가 된 지 꽤 되었다. 이 동네에서 눈길이 가는 문화 행사가 끊임없이 열리더라도, 쉽사리 닿지 못한 까닭은 거리 때문이었다. 먼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성수동은 내게 낯선 동네였다. 서너 번 방문한 적이 있긴 하나, 좁은 공간에 사람이 부글대는 탓에 기가 빨려 돌아오곤 했다. '다음에 또 오고 싶어!'라는 마음보다는 '아,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조금은 가라앉은 상태로.



연차를 써서 'all day in Seongsu' 플랜을 짰다. 진심을 다해 성수를 탐험해보겠다는 의지였다. 라이프스타일숍 모노하를 시작으로 루이스 폴젠, BFD, 박국이 등의 가구 중심 쇼룸을 구경한 뒤 '텍스쳐성수'라는 카페에 가볼 요량이었다. 체력이 된다면 카페와 맞닿은 서울숲에도 놀러 가 한낮의 피크닉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지의 동네에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니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평일 이른 낮에. 마침 날씨운도 따라주어 기가 막히게 화창한 날이었으므로, 들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직장인에게 연차는 무척이나 귀중하니 하루를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성수역에 내리자마자 3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모노하로 향했다.



그렇게 사전 계획대로 (몇 번 길을 잃어가며) 여러 쇼룸을 돌았다. 그 사이사이 인스타그램에서 줄기차게 보던 유명한 카페나 맛집을 발견했을 땐, 희열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에 가까워지자 눈에 보이는 큰 베이커리형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피노누아 와인을 마셨다. 맑은 정신으로 취재를 가야 하지만, 진짜 여행하는 것처럼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약간은 더 기분이 업된 상태로 텍스쳐성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설마-하는 불안감이 들었는데, 입구엔 떡하니 웨이팅 리스트가 놓여 있었다. 나보다 몇 걸음 앞서 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있었다. 우선 카페 내부를 살펴봐야겠다 싶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생각보다 협소한 내부였고, 큰 테이블 하나와 3개의 작은 테이블이 각 벽면마다 놓여 있었다.



때마침 2인석에 자리가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혼자 왔는데, 남는 자리가 없을지 여쭤 보았다. 직원 분께서 웨이팅 리스트를 확인하시더니, 모든 대기팀이 3인 이상이라 좀 전에 난 2인석을 내가 쓰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혼자 여행(?)의 장점이 여기서 나타났다. 어디든 자리를 맡기 용이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2인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주문을 하기 위해 바로 뒤의 계산대로 향했다. 메뉴는 아메리카노/ 라테/ 아인슈페너 등의 커피와 레모네이드/ 레몬차/ 초코라떼 등의 논커피가 있었다. 디저트는 티라미수가 유일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사람이 많아서 당장 사진을 찍고, 공간을 살펴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우선 한숨을 돌리며, 커피와 디저트를 맛보았다. 아메리카노는 고소한 풍미가 지배적이었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딱히 없을 것 같은 무난함. 티라미수는 보통의 것보다 더 단단한 제형이었다. 크게 달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양이 많아서 좋았다.



사람들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해 이때다 싶어 공간을 둘러보았다. 카페인 동시에 가구 브랜드 '텍스쳐'의 쇼룸답게, 공간에 놓인 가구가 돋보였다. 소위 '잘 빠졌다'는 느낌이 드는 모던한 디자인이었다. 굵은 곡선형 의자나 기하학적인 조명이 정제된 우아함을 풍겼다. 요즘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 빈티지 혹은 미드 센추리 스타일의 가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모노톤의 인테리어를 중심에 두고 있어 세련된 인상을 남겼다.



자리의 곳곳에 놓여 있는 의자(모델명:ch1)는 원형의 좌석과 반원형의 등받이로 이루어져 있었고, 다리가 곡선으로 되어 있었는데 반대쪽 다리가 지지대 역할을 해 안정감을 주었다. 재료로 함께 사용된 나무와 스틸은 '물성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이끌어 내었다.



텍스처성수의 백미는 사각형의 창 너머로 보이는 매화나무와 서울숲의 전경에 있었다. 도심의 한복판인데도,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 속으로 은닉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과 현대적 디자인이 섬세하게 조응해 평온한 공간감을 안겼다. 때마침 만개한 매화를 풍경 삼아 유유자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서울숲으로 향하기 전에 잠시 들려 보면 좋을 이곳.






텍스쳐성수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6-12 1층

070-4197-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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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 2021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