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발동,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북카페”

변화하는 빛의 각도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예술 공간 



우연히 집어 든 잡지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동기부여 전략 중 하나인 '유혹 묶기(Temptation Bundling)'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가 타협할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것과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묶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집중이 안될 때, 내가 가고 싶었던 카페에 가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으며 공부를 하는 것 또는 강아지를 산책시켜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움직여 보는 것이다. 이 단락을 읽을 당시 나의 머릿속에는 '출근하기 싫다'가 가득했던 추석 연휴의 끝자락이었으므로, 꽤나 설득적으로 들렸다. 적절한 보상책을 수행 과제와 묶어 실행한다면, 보다 희망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파주 사옥으로 출근하는 날이 다가왔다.(현재 나는 파주와 북촌을 오가며 일한다.) 사실 합정역에서 버스로 20~30분이면 파주 출판단지에 닿을 수 있지만, 심리적 거리로 따지면 곱절은 멀게 느껴진다. 내게 '유혹 묶기 전략'을 부여하자면, '회사 근처의 멋진 공간을 찾아가서 업무를 수행하며 커피 한잔 마시기'가 된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하루를 활기차게 살아내는 동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사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곳은 출판사 '열린책들'이 세운 미술관으로, 열린책들의 예술 서적 전문 브랜드 <미메시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2009년 완공된 이 미술관은 '건축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를 맡았다. 한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이 백색의 건축물은 일반적인 사각 형태가 아닌, 부드러운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흰 파도가 햇살이 쏟아지는 풀밭에 유유히 흐르는 듯 보였다. 이때 시적인 건축을 추구하는 또 다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건축은 빛 속에 있는 볼륨의 장엄한 유희이다.'  



미메시스는 아트 뮤지엄에는 자연의 빛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던 알바루 시자의 이념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곳에서는 작품을 비추는 '핀 조명'을 찾아볼 수 없다. 전시실 내부에 인조광을 가급적 배제한 것이다. 대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선물한다. 내부의 커다란 창문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바깥의 경치를 그 자체로 '전시'한다. 관람객은 이 사각형의 창을 통해 살아 있는 작품을 보게 된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층 입구로 들어서면, 북카페 겸 서점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공간을 지나면 전시실이 나타난다. 눈에 띈 점은 카페-서점-전시 간의 할인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전시를 관람하면 카페 메뉴가 천원 할인되고, 카페를 이용한 후 전시를 보게 되면 마찬가지로 티켓이 천원 할인이 된다. 만약 도서를 구입하는 경우 티켓값에 상응하는 오천원이 할인된다. 북카페에는 커피부터 논커피, 시즌 메뉴 등을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원두는 산도가 적당했고, 균형감 있는 깔끔한 맛이 지배적이었다. 



열람용 도서를 몇 권 집어 들고, 너른 풀밭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별도의 음악이 흐르지 않는 이곳에서는 자연스레 바깥의 경치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자연광의 양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조도를 감각할 수 있었다. 밝았다가 불현듯 어두워지는- 일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 감응하는 울림이 느껴졌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BOOK+IMAGE 8: 예술가의 삶 반 고흐, 프리다 칼로] 그리고 [MIMESIS ART  PERSPECTIVE:2020 MIMESIS ART MUSEUM COLLECTION]展이다. 1층에서는 그래픽 노블에 실린 반 고흐와 프리다 칼로의 일러스트 이미지를, 2·3층에서는 7인의 한국 작가들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관람할 수 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 방문한다면 여유롭게 그림을 둘러보고, 커피의 시간도 향유하시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

031-95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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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3, 2020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