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케이크가 선사하는 값진 행복
일산에서 행궁동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강남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수원행 버스로 갈아타야만 했다. 약 두 시간을 걸쳐 도착한 행궁동. 오랜만에 마주한 수원 화성은 그 자체로 멋지고 늠름해 나로 하여금 정적의 시간을 선물했다. 맑은 날씨와 생크림같이 부드럽고 묵직한 구름 그리고 선선한 바람. 이 모든 게 날 여기로 이끌었다. 어렸을 적 수원 화성은 몇 번 올랐어도 행궁동은 처음이었다.
행궁동의 골목골목을 거니는 일은 참 좋았다. 전통시장부터 세련된 카페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찔한 골목이었다. 길마다 서린 정겨운 냄새와 고소한 빵 냄새가 나를 ‘행복함’에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많고 많은 디저트와 음식 앞에서도 내 머릿속에 차있던 건, 리틀베이크의 멜론쇼트케이크였다.
친절하신 여사장님 대신 포근하고 자상한 인상의 아버님이 맞이해 주셨다. 쇼케이스엔 멜론케이크가 단 하나 남아 있었는데, 아무 망설임 없이 그것을 골랐다. 목이 텁텁해 아이스바닐라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바닐라와 플랫화이트.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두 조합이다. 메뉴 구성은 간단했다. 에스프레소를 시작으로 기본적인 커피메뉴가 있고, 논커피 메뉴는 대부분 과일주스나 에이드 종류였다. 무엇보다, 카페리틀베이크는 사장님이 직접 만드시는 달콤하고 포근한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라, 주메뉴는 커피가 아니었다.
내부는 크지 않지만 넓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높은 천장 때문이다. 좌석 수에 비해 길게 위로 뻗어있는 천장은 머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곳곳에는 식기와 테이블 보, 유리 컵이 진열돼 있다. 눈으로 보는 재미와 더불어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소박하고 귀엽다. 방문했을 당시,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작가의 작품이 곳곳에 보였다. 리틀베이크의 감성과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사실 커피가 나오기 전, 약간 갸우뚱하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젊은 여사장님이 아닌 조금 나이가 있으신 아버님이 내리는 플랫화이트라. 과연 어떤 맛일까? 맛이 밍밍하면 어떡하지?
바닐라플랫화이트를 한 모금 마시는데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잖아!’를 연신 내뱉으며 꿀꺽꿀꺽 단 두 모금에 후딱 해치웠다. 아버님께 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말씀드리니 인자한 미소로 고맙다고 하셨다. 멜론쇼트케이크는 보이는 그대로, 달달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메론 자체가 후숙이 참 잘 되어 굉장히 달았는데, 그 단 맛을 생크림이 잡아주었다. 적당한 당도의 생크림과 멜론 그리고 촉촉한 시트가 어우러진, 그야말로 ‘맛있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닐라플랫화이트를 한 잔 더 주문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손님은 나뿐이었다. 텅 빈 쇼케이스를 보고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손님들이 대다수. 그 사이로 한 앳된 커플이 들어왔다. 수박주스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알콩달콩 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이는 커플이었다. 잠시 후 쟁반에 수박주스와 커피를 내오는 사장님께서 수박이 덜 달아 가격을 차감해 주겠다며 계산을 다시 유도했다. 그러자 그 커플 중 여성이 테이블 위의 수박주스를 한 모금 마시곤 너무 달고 맛있다며 괜찮다 하는데, 다 같이 화기애애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결핍은 결핍을 끌어당기고, 풍요는 풍요를 끌어당긴다. 우리는 매일 우리가 내뿜는 에너지와 비슷한 무언가를 끌어당기는데, 그날 리틀베이크에서 우리 모두는 감사와 행복을 끌어당긴 듯하다. 내일은 또 어떤 달콤한 케이크를 끌어당길지, 아무쪼록 두근대는 날이다.
리틀베이크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47 1층 102호
0507-1313-6509
instagram
October 21, 2020
Editor 정채영 instagram
수제케이크가 선사하는 값진 행복
일산에서 행궁동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강남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수원행 버스로 갈아타야만 했다. 약 두 시간을 걸쳐 도착한 행궁동. 오랜만에 마주한 수원 화성은 그 자체로 멋지고 늠름해 나로 하여금 정적의 시간을 선물했다. 맑은 날씨와 생크림같이 부드럽고 묵직한 구름 그리고 선선한 바람. 이 모든 게 날 여기로 이끌었다. 어렸을 적 수원 화성은 몇 번 올랐어도 행궁동은 처음이었다.
행궁동의 골목골목을 거니는 일은 참 좋았다. 전통시장부터 세련된 카페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찔한 골목이었다. 길마다 서린 정겨운 냄새와 고소한 빵 냄새가 나를 ‘행복함’에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많고 많은 디저트와 음식 앞에서도 내 머릿속에 차있던 건, 리틀베이크의 멜론쇼트케이크였다.
친절하신 여사장님 대신 포근하고 자상한 인상의 아버님이 맞이해 주셨다. 쇼케이스엔 멜론케이크가 단 하나 남아 있었는데, 아무 망설임 없이 그것을 골랐다. 목이 텁텁해 아이스바닐라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바닐라와 플랫화이트.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두 조합이다. 메뉴 구성은 간단했다. 에스프레소를 시작으로 기본적인 커피메뉴가 있고, 논커피 메뉴는 대부분 과일주스나 에이드 종류였다. 무엇보다, 카페리틀베이크는 사장님이 직접 만드시는 달콤하고 포근한 디저트로 유명한 곳이라, 주메뉴는 커피가 아니었다.
내부는 크지 않지만 넓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높은 천장 때문이다. 좌석 수에 비해 길게 위로 뻗어있는 천장은 머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곳곳에는 식기와 테이블 보, 유리 컵이 진열돼 있다. 눈으로 보는 재미와 더불어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소박하고 귀엽다. 방문했을 당시,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 작가의 작품이 곳곳에 보였다. 리틀베이크의 감성과 참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사실 커피가 나오기 전, 약간 갸우뚱하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젊은 여사장님이 아닌 조금 나이가 있으신 아버님이 내리는 플랫화이트라. 과연 어떤 맛일까? 맛이 밍밍하면 어떡하지?
바닐라플랫화이트를 한 모금 마시는데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잖아!’를 연신 내뱉으며 꿀꺽꿀꺽 단 두 모금에 후딱 해치웠다. 아버님께 커피가 정말 맛있다고 말씀드리니 인자한 미소로 고맙다고 하셨다. 멜론쇼트케이크는 보이는 그대로, 달달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메론 자체가 후숙이 참 잘 되어 굉장히 달았는데, 그 단 맛을 생크림이 잡아주었다. 적당한 당도의 생크림과 멜론 그리고 촉촉한 시트가 어우러진, 그야말로 ‘맛있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닐라플랫화이트를 한 잔 더 주문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손님은 나뿐이었다. 텅 빈 쇼케이스를 보고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손님들이 대다수. 그 사이로 한 앳된 커플이 들어왔다. 수박주스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알콩달콩 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이는 커플이었다. 잠시 후 쟁반에 수박주스와 커피를 내오는 사장님께서 수박이 덜 달아 가격을 차감해 주겠다며 계산을 다시 유도했다. 그러자 그 커플 중 여성이 테이블 위의 수박주스를 한 모금 마시곤 너무 달고 맛있다며 괜찮다 하는데, 다 같이 화기애애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결핍은 결핍을 끌어당기고, 풍요는 풍요를 끌어당긴다. 우리는 매일 우리가 내뿜는 에너지와 비슷한 무언가를 끌어당기는데, 그날 리틀베이크에서 우리 모두는 감사와 행복을 끌어당긴 듯하다. 내일은 또 어떤 달콤한 케이크를 끌어당길지, 아무쪼록 두근대는 날이다.
리틀베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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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1, 2020
Editor 정채영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