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전동, “카페 벌서스”

경계를 허무는 재미난 실험실


가만 보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부류의 상념에 자주 사로잡힌다. 아침 출근길, 점심 산책길, 저녁 퇴근길마다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뇌리를 스친다.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것처럼 생각이 표표히 흘러가는 이유는 아직 온전한 자아를 성립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혹은 나이에 관계없이 인간이 평생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각들인 것일까. 이러한 생각들은 모두 ‘잘 살아보세’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본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보통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태도의 면에서는 주체적이고 단단하게 살고 싶다는 것. 방법의 면에서는 나의 가치관을 담은 공간을 일구어 내고 싶다는 것. 그것이 개인적 소유의 집이 될 수도, 개방적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 아직 나는 무엇을 더 원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론 개인 집과 공적 공간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지만, 뭐 알다시피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세상이다. 우선적으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성실하게 ‘좋은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보통의 좋은 공간들은 ‘완벽함’을 지녔다. 그러나 갖춰지지 않은 공간이 주는 신선함과 무한한 가능성도 충분히 좋은 공간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창전동의 카페 ‘벌서스(Versus)’를 통해 느꼈다. 벌서스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은 여러 면에서 드러났다. 먼저, 커피 원두. 기본적으로 쓰는 원두는 인근의 한 커피 공방으로부터 납품을 받고 있지만, 매주 화요일마다 ‘게스트빈’의 콘셉트로 다른 유명 로스터리 브랜드의 원두를 들여온다.

다음으로, 공간의 구성. 벌서스의 외/내부는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변해 있었다. 식음료 메뉴, 테이블의 배치, 인테리어 소품의 위치 등을 소소하게 바꾸어 나가고 있다. 더불어 요즘엔 간판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백지처럼 하얀 천막에 그림을 그려줄 아티스트를 모집 중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음악. 벌서스에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음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귀가 즐거운 음악들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물론 음악의 장르 또한 경계가 없다. 일렉트로니카부터 R&B/Soul, 컨트리 뮤직, 힙합까지. 벌서스는 커피머신 대신 모카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소음이 될 수 있는 기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방해 없이 공간에 울려 퍼지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 이곳에서는 음악과 관련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what is your 미드나잇 바’라는 이름으로, 참가자가 주어진 20분 동안 오직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만을 이용하여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나 공유하고 싶었던 플레이리스트를 편하게 디제잉을 하는 자리였다. 사장님께 실제로 어땠는지 여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춤을 췄다고 하셨다. 그는 앞으로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 영화를 함께 보는 행사도 기획해보고 싶다고 첨언했다.



카페 벌서스

서울 마포구 서강로11길 35 101호

0507-1339-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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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4, 2020

Editor 길보경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