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우린 존재해야만 하니까
음악의 어떤 장르의 이름들이 붙게 되는 과정은 음악적인 특징을 반영하기보다는 다른 특징을 보고 이름이 붙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슈게이즈(Shoegaze)도 그런 장르인데 이 장르의 밴드들이 신발만 쳐다보면서 연주를 했다는 무대 위의 모습을 보고 이름이 붙었다. 이 얘기를 들으면 뭔가 내향적일 것 같은 이 음악은 사실 한 번 빠지면 꽤나 매력적이고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악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신발이 아닌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며 노래하는 음악이 되어 들려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 만난 공원의 음악처럼.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공원 : 록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고 부르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공원이라고 합니다.
Q. 지난 앨범 이후 8개월 만에 신보로 돌아왔어요. 그 동안의 근황을 알고 싶어요.
A. 공원 : 근황은 말 그대로 정말 ‘이리저리’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러면서 음악을 계속 만들고 공연하면서 음악으로 해소를 하면서 지냈어요. 그러다 결과물로 나온 게 이번 신보 두 곡인 것 같습니다. 일상은 똑같이 살았는데 오늘 마침 날이 추워져서 패딩을 꺼냈습니다.(웃음)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고 첫 단독 콘서트라서 떨리고 신나게 준비를 하고 있어요.
Q. 이번 싱글은 ‘이리저리’와 ‘집으로’라는 2곡을 담고 있어요. 곡을 들어보니까 이번 앨범은 정체성에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것 같았어요. 이번 앨범은 어떤 생각에서 출발한 이야기였나요?
A. 공원 : 처음에는 정말 사소한 것들이었어요. 하루하루의 저에게 질문을 해보는데, 단순히 카페에 와서 뭘 마실까? 하는 질문부터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지, 미래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할지 등 더 넓게 선택들을 해야 하는데 그 사소한 것의 대답을 제가 쉽게 못하더라고요. 단순하고 심플한 것들에도 대답을 못하고 그런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게 처음이었어요. 진실 되게, 솔직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러려면 내 진심을 알아야 하잖아요. 근데 그걸 모르겠어서 막막하더라고요. 그 마음으로 쓰게 된 곡이었고 결론에 도달한 곡이 ‘집으로’였어요.
Q. 1번 트랙 ‘이리저리’에 대해서 얘기해볼게요. 저는 이런 디스토션 사운드가 전면에 나오는 곡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완전 취향이었어요. 이 곡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A. 공원 : 이 곡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작은 선택도 못하고 스스로에게 분노도 하는 막연한 감정들에게 해방되고 싶어서 쓴 곡이에요. 나는 존재해야 한다고, 노래해야 한다고 곡에서 계속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스스로에게 선언하듯이 말하다보면 내 진심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쓰게 된 곡입니다.
이 곡은 특이하게 트랙이 제일 먼저 나왔어요. 보통은 제가 데모 스케치를 다 하고 편곡을 하는데 이번 곡은 몇 시간 만에 갑자기 트랙이 뚝딱 나왔던 거였어요. 저도 듣자마자 ‘이거다!’했었고 오히려 그래서 사운드 적으로 이미 완성이 된 상태에서 멜로디와 가사를 붙여야 하는 게 저한테는 어려웠어요. 벌스는 하루 만에 나온 것 같은데 후렴이 안 나와서 며칠간 씨름을 했었어요. 하고 싶은 얘기는 명확한데 그걸 어떻게 잘 녹여낼까, 고민하는 과정이 컸어요. 그러면서도 벌스가 뚝딱 나왔다는 건 벌스에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솔직하게 잘 담았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듭니다.

Q.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흔히 볼 수 없던 음악을 하고 있어요. 슈게이징 음악은 예전에도 많은 인디밴드들이 선보였지만 여성 솔로가 슈게이징을 내세우고 활동하는 건 아예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다가 이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되었나요?
A. 공원 : 저는 ‘슈게이즈’라는 장르의 이름도 몰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들어오던 80, 90년대의 밴드음악은 많았지만 그 음악들을 통용하는 하나의 장르가 ‘슈게이즈’라고 정의를 알게 된 건 데뷔앨범을 준비하면서였어요. 제가 좋아하던 음악들에 슈게이즈의 요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알게 되고 ‘슈게이즈가 뭐지?’하면서 더 파고들게 되고 이걸 가지고 곡도 만들어보자, 하고 공부하면서 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좀 더 발라드나 포크에 가까운 음악을 만들고 들었었고 그래서 가지고 있는 어렸을 때부터 쌓은 포크, 발라드 정서와 록과 슈게이즈의 정서가 만났을 때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데뷔앨범에서 많은 분들이 거기에 동의해주셨다고 생각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확신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Dike : 그 선택 하나만으로도 유니크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듣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약간 세대차이가 나는 것 같은 얘긴데 원래 이 장르를 ‘슈게이징’이라고 했는데, 제 세대들은 다 ‘슈게이징’이라고 하거든요.(웃음)
공원 : 댓글에서 많이 싸우시더라고요.(웃음)
Dike : 사실 같은 단어인데 요즘엔 다들 ‘슈게이즈’라고 한다고 해서 이걸로 출생연도 즈음을 알 수 있다고... 저도 어디 가서 이제 ‘슈게이즈’라고 하려고요.
Q. 아무래도 작년 방송된 싱어게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원 님의 음악을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제 방송이 다 끝난 이후에 한창 촬영을 진행하던 때를 되돌아보면 어떤 기분인가요?
A. 공원 : 일단은 전생처럼 느껴지고 이제 1년이 지났는데, ‘1년 밖에 안 지났구나’라고 체감이 될 정도로 그 당시와 지금의 저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성장이 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에 사실 과정 자체는 치열했던 것 같은데 저는 이 방송을 왜 했고 여기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했거든요. 그게 순위가 아니었고 저 스스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많았어요. 계속 고집 있고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런 목표들이 명확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만 기억에 남고 나머지 과정들은 즐거웠고 그때의 제가 스스로 기특하다는 감상이 듭니다.
Q. 2번 트랙 ‘집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거의 4분에 가까운 시간을 채운 곡이에요. 요즘 같은 세상에 3분 중반대 이상의 곡들을 선보이는 점이 저는 공원 님을 좀 더 듣게 되는 포인트가 되더라고요.(웃음) 이 곡은 어떤 내용인가요?
A. 공원 : ‘이리저리’와 ‘집으로’ 두 곡이 같은 시기에 쓰기도 해서 같은 정서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요. ‘집으로’ 같은 경우는 분노와 치열함을 바탕으로 해서 쓴 곡이고 가사가 제일 먼저 나왔어요. 저는 원래 일기 쓰듯이 가사를 먼저 쓰는데 이 곡은 카페에서 하루 만에 가사를 쭉 다 써내리고 거기에 사운드를 만들고 싶은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려지는 그림은 명확한데 잘 풀리지가 않아서 잠깐 덮고 밖에 나갔는데 기타 리프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났어요. 저에게는 그런 경우가 잘 없어서 희귀한 경험이었는데 인트로부터 나오는 기타 리프가 먼저 생각이 나고 거기에 다른 사운드를 얹고 멜로디를 만들어서 완성했던 곡이에요. ‘이리저리’보다 더 러프하고 빈티지한 곡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런 빈티지한 밴드사운드에는 몸이 향수로 반응하는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장르적인 특성이 이 곡의 메시지와도 잘 맞물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리저리’에서도 계속 진심을 찾고 진심을 향해서 가는 내용이었고 ‘집으로’도 역시 집으로 가자고 하는데 그 집이 ‘이리저리’와 같이 진심이고 자유예요. 좀 더 나아가서 ‘이리저리’는 나의 진심에 가까운 노래라면 ‘집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가 되어서 같이 나아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곡입니다.

Q. 곡을 구상하거나 작업하는 과정에서 어떤 지점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A. 공원 : 예전에는 그런 매개체가 꼭 필요했을 때가 있었어요. 잘 떠오르지 않아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노력들이 필요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요즘에는 그런 어느 한 곳이 있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곳에서 그런 영감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결국엔 제가 음악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거든요. 보통은 스스로 일기를 쓸 때 그런 것들을 제일 많이 써내리는 것 같고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할 때도 ‘어, 잠깐만!’하고 얼른 메모장에 쓰기도 하고(웃음) 그런 일상적인 것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혼자서 고민하고 생각을 부풀리고 하면서 드는 생각들? 그런 것들에서 많이 곡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Q. 제 주변에서는 ‘한로로 다음은 공원이다’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얘기를 본인은 더 자주 듣고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을 향한 기대(?)가 담긴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A. 공원 : 저보다 앞서가고 있는 분과 언급이 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고 매우 감사한 마음입니다.(웃음) 저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부푼 꿈을 꾸고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꼭 그분의 이름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미래가 이만큼이 있다는 얘기는 동일한 마음이라서 저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Q. 유튜브에 콘텐츠가 자주 올라오는 편은 아닌데 앨범이 나오고 작업기 콘텐츠가 꼭 올라오는 편이더라고요. 작업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다큐를 보듯 이 아티스트가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업기를 촬영하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인가요?
A. 공원 : 작업기는 보통 제가 셀프로 찍고 편집을 해요. 일단 제일 먼저 드는 생각, 제일 큰 어려움은 컷 편집을 할 때, 양이 방대하다는 것도 있지만 너무 날것이라 편집을 하면서 쓸게 생각보다 없다던가, 그런 게 제일 먼저 생각이 나네요.(웃음) 작업기를 다시 모니터 하면서 스스로 드는 생각은 ‘내가 이럴 때 예민한 포인트가 있구나, 이럴 때 고집을 부렸구나’ 싶은 것들이 보이고 그 순간에는 보지 못한 같이 작업하는 분들의 배려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시 보게 되면서 감사하고 반성하게 되기도 합니다.
Q. 향후의 계획은?
A. 공원 :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게 겁나긴 한데(웃음) 빠른 시일에 또 앨범을 끊이지 않고 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전에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내일 티켓팅이거든요. 어떻게 제 운명이 좌우될지 모르겠지만(웃음) 처음이라는 의미가 저에게도 관객 분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해서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으면 해요. 올해 이런 경험들을 발판 삼아서 내년에는 더 큰 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것들은 잘 모르겠으나 음악은 계속 꾸준히 들려드리고 싶고, 그렇게 하리라는 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